마스터 소믈리에 전성완의 ‘와인의 정석’…오감으로 즐기는 순수한 음료

입력 : 2017.12.31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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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은 비유럽권인 미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는데, 유독 한국에서만 어렵게 느낀다. ‘와인 스노브’라는 말은 마시는 행위에 지나친 비중을 두고 정작 와인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는 허풍쟁이를 말한다. 공식 석상에서의 정찬이 아니라면 마시는 행위에 대해 너무 큰 의미를 두어선 안 된다. 자주 마시고 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친해진다.

모든 음식이 그러하듯 와인은 시각·후각·미각 등 오감을 활용해서 즐긴다. 특히 품질 좋은 와인일수록 목 넘김이 부드럽고 마신 후 비강으로 흘러나오는 훈연, 버터, 향나무 등 여러 가지 아로마와 부케를 가지고 있다. 이 느낌들을 머릿속에서 정리해서 표현하면 되는데 어려운 용어로 표현하지 않아도 된다. 예를 들어 미네랄은 쇠냄새, 오크 터치는 불에 그을린 나무 탄 냄새 정도로만 알고 있으면 된다.

와인은 알코올이 혼합된 음료인데 크게 레드·화이트·로제 와인으로 분류하고, 용도에 따른 분류는 식전주와 식중주 등 두 가지 용도로 생각하면 된다. 식사 후 맨 마지막에 제공되는 디저트와 곁들이는 식후주도 있지만 유럽에서도 웬만한 정찬이 아닌 이상 가벼운 에스프레소 커피와 곁들이는 정도다. 중요한 것은 식사 중 메인, 즉 육류와 곁들이는 와인을 식중주라 하는데, 한 잔으로 제공되는 하우스 와인과는 전혀 다른 의미이니 혼동해선 안 된다.

좋은 와인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주관적이라 모두 다르다 할 수 있지만, 오로지 포도만을 사용해 만들어야 한다는 기준은 동일하다. 포도 원액이 아닌 다른 물질을 첨가해 만든다면 순수한 의미의 와인이라 할 수 없다. 실제 1980년대 오스트리아 와인 스캔들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세계인들의 와인에 대한 기준은 엄격한 편이다. 100년 전쟁 이후 보르도 와인에 대한 갈증을 느낀 영국인들이 포르투갈의 포트와인에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시킨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처럼 순수한 와인에 단 한가지 물질만 첨가가 허용되는데, 바로 ‘아황산염가스”이다. SO₂라 부르는 이 물질은 와인이 산소화 결합해 식초처럼 변하는 것을 막는 산화방지용으로 오래전부터 사용해 왔다. 대부분 아황산 가스를 주입했다는 것을 라벨에 표기하는데, 극소량이 첨가되기 때문에 인체에는 전혀 해가 없다. 공기보다 가볍기 때문에 와인 병을 개봉하는 순간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중세 선교사들이 종교 활동과 예배에 와인을 많이 사용하면서 세계의 와인지도가 탄생했고, 오늘날 북반구와 남반구로 구분하면서 일명 와인 벨트라고 부른다. 예수님의 피로 신성시되며, 5000년 전 메소포타미아 우르 벽화에는 와인을 마시는 모습이 실제로 그려져 있기도 하다. 포도나무는 가을 수확기를 지나면 급속도로 시들면서 겨울의 추위를 견디고 다시 봄에 소생하면서 약 100년을 살아가는데, 이 모든 과정이 종교적 관점에서 볼 때 그리스도의 삶과 닮았다.

2017년 12월, 소소한 와인 한잔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도 참 좋은 선택일 듯하다.

마스터 소믈리에 전성완의 ‘와인의 정석’…오감으로 즐기는 순수한 음료

마스터 소믈리에 전성완은 누구?

독일 베스트팔렌 주립대학교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한 전성완은 Wine&Spirit education trust(WSET/영국 본원) Level 4 Diploma를 수료했다. 이후 WSET(영국 본원) 마스터 소믈리에, 영국 래디슨 에드워디안 호텔 총괄지배인으로 일하다 귀국해 한국조리사관학교 호텔 식음료학과 총학과장, 롯데호텔 나인에비뉴 총지배인을 지냈다. 한국타이어, 교보생명, SK텔레콤, SK건설 외 다수의 CEO 와인강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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