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무례와 오지랖을 뒤로하고 페미니스트로 살아가기> 화사 외 42인 지음, 한국여성민우회 엮음, 궁리
“변화의 시작은
언제나
누군가의 의아함, 질문, 목소리입니다.”
*************
“내가 공공장소에서 등목을 할 수 없는 이유 중 가장 결정 적인 것은 내가 생물학적인 ‘여자’라는 사실, 즉, 어깨 아래에 작고 귀여운 유방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대체 내 유방이 뭘 어쨌기에 문제인 것일까. 공공장소에서 어떤 여자가 등목을 하겠다고 윗도리를 벗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걸까. ‘미쳤군’부터 시작해서, 움찔하고 돌아서는 사람, 달려와서 옷을 덮어줄 사람, 미풍양속을 들고 나설 보수주의자와, 유후~ 하며 휘파람을 불어댈 간 큰 마초… 그러나 등목 하는 여자가 뭔가 이상하게 느껴지는 이들의 심정, 그리고 애초에 공공장소에서 등목을 하지 않는 나의 심정에 이미 전제되어 있는 것은 여성의 상체는 성적 공간이라는 사회적 합의이다.”
“언니는 화장을 했다. 화장을 해도 관은 매장을 할 때와 같은 크기의 관이 쓰인다. 장례 물품 방에 가니 관이 여러 개가 전시되어 있고, 그중 화장용 관은 두 개가 있었다. 이 두 개는 무엇이 다르냐고 물으니 하나는 여성용, 하나는 남성용이란다. 으잉? 관에도 성별이? … 장의 차량의 선두는 캐딜락으로 운구를 하고 뒤에 버스가 따르기로 했다. 계약하러 오신 분이 안내 파일을 꺼내더니 흰색 캐딜락과 까만색 캐딜락이 있는데, 고인이 여자 분이라서 흰색 캐딜락을 빼놨다고 하신다. 하지만 장의차 하면 ‘까만 캐딜락’이 아니던가. 드라마나 뉴스에서 멋있게 보이던 그 까만 차. 우린 그 차에 언닐 태우고 싶은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