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노래>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 지음, 노승영 옮김, 에이도스 펴냄
“생명은 그물망이기에,
인간과 동떨어진
‘자연’이나 ‘환경’ 같은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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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윤리는 속함의 윤리여야 한다. 인간의 행위가 온 세상의 생물 그물망을 끊고 멋대로 연결하고 마모시키는 지금, 이 윤리는 더더욱 긴박한 명령이다. 따라서 자연의 위대한 연결자인 나무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은 관계 속에, 근원과 재료와 아름다움을 생명에 부여하는 관계 속에 깃드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머리말 중에서
“숲은 모든 피조물에게 입술을 대고 숨을 불어넣는다. 우리가 빨아들이는 뜨겁고 향기롭고 포유류를 닮은 이 숨은 숲의 피에서 우리의 폐로 곧장 흘러든다. 약동하는, 내밀하고 질식할 것만 같은 숨, 정오가 되면 이끼는 날아오르지만 우리 인간은 절정에 이른 생명의 비옥한 뱃속에 웅크린 채 누워 있다. 이곳은 에콰도르 서부에 있는 야수니 생태 보전구역 심장부 근처다. 주변은 국립공원이자 원주민보호구역이자 완충지대로, 아마존 숲 지대가 1만6000제곱킬로미터에 펼쳐져 있다. 위성에서 내려다보면 지구의 얼굴에서 가장 큰 초록색 점들을 이룬다.” -14쪽
“식물 종의 99퍼센트 가까이가 균류와 땅속 연합을 이룬다. 따라서 숲이나 프레리, 울창한 도심 공원을 바라볼 때 우리의 눈은 절반의 진실만 보는 셈이다. 우리가 바라보는 식물의 초록 부위는 식물 공동체를 존재하게 하는 그물망의 일부에 불과하다. 많은 나무, 특히 발삼전나무처럼 차갑고 산성인 토양에서 자라는 나무는 균류·뿌리 관계가 유난히 잘 발달하여 뿌리마다 균류 조직이 뿌리집을 이루고 있다.” -58쪽
“죽은 뒤에도 삶은 있지만, 이 삶은 영생이 아니다. 나무의 그물망적 속성은 죽음으로 인해 끝나지 않는다. 나무가 썩으면서, 죽은 줄기와 가지, 뿌리는 수천 가지 관계의 초점이 된다. 숲에 서식하는 생물 종의 절반 이상이 쓰러진 나무에서 먹이와 보금자리를 찾는다.” -114쪽
“나무가 죽으면 그에 의존하던 생물은 자신에게 생명을 준 관계를 잃는다. 나무의 동반자와 적 모두 살아있는 나무를 새로 찾아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죽는다… 하지만 죽은 나무는 자신의 몸 속과 주위에서 새로운 생명의 촉매가 됨으로써 새로운 연결과,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낸다… 죽음은 나무 안팎에서 수천의 상호작용을 만들어내는데, 그 하나하나에서 생태적 기회가 열린다. 관리되지 않고 통제되지 않는 이 다수성에서 새로운 관계에 담긴 새로운 지식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숲이 생겨난다.” -131쪽
“자연은 배당금을 산출하지 않는다. 모든 종의 경제가 전부 자연 안에 담겨 있다. 자연은 집이 필요 없다. 자연이 곧 집이다. 우리는 자연이 결핍되어 있지 않다. 이 자연을 자각하지 못할 때조차 우리는 자연이다. 인간이 이 세상에 속해 있음을 이해하면, 생명 공동체 안에서 그물망으로 얽힌-바깥에서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인간 정신에서 아름다운 것과 좋은 것을 아는 분별력이 생겨난다. -233쪽
“도시에서는 사람들이 나무에 대해 열렬한 심리적 유대감을 느끼기도 한다. 뉴욕 사람들과 나무 얘기를 해보면 그들에게서 아마존 와오라니족의 모습이 보인다. 그들과 나무와의 관계는 깊고 개인적이다. 건설 공사 때문에 맨해튼 가로수가 훼손되든, 석유 운반로를 내려가 아마존 케이폭나무를 베든, 나무와의 대화가 갑작스럽게 훼방되면 사람들은 분노를 터뜨린다… 나무, 특히 주택 가까이에서 자라는 나무는 탈아 경험의 관문이다. 뉴욕의 아파트 앞쪽에 서 있는 이 타자는 잎의 속삭임과 봄철의 초록 불꽃을 통해 숲의 기억을 환기시킨다.” -26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