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수의 제주 과학 탐험> 문경수 지음, 동아시아
“제주에만 사는 희귀종뿐만 아니라
모든 종에는
그들만의 역사가 있다.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시간과 지형의 변화,
그리고 공존과 경쟁을 통해
지금 이 자리에 존재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꺾고 밟는 들풀도
하나의 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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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쪽에 있는 유명한 해수욕장, 협재에 가면 정면에 그림 같은 섬 하나가 보인다. 바로 비양도다. 제주 본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섬이지만 섬 주민과 느긋한 시간을 즐기려는 일부 여행자 외에는 찾는 이가 드물다. 하지만 단 하루만 제주에 머문다면 비양도를 가보라는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첫 번째 탐험지로 비양도를 선택했다... 제주도가 하와이 빅아일랜드의 축소판(18%)이라면 비양도는 제주도의 축소판이다.-제주도의 축소판, 비양도
흔히 해가 저물면 여행을 멈추고 빛이 있는 방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어느 곳을 여행하든 여저으이 반은 어둠의 세상이다. 빛 공해가 덜한 자연을 여행한다면 더욱 그렇다. 해가 지고 별이 뜨는 자연의 섭리에 몸을 맡기면 우리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별들의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제주도 푸른 별 아래서
만약 화성의 외계인이 지구로 탐사로버를 보낸다면 제주가 가장 유력한 착륙 후보지가 될 것이다. 굳이 제주도의 오름 중 가장 유력한 후보지를 꼽는다면 분명 거문오름이다. 우선 거문오름은 규모가 큰 화산 폭발로 인해 오름의 한쪽 면이 무너져 내려 분화구 중심으로 탐사로버의 진입이 용이하다. 또 하나, 거문오름은 용암이 해변까지 흘러가면서 대뷰모 동굴을 만들었다. 탐사에 있어서 동굴은 유력한 인간 거주지로 꼽는다. -탐라에서 우주까지
숨은물뱅뒤를 해석하면 ‘세 개의 오름 사이에 숨어 있는 너른 벌판’인 셈이다. 화산학 용어와 마찬가지로 고유한 생태계를 갖춘 지역은 지명이나 방언으로 학명을 정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흔히 오름이라고 부르는 지명도 화산 용어로는 분석구이며, 빌레라고 부르는 용어는 파호이호이 용암을 의미한다. 제주의 자연을 이해하는 출발점은 제주어라는 말이 새삼 실감 난다. -세 개의 오름 사이에 숨어 있는 숨은물뱅듸습지
곶자왈은 지구에서 제주에만 있는 숲이다. 그만큼 독특한 생태계다… 비록 적은 면적이지만 곶자왈로 들어가는 순간, 또 다른 제주를 만날 수 있다. ‘곶’은 제주어로 ‘숲이 우거지는 곳’을 말하고 ‘자왈’은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져서 수풀같이 어수선하게 된 곳’이라는 의미다. 얼핏 보면 비슷한 뜻이지만 원래는 숲의 식생이나 형태에 따라 ‘곶’과 ‘자왈’이란 말을 구분해서 사용했다. -늘 발견되고, 늘 잊히는 땅 곶자왈
나도 이번 탐험을 통해 한 가지 꿈이 생겼다. 늘 발견되지만 잊히고 마는 제주 자연의 원형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졌다… 화산 분출로 만들어진 투박한 땅 위에 기적처럼 만들어진 자연, 그리고 자연을 안식처로 살아 있는 것들의 기운이 느껴졌다… 게스트하우스 앞 용암지대를 거닐었다. 파호이호이 용암지대 위에 거북등 모양의 주상절리 구조가 여기저기 보인다. 제주의 원형은 따로 있는 게 아니었다. 내가 서 있는 바로 그 자리가 제주의 원형이었다.-277~27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