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등 선원 7명을 태우고 출항했던 근룡호(7.93t)가 선원을 모두 잃고 난파선이 돼 홀로 돌아왔다.
3일 오전 11시 40분께 여수 거문도 해역에서 새벽에 인양한 근룡호를 실은 바지선이 완도에 도착했다. 지난달 28일 전복된 채 발견됐다가 사흘 만에 바지선에 실려 되돌아온 근룡호는 처참한 모습이었다.
큰 외부 충격은 없어 보였으나, 인양과정에서 쇠줄이 강화플라스틱으로 된 선체를 파고들어 배 밑바닥에는 깊은 구멍이 나 있었다. 출항 당시 봇짐을 짊어 매듯 통발을 가득 싣고 있던 어선의 후미는 통발은 사라진 채, 인양 때 생긴 것인지 사고 당시 생긴 것인지 모를 파손된 흔적만 남았다. 갑판은 어구와 밧줄 구조물이 복잡하게 얽혀 그야말로 난파선을 연상케 했다.
우현으로 쏠린 채 비스듬히 놓여 있는 근룡호를 다시 들어 똑바로 놓아보려 했지만, 약해질 대로 약해진 선체는 금세 뒤틀려 ‘우지끈’ 소리를 내며 파손될 기미를 보였다. 할 수 없이 다시 그 자리에 선체를 내려놓고 해경, 선박안전기술공단, 해난심판원,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 4개 기관은 곧바로 현장 감식을 진행했다.
육안으로는 외부 충격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선미의 프로펠러도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보였다. 감식반원들은 조타실 내부로 들어가 자동선박식별장치(AIS) 등 항해 전자장비를 회수하고, 선원들의 휴대전화를 찾기도 했다. 또 근룡호가 불법으로 증축이나 개조됐는지도 살폈다.
서해해양지방경찰청 정성근 과학수사계장은 “거둔 항해 장비 등을 국과수 감식 의뢰한 결과가 나온 이후에야 사고 원인을 추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까지 외부 충격의 흔적 등 특이 내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근룡호가 도착했다는 소식에 유가족 20여명도 달려왔다. 가족들은 뱃머리 양쪽에 ‘근룡’이라고 굵은 글씨가 적힌 선체를 보고 주저앉거나 옆 사람에 기대 울며 오열했다.
자식을 찾지 못한 노모는 근룡호 근처에 가지도 못한 채 주저앉아 울며 아들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고, 형제를 찾지 못한 한 유가족은 “모두 어디다 버리고 홀로 왔느냐”며 원망의 한탄을 쏟아냈다.
실종자 7명 가운데 2명의 시신을 수습했지만, 5명은 되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근룡호는 지난달 28일 오후 4시 28분 완도 청산도 남쪽 약 6㎞ 해상에서 뒤집힌 채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