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실시된 이탈리아 총선에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연합이 최다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은 약 30%의 표를 얻어 창당 9년 만에 이탈리아 최대 정당 자리를 꿰찰 것으로 전망된다.
이탈리아 공영방송 RAI는 하원 기준 출구조사 결과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전진이탈리아(FI)가 극우정당 동맹, 이탈리아형제들(FDI) 등 다른 3개 정당과 손을 잡은 우파연합이 33.0∼36.0%를 득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집권 시 강경한 난민 정책을 천명한 이들은 최근 몇 년 간 지중해를 건너 대량 유입된 난민들에 대한 대중의 광범위한 반감에 편승, 지지세를 불려왔다. 하지만 우파연합은 정부 구성에 필요한 최소 득표율로 인식되는 득표율 40%에는 못미침에 따라 우파연합의 힘으로만 정부를 구성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FI는 12.5∼15.5%, 마테오 살비니가 대표를 맡고 있는 동맹은 13.0∼16.0%, FDI의 득표율은 3.5∼5.5%로 예상됐다.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은 득표율 29.5∼32.5%로 단일 정당 가운데 가장 많은 표를 얻을 것으로 조사됐다. 오성운동은 기성 정치에 반감이 높은 젊은층, 빈곤에 신음하는 남부를 적극 공략하며 창당 9년 만에 이탈리아 최대 정당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집권 민주당이 중심이 된 중도좌파 연합은 24.5∼27.5%의 표를 얻어 3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테오 렌치 전 총리가 이끄는 민주당 단독으로는 사상 최저 수준인 약 20∼23%를 득표한 것으로 집계됐다.
집권 민주당은 중도좌파의 분열과 더딘 경제회복, 지난 몇 년 간 이어진 난민 대량 유입에 대한 반발 기류로 인해 완패가 예상돼 왔다. 민주당 탈당 인사들 주축으로 작년에 창당된 정당인 자유평등(LEU)은 3∼5%의 표를 얻을 것으로 조사됐다.
출구조사 결과가 들어맞을 경우 어느 진영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이탈리아에는 당분간 정치적 불확실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정부 구성을 위해 각 정당 간 새로운 연대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대(對)EU 정책을 비롯해 큰 정책 줄기에서 공통점이 많은 베를루스코니의 FI와 렌치 전 총리의 민주당이 2013년 총선 직후와 마찬가지로 좌우 대연정을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총선 전에 지속적으로 제기돼 와 귀추가 주목된다.
반체제 포퓰리즘 정당으로 분류되는 오성운동, 반(反)난민, 반EU 성향의 극우정당 동맹당, FDI 등의 선전으로 유럽연합(EU) 경제 규모 3위인 이탈리아에서 극우, 포퓰리즘 세력의 급부상 가능성을 경계해온 EU 등 국제사회의 우려도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정당의 합계 득표율이 5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날 경우 기성 중도좌파, 중도우파 정당에 대한 대중의 반발이 심상치 않음을 드러내며 이탈리아 정치 체계는 커다란 지각 변동 시기로 접어들었다는 해석이 가능할 전망이다.
다소 희석되긴 했으나, 창당 때부터 EU에 회의적인 태도를 견지해온 오성운동이 EU에 적대적인 동맹, FDI 등 극우정당과 전격적으로 손을 잡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금융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