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코리아

세계 최고 양궁 제작기술로 만든 한국산 자전거 위아위스

입력 : 2018.03.05 16:17
위아위스 박경래 대표이사가 경기 기흥에 있는 기흥파크에서 윈엔윈 활과 위아위스 자전거 프레임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세훈 기자

위아위스 박경래 대표이사가 경기 기흥에 있는 기흥파크에서 윈엔윈 활과 위아위스 자전거 프레임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세훈 기자

세계 양궁활 시장 1위에 오른 한국 브랜드 ‘윈엔윈’이 토종 자전거 브랜드 ‘위아위스’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세계 최정상 활을 만든 기술력으로 세계 자전거 시장에 뛰어들어 ‘메이드 인 코리아’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위아위스(WIAWIS)는 Winning Action, Winning Spirit의 약자다.

윈엔윈은 2014년 위아위스라는 이름으로 자전거를 출시했다. 당시 국내 자전거 시장은 일본, 미국, 대만, 이탈리아 등 해외 브랜드가 사실상 독차지했다. 국산 제품이라고는 중국에서 부품을 수입해 조립하거나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수입하는 정도였다. 박경래 윈엔윈스포츠 대표이사는 “25년 동안 세계 최고 활을 제작하면서 쌓아온 세계 최고 기술력으로 좋은 자전거를 만든 뒤 고가 스포츠 용품 시장에서도 한국 제품이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위아위스 본사 겸 공장은 경기 안성에 있고 기흥에 있는 기흥파크는 연구센터, 테스트 트랙 등으로 구성돼 있다. 위아위스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크로스컨트리 금메달리스트, 2017년 세계선수권 은메달리스트 사비네 스피츠(독일) 등을 후원하고 있다.

박 대표는 양궁인이다. 박 대표는 1975년 양궁 국가대표로 발탁됐고 국가대표팀 코치와 감독을 역임했다. 1985년 세계선수권,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금메달도 그의 지도 아래 나왔다. 박 대표는 1993년 윈엔윈을 설립했다. 오진혁, 이은경, 윤미진, 장혜진, 구본찬 등 한국을 대표하는 궁사들이 세계 정상을 호령할 때 쓴 활이 윈엔윈이다.

위아위스 기흥파크 건물이다. 외벽에 위아위스의 영문 의미와 함께 MADE IN KOREA는 문구가 또렷하게 적혀 있다. 김세훈 기자

위아위스 기흥파크 건물이다. 외벽에 위아위스의 영문 의미와 함께 MADE IN KOREA는 문구가 또렷하게 적혀 있다. 김세훈 기자

-활을 제작하다가 자전거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인가

“윈엔윈은 전 세계 양궁 시장 매출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매출은 2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양궁 시장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한국산 스포츠용품 중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제품은 윈엔윈 등 소수에 불과하다. 활을 만들면서 쌓아온 카본 기술로 만들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자전거 프레임을 제작하기로 결심했다.”

-현재 위아위스 매출은 어느 정도인가

“2년 동안 연구 개발한 뒤 판매를 시작한지 올해 4년째다. 작년 국내 매출은 32억원이다. 판매 대수로 보면 1200~1300대다. 나름 성공했지만 아직 손익분기점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수출은 어느 정도인가

“3억원 정도다. 프랑스에 프레임 가격만 200만원 수준인 BMX 최고급 자전거 100여대를 수출했다. 일본으로도 최고가 선수용 자전거를 팔았다. 금액은 크지 않지만 프랑스, 일본 등 자전거 선진국이 우리 기술력을 인정했다는 의미라서 자부심을 느낀다.”

-해외 브랜드의 힘이 막강한 국내 자전거 시장에서 고군분투하면서 어떤 점을 느끼나

“고가 스포츠 용품 시장에서는 국산 브랜드는 절대 안 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기술력으로 그런 편견을 극복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주요 해외 자전거는 각 사당 100억~200억원 정도 1년 매출을 올린다. 하지만 프레임만 따지면 우리 제품이 더 많이 팔린다고 자부한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이전에 무조건 해외 제품을 선호한 동호인들이 우리 제품을 써보면서 점점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기술적으로 최고 품질만 보증해준다면 국산 제품도 믿어주는 계층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전 세계 양궁대표팀 중 윈엔윈 점유율이 가장 높은 게 일본이다. 기술이라면 최고를 자부하는 일본 대표선수들이 대부분 우리 활을 쓰고 있다. 우리 카본 기술력과 그에 대한 신뢰가 높다는 뜻이다. 자전거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좋은 품질을 내놓는다면 해외 브랜드에 애착이 강한 우리나라 동호인들도 우리 제품을 사용해주리라 확신한다.”

-지금 위아위스를 타는 팀들은 어디인가

“박성백, 공효석, 구성은 등 몇몇 국가대표, 의정부시청, 대구시청, 연천군청, 그리고 다수 고등학교 팀들이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타달라고 요청하고 이후에도 선수들의 믿음을 사기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하고 있다. 동호인 시장에서는 MTB는 확실하게 자리잡았고 지금은 도로 자전거 시장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무리 활을 잘 만들어도 자전거를 만드는 데는 다른 기술이 필요할 텐데.

“양궁, 카본 기술자는 있었는데 자전거 기술자는 없었다. 그래서 초기에는 국내외 국가대표 감독 출신 지도자, 국내 자전거 연구소 등과 함께 제작을 시작했다. 지금은 독일 측 연구소로부터 협조를 받아 전기 자전거 등도 함께 연구하고 있다.”

-양궁과 자전거 제작, 어떤 공통점이 있는가.

“양궁은 정확도, 충격흡수력, 감각 등 3가지 요소를 높이는 게 목표다. 자전거도 비슷하다. 자전거는 파워, 유연성, 반발력, 페달링, 승차감, 감각 등이 중요하다. 특허 기술인 나노 카본 기술로 제작된 위아위스 프레임은 가볍고도 강하다. 자전거 기록은 제품 상태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자신에 맞게 용품이 업그레이드되면 기록도 자연스럽게 좋아진다.”

-국내 선수들이 국제 메이저대회 상위권에 오를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겠다

“외국 선수들은 대부분 자기 나라 브랜드 자전거를 탄다. 그게 좋아서 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의 몸, 신체 능력에 맞게 자전거 피팅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선수들도 국산 제품을 타면서 자신에 맞게 맞춤형으로 계속 업그레이한다면 사이클 최초 올림픽 메달도 가능하다. 한국은 한국이 만든 양궁으로 세계를 휩쓸었다. 양궁에서 이미 증명됐고 자전거에서도 못할 이유가 없다.”

-올해 매출 목표는 어느 정도인가

“약 2000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 다양한 마케팅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국내에 연구소와 공장이 있는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소비자와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접점을 찾을 생각이다. 또 최근 뉴질랜드와 독일 등에서도 우리 BMX, MTB 자전거에 대해 문의가 오고 있어 수출도 늘어나리라 기대한다.”

-자전거 제작 회사로 성공할 경우 다른 종목용품으로도 진출할 예정인가

“그렇다. 양궁은 원래 일본에서 시작해서 국내, 유럽으로 진출했다. 자전거는 일단 국내 판매를 안정시킨 뒤 수출에 뛰어들 생각이다. 자전거 사업이 잘 되면 스키, 라켓, 골프 샤프트 제작에도 뛰어들겠다. 이 모든 게 주재료가 카본이고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카본 제작 기술을 갖고 있다. 어떤 분야든 해볼 만하다.”

박수, 공유 영역

댓글 레이어 열기 버튼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