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약자를 괴롭히는 시대가 되었나 '더 저널리스트: 조지 오웰'

입력 : 2018.03.14 13:47 수정 : 2018.03.15 10:53

<더 저널리스트: 조지 오웰> 조지 오웰 지음, 김영진 편역, 한빛비즈 펴냄

[스경의 한 줄 책] 어쩌다 약자를 괴롭히는 시대가 되었나 '더 저널리스트: 조지 오웰'

우리는지금 이렇게 물어야 한다.

‘약자를 괴롭히려는 욕구가

어쩌다 현시대 인간의 주된 행동 동기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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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진정으로 싸우기 시작한 건 싸울 이유가 사라진 때부터다. 세계를 지배하는 이들의 행동을 직접 설명할 수 있는 경제적 동기는 찾기 어렵다. 부에 대한 욕망보다는 순수한 권력욕이 훨씬 더 우세함을 느낀다. 흥미롭게도 인간의 권력욕은 어느 시대에나 보편적인 본능인 양 받아들여지는 듯하다. 식욕처럼 말이다. 하지만 권력욕은 생물학적 필요성을 기준으로 음주자 도박만큼이나 자연스럽지 못한 욕구다. 우리 사회가 역사상 최고 수준의 광기에 이르렀다면- 나는 그렇다고 본다- 우리는 지금 이렇게 물어야 한다. ‘약자를 괴롭히는 욕구가 어쩌다 현시대 인간의 주된 행동 동기가 되었는가?’ -오프닝 ‘인류는 비이성적이고, 평화를 얻지 못할 것이다’ 중에서

인종 간 혐오와 집단 망상은 이 시대 삶의 방식 일부나 다름없다. 사람들이 조금만 덜 무식했다면 이런 혐오와 망상의 영향이 지금보다 덜 했을지도 모른다. -‘인종 혐오와 무지’ 중에서

이런 셈법이 어리석은 이유는 누군가를 굶김으로써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주베르 경은 미래에 또 다른 전쟁을 일으킬지도 모르는 독일 아이들에게 식량을 주느니 우리 영국 아이들이 그 식량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게 ‘가장 현실적인’ 견해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1918년 당시 현실파 인물들의 주장은 휴전 후 독일을 봉쇄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독일에 봉쇄선을 세웠다. 그리고 1940년, 우리에게 폭탄을 떨어뜨린 독일 청년들은 그때 우리가 굶긴 그 독일 아이들이었다. -‘굶주림의 정치’ 중에서

전체주의가 정말로 무서운 이유는 그들이 잔혹 행위를 저지르기 때문이 아니다. 전체주의는 객관적 사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 과거만 통제하는 게 아니라 미래도 통제하려 든다.… 아직 희망은 있다. 내가 모르는 진실이 존재할 수 있으며, 진실은 내가 필요할 때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발견되는 것이라고 믿는 진보적 사고가 살아남을 거라는 희망이다. -‘진실한 역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중에서

‘네 보물이 있는 그곳에 네 마음도 있느니라’라는 성경 구절은 마르크스 이론의 핵심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마르크스가 자신의 이론을 주창하기 전에는 크게 영향력이 없던 구절 아니었던가.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던 구절이다. 누구도 그 구절을 읽고 법과 종교, 도덕률이 재산 소유관계 위에 있는 상부구조라고 추론하지 못했다. 복음서를 통해 예수가 처음 말한 건 맞지만, 이 말에 의미를 불어넣은 건 마르크스다. 마르크스의 분석이 있었기 때문에 대중은 정치인, 종교인, 재판관, 윤리학자, 자산가의 행동 동기를 끊임없이 의심하기 시작했다. 권력자들이 마르크스를 치가 떨리도록 증오하는 이유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게 있는가’ 중에서

오늘 아침 신문에는 나치의 잔학 행위에 관한 영국군 측 보고서가 일제히 보도됐다. 이들은 나체의 여성들이 채찍질을 당했다는 정보를 공유하면서, 때로는 그 세부 정보를 헤드라인에 올려 강조했다. 당사자인 언론 기자들은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셀 수 없이 많은 독자가 고문을 떠올리며 사디스트적인 쾌감을 느끼는 걸 안다. 특히 여성을 고문한다고 할 때 그렇다. 기자들은 이렇게 널리 퍼진 대중의 히스테리를 이용하려 든다… 적군이 아니라 우리 편이 이런 야만적인 행위를 한다 해도 쾌감을 얻기란 어렵지 않다. 그저 악한 자들에 대한 정당한 처벌이라고 생각해버리면 된다. 아직 로마의 검투 시합이 열리는 수준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적당한 구실만 있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극악무도한 전범들이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사자에게 먹이로 던져지거나 코끼리에 짓밟혀 죽을 예정이라고 홍보하면 분명 많은 관람객이 몰리리라 생각한다. -‘잔혹함의 포르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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