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 철학자의 자기고백 '길 위에서 배운 것들'

입력 : 2018.07.10 15:00 수정 : 2018.07.10 15:37

<길 위에서 배운 것들> 신정일 지음, 루이엔휴잇 펴냄

[스경의 한 줄 책] 길 위 철학자의 자기고백 '길 위에서 배운 것들'

“나는 태어나면서 갖고 나온

두 발을 가장 신뢰한다.”

********************

나는 계속 따돌림을 당하며 괴로워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를 따돌리는 사람들을 싸잡아 따돌리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했다. 나하고 노는 것을 싫어하거나 하찮게 여기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아니라 나 혼자서도 잘 노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그때 다짐하고 다짐했던 것이 ‘그 사람들과 놀지 말고 혼자 있자.’였다. 그리고 혼자 있는 것은 고립이 아니라 자신을 되찾는 것이라는 사실을 터득했다. 그래서 가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 “따돌림을 견디지 못하면 문제가 되지만, 그것을 견뎌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32쪽

나는 들에서 제멋대로 자란 야생마이자 제멋대로 흐르는 시내에 지나지 않는다. 이 나라 산천이 나의 학교였고 연구실이자 도서관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자연과 책에서 내 인생의 모든 것을 다 배웠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 때문에 나이를 제법 먹은 지금도 가을 산에만 가면 신이 난다. -72쪽

이름이 싫다 보니 누가 이름을 부르는 것도 싫었고, 이름을 가르쳐 주는 것 역시 싫었다. 그래서 이름 때문에 고민도 참 많이 했다. 결국 나는 호적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그때가 열여섯 살 가을이었다. 고심 끝에 내 딴에 가장 좋은 이름이라고 지은 것이 매울 신, 바를 정正, 한 일一, 즉 ‘신정일’이었다. ‘맵고 바르게 한길을 가자’는 뜻이었다. 예명과 필명으로 살다가 결국 본래의 이름마저 지워버리고, 내가 지음 이름을 쓰면서부터 그나마 이렇게 홀로 설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이름에 대한 오랜 콤플렉스로부터의 해방이자 내 삶의 중대한 출발점이었다. -132쪽

나는 자전거도 못 타고 운전도 못하며 오토바이도 못 탄다. 하지만 불편은 할지언정 사는 데 지장은 없다. 나는 태어나면서 갖고 나온 두 발을 가장 신뢰한다. 두 발만 건강하면 비록 느리긴 해도 어디든지 못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책만 한 권 펼치고 있으면 세상 그 어떤 것에서 느끼는 기쁨보다 더 큰 행복을 느끼게 된다. -138쪽

박수, 공유 영역

댓글 레이어 열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