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경찰의 모진 고문에 아들 박종철을 잃은 뒤 30년 가까이 아들이 못 이룬 민주화를 위해 살아왔던 박정기씨(87) 빈소에 이틀째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29일 오전 부산시민장례식장을 찾아 영정에 절을 올린 뒤 박 열사의 형 종부씨(59)와 누나 은숙씨(55), 어머니 정차순씨(86) 손을 맞잡았다.
박 장관은 방명록에 ‘아프고 힘든 세월을 보내셨습니다. 이제 아드님과 함께 영면하시기를 빕니다’라고 적었다.
박 장관은 이어 “국가폭력이 개인과 가정을 더는 고통스럽게 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박 장관은 윤대진 검찰국장과 황철규 부산고검장, 김기동 부산지검장 등과 동행했다.
앞서 이날 오전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빈소를 찾았다.
박종철 열사의 혜광고·서울대 1년 선배인 조 민정수석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버님은 종철의 아버지를 넘어 저희 모두의 아버님이셨습니다…아버님의 비통함과 살아오신 30여 년의 무게를 새삼 되새겨 봅니다”라며 “수고 많으셨습니데이. 억수로 고맙습니데이”라고 적었다.
1986년 이른바 5·3 인천사태의 배후주동 혐의로 영등포교도소에 수감됐다가 교도관을 통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축소·조작 사실을 전해 듣고 세상 밖으로 알린 이부영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도 빈소를 찾았다.
대학교 2학년 때 6월 항쟁을 겪고 1989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3기 의장을 지낸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도 빈소를 방문했다.
임 실장은 “정말 가혹하고 부당한 먼 길을 한결같이 말뚝처럼 지킨 삶이셨다”며 “이제는 아드님 곁에서 영면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박종철 열사의 시신을 급히 화장하려는 경찰에 맞서 부검을 지시해 고문 사실이 알려지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당시 최환 검사도 빈소를 조용히 다녀갔다.
그는 방명록에서 ‘이 땅의 우리 아들딸들이 고문으로 목숨을 잃는 일이 다시는 없게 인권이 보장되고, 정의가 살아있는 민주화 운동을 위해 목숨을 바친 아드님 곁으로 가시어 영면하시옵소서’라고 추모의 글을 남겼다.
전날인 28일에도 문무일 검찰총장과 민갑룡 경찰청장 등 검·경 수장을 비롯해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해찬 민주당 의원이 빈소를 방문했다.
빈소에는 생전 박씨가 몸담았던 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 회원들도 대거 방문해 자리를 지켰다.
생전 박씨와 인연이 있던 노동단체 등 일반인 조문객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발인은 오는 31일 오전 7시다.
고인은 부산 영락공원에서 화장된 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사랑방인 서울 동대문구 ‘한울삶’과 남영동 대공분실을 거쳐 경기도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에 먼저 묻힌 아들 옆에 안장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