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가격' 언제나 제값을 받을 수 있을까

입력 : 2018.08.08 16:00 수정 : 2018.08.08 16:06

<청춘의 가격>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지음, 사계절 펴냄

[스경의 한 줄 책] '청춘의 가격' 언제나 제값을 받을 수 있을까

“나의 생존이

나의 노동에 절실하게 의존하고 있는 상태는

고도의 상품화 상태이다.

내가 살아가는 사회가

노동하지 않으면 죽게 내버려두리라는 뼈아픈 각성은

‘누군가’를 취약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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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존이 나의 노동에 절실하게 의존하고 있는 상태는 고도의 상품화 상태이다. 내가 살아가는 사회가 노동하지 않으면 죽게 내버려두리라는 너무나 뼈아픈 각성은 ‘누군가’를 취약하게 만든다. 고도로 상품화된 세계에서 성장하면서 끊임없이 ‘생존하라!’라는 위협 아닌 위협에 시달려온 한국 사회의 청년들이 바로 그 ‘누군가’이다. -46쪽

친구 집을 구하러 함께 간 신촌에서 본 집은…. 명물거리에서 큰 고깃집을 운영하던 사람의 건물이었어요. 보증금 200만 원에 월세 30만 원으로 나온 집이었는데, 무척 싼 편이었죠. 건물에 갔는데 복도에 빼곡하게 벌집처럼 집이 붙어 있었어요. 그 복도를 통과했더니 또 똑같은 구조가 나오는 거예요. (중략) 아마도 불법 증축한 것이겠죠. 방까지 올라가는 길이 그렇게 위험할 수가 없어요. 실내는 좁고 습하고, 여기에서 사람이 살 수 있을지 걱정될 정도였어요. -125쪽

‘한 달에 25만 원이나 주고 이런 곳에 살아야 하나?’ K에게 보증금 500만 원이 있었다면 같은 월세로 자취방을 구할 수도 있었다. 보증금 1000만 원을 들이면 작은 원룸에서 사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 돈을 구하기 어려운 K에게 고시원은 유일한 선택이었다. 침침한 복도를 나서며 돌아본 고시원의 풍경, 희미한 조명 아래 번호 달린 암갈색 문들이 줄지어 있던 장면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141쪽

어디를 가든지 좋은 일자리는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불안정한 일자리가 범람하는 노동 시장이지만, 지방의 노동 시장은 그 정도가 더욱 심각하다는 것을 K는 구직 과정을 통해서 체험했다. 특히 지방의 구직난은 이공계열 전공자보다 인문계열 전공자들에게 훨씬 심각했다. K가 거주하는 아산 지역은 고용지표가 건강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실상은 양질의 다양한 일자리가 아니라 제조업 기술직에만 몰려 있었다. -186쪽

한국에서는 좋은 연구를 할 수가 없을 것이라는 걱정이 큽니다. 제가 지금 박사를 한다고 해서 이 나라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것인지…. 더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는 연구원이 될 수 있을지…. 그런 기회가 제 전공 분야에는 없습니다. 한국에서 박사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한국에서는 미국 박사들만 대우하잖아요. 유럽 박사들도 제대로 대우 받지 못하고, 중국?일본 박사들은 더하죠. -201쪽

문제는 이처럼 기성 세대는 이해할 수 없는 청년들이 점점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2000년 이후 20대 취업자의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이후의 고용률 역시 하락하고 있는데, 이는 청년층 취업자 수의 감소가 인구 감소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노동 시장 밖에 머물러 있는 청년들의 비중이 더욱 늘어난 것이다. -2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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