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수영 세계사> 에릭 샬린 지음, 김지원 옮김, 이케이북 펴냄
![[스경의 한 줄 책] 물의 유혹에 빠진 인류 '처음 읽는 수영 세계사'](https://images.khan.co.kr/article/2018/08/26/l_2018082602001204100239821.jpg)
“수영은 우리에게
육체적·정신적·영적인 행복이라는
강력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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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진화와 수생환경의 관계는 순수하게 계통발생적인 것 이상으로 우리의 생리학적·문화적 진화의 핵심 부분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 설령 수생 유인원 가설이 완전한 착각이고 인간 혈통의 진화가 물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해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물에 적응하는 인간의 능력이 우리 호모사피엔스속의 생존과 인간의 지구 정보, 그리고 우리의 초기 문명의 발달에 핵심 역할을 했을 거라는 점이다. -23쪽
갓 태어난 아기들은 물에 들어가면 자동적으로 목 안쪽을 닫고 팔다리를 휘젓는 기본 동작을 한다. 이 능력은 우리가 수생환경에서 살았던 시절의 유물일까? 인간은 또한 육지 포유류 중에서는 독특하게도 태지라는 지방질로 뒤덮인 채 태어난다. 일레인 모건은 물에서 태어난 아기들에게 방수막이 되어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39쪽
중세 교회가 인어를 여성의 성적 매력이라는 위험을 대변하는 영혼 없는 요부로 묘사해 도덕적인 교훈을 주는 그 나름의 목적에 이용하긴 했지만, 해안 마을의 설화에서 인어는 여전히 그들의 생계를 보장하는 바다와의 연결 관계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남았다. 하지만 바다와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인어는 그들이 모르는 사이에 세 번째 기능을 했을 거라고 추측한다. 깊은 물에서 능숙하게 헤엄을 치는 아름답고 우아한 인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영을 하지 못하고 수생환경과 완전히 동떨어져 지내던 시기에 수영에 대한 인간의 깊고 지속적인 감정적 연결고리를 상징했을 것이다. -84쪽
영국과 다른 수많은 유럽 국가에서 공공 수영장 건설 초기단계였던 이때의 목표는 오락이나 건강, 인명구조를 위한 수영이 아니라 우선은 의료 및 도덕성을 위한 것이었다. 노동계층에게 중산층의 가치를 심어주려는 것이었다. (…)지만 세기말쯤 되자 영국에서 시립 목욕탕의 기능이 남녀 학생 모두와 성인에게 수영 교육을 제공하고 오락 수영을 장려하고, 남녀가 섞여 목욕하는 것을 실험해보고, 전문 수영선수를 동원해 다수의 관중을 끌어오고 수영을 오락 활동으로 홍보하는 ‘오락적 기능’을 제공하는 것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191쪽
최초의 여성용 수영복은, 이 경우에는 ‘목욕복’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긴 하지만, 영국의 스파 마을 바스의 고객들이 입던 옷이었다. 17세기 말의 고객이었던 셀리아 파인스는 이렇게 적었다. ‘여성들은 질 좋은 노란색 캔버스 천에 교구 목사의 옷처럼 커다란 소매가 달린 의상을 입고 욕탕에 들어간다. 물이 옷 안에 가득 찬다. 그래서 몸매가 드러나지 않고 다른 안감처럼 달라붙지 않는다.’ -215~216쪽
심해는 무시무시하면서도 익숙하다. 우리 주위에 있으면서도 여전히 접근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곳이다. 하지만 수영이 현실 도피용 흥분과 모험을 선사하는 현대적 상상력의 요구 사항을 맞추지 못한다 해도 인간의 경험 중에서 수영과 밀접하게 관계가 있는 분야가 하나 있다. 섹스이다. -35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