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시는 오즈의 나라에 갈 수 있을까? 철학자가 답한 '시간여행'

입력 : 2018.10.05 17:27 수정 : 2018.10.05 17:43

<시간여행-과학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 김필영 지음, 들녘 펴냄

[스경의 한 줄 책] 도로시는 오즈의 나라에 갈 수 있을까? 철학자가 답한 '시간여행'

“우리가 감각에만 의지한다면

오직 현재만이 존재한다고 믿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믿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합리적 추론을 통해서

오직 현재만이 존재하는 것 같은 믿음이

가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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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란 무엇인가? 역사적으로 수많은 철학자들이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형이상학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시간이라는 놈은, 자신의 정체에 대한 조그마한 단서 하나도 그 누구에게 내보이지 않았다.

이럴 때에는 질문을 단답식으로 바꾸어볼 필요가 있다. 시간은 흐르는가? 이러면 대답하기 한결 쉬워진다. 그에 대한 대답은 둘 중에 하나다. “시간은 흐른다”는 대답과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는 대답. 전자를 3차원주의(Three-Dimensionalism), 후자를 4차원주의(Four-Dimensionalism)라고 한다. -26쪽

우리의 지각능력이 엄청나게 강하면 우리는 모든 과거, 현재, 미래를 지각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오직 현재만을 경험하는 이유는 지각능력이 약하기 때문이지 과거와 미래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인 것은 아니다. 신이 존재한다면, 신은 과거, 현재, 미래를 통째로 지각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감각에만 의지한다면 오직 현재만이 존재한다고 믿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믿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합리적 추론을 통해서 오직 현재만이 존재하는 것 같은 믿음이 가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208~209쪽

드디어 과학의 시대가 열렸다. ‘과학적’이라는 말은 ‘진리를 찾는 옳은 방법’이라는 의미가 되었고, ‘과학자’는 ‘진리를 좇는 사람’이 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철학자의 말은 들은 체 만 체 하지만, 과학자의 말은 귀 기울여 듣는다. 철학과 고학이 대결할 때 사람들이 과학에 판돈을 거는 시대가 되었다. (…) 이유야 어쨌든 3차원주의자들은 상대성이론과 관련된 과학의 쟁점들을 방임했다. 이러한 방임이 문제였다. 4차원주의자들은 상대성이론을 근거로 자신들의 세계관을 거침없이 확장하고 나선 것이다. 그들은 마치 “날아가는 화살은 날지 않는다”는 제논의 전통을 이어받은 것처럼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는 반직관적인 4차원주의 이론을 확장해나갔다. -323~327쪽

내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3차원주의와 4차원주의를 선택하는 데 우리는 상대성 이론뿐만 아니라 다른 과학이론 또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오늘날 현대 물리학에 남겨진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는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을 통합하는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양자역학의 해석에 관해서는 아직 많은 논쟁거리가 남아 있다. 이런 와중에 상대성이론이 설명하는 몇몇 현상을 근거로 해서, 3차원주의와 4차원 주의 사이에 어떤 결론을 내리는 것은 성급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말이다. -에필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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