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와 청춘들에게 띄우는 편지 '내 안의 블루'

입력 : 2018.10.29 10:26 수정 : 2018.10.29 14:11

<내 안의 블루 1,2> 이수욱 지음, 부크크 펴냄

[스경의 한 줄 책]베이비부머와 청춘들에게 띄우는 편지 '내 안의 블루'

“사람을 알아가는 일은

그의 인생을 관통하는 것이다.“

-‘내 안의 블루1’ 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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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는 행복한가. 우리가 지금 지향하는 삶은 최선인가. 곱씹을수록 우울한 질문이다. 일도 사랑도 꿈도 원하는 대로 되는 게 별로 없다. 경쟁과 속도에 어떻게든 적응해보려고 버둥대다 제풀에 지쳐 원하지 않는 곳에 내동댕이쳐지기 일쑤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그랬고 그들의 자녀세대도 그렇다. “그들은 고용시장에서 경쟁자들이다. 그러면서 저녁이면 함께 잠자리에 드는 가족이 된다.” 괴이하고 슬픈 동거다. 이처럼 손잡아 줄 이 없이 망망대해를 항해해야 하는 청춘들과 청춘이었던 동지들에겐 위로와 격려가 필요하다.

<내 안의 블루1,2>는 저자의 말대로 ‘거리의 글’이다. 행복, 사랑, 성공에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적정기술이라는 게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쉼 없이 생각하고 쉼 없이 쓴 글들이다. 지하철에서 잠자리에서 심지어 길을 걸으면서 페이스북 등에 포스팅한 글을 책으로 묶었다. 화려한 이론이나 오래된 철학에 갇히지 않은 날 것의 문장 속에는 본질에 다가서려는 저자만의 사유의 세계가 펼쳐진다. 수수한 삶에서 나왔을 법한 순수한 말들에는 따뜻한 피가 흐른다.

저자는 자신의 감성나이를 열일곱 살이라고 당당히 말한다. 이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글을 쓰고 공감하고 프로듀싱하다 보면 유지가 된다. 글과 멜로디 정서, 이런 요소들이 청춘의 감성과 열정을 유지시켜 준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 않으며, 삶의 감각지수도 숫자에 불과하지 않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소셜 미디어에서 소통하고 공감하는 그는 ‘친구들’에게 뉴스를 큐레이션 하듯 다른 생각, 다른 감각으로 세상사를 재구성하는 큐레이터로 살아보라고 권한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influencer)이 되라고 한다. 그러기 위해선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 긴장, 어디선가 보았거나 들었던 진부함을 벗어던지라고 주문한다.

저자는 53세 때 대기업을 물러나온 명퇴자 출신이다. 많은 베이비부머들이 그렇듯이 쓸쓸히 무대에서 퇴장할 나이지만 그의 삶은 여전히 ‘블루’다. “시들지 않는 꽃이 있음”을 알고 “새로 만나는 이에게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사물과 현상을 보는 눈매는 날카롭고 섬세하다. 여름 장맛비를 보며 공원 청소 아주머니, 가로수길 찌그러진 맥주잔을 수집하는 사람, 명품 매장 계단에서 종아리를 주무르는 판매원을 떠올린다. 그리고 말한다. “살아서 나와라 도망쳐 나와라 소비권력으로부터 도망쳐 나와라.”

이 책에는 속도의 시대에 귀담아 들을 대목도 많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의 발전도 우리 나이를 생활패턴에 맞춰 보정해주지 못한다. 문제는 어떻게 대처하는냐가 아니라 얼마나 유쾌하게 스며들 수 있는가이다.” “아무리 하소연해도 이미 데이터 처리가 끝난 거라고. 노래하자 노래하자 언제 목이 막힐지 모르지 않나. 목이 메는 게 아니라 자연의 소리가 없는 거야. 기계음으로 된 목소리가 인공지능 보이스로 우리를 명령하잖니.”

자칭 ‘인디 PD’인 저자는 우리 시대가 겪는 주제들을 파고들어 고민하는 걸 즐긴다. 그래서일까. 21세기 인공지능시대에 20세기 말을 살아온 저자가 내린 결론은 명쾌하다. 유발 하라리가 인류는 ‘호모 데우스(신이 된 인간)’로 진화한다고 했다지.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로 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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