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받은 집 > 줌파 라히리 지음, 서창렬 옮김, 마음산책 펴냄
![[스경의 한 줄 책] 경계인이 들려주는 사람과 사람 사이 이야기 '축복받은 집'](https://images.khan.co.kr/article/2018/11/16/l_2018080402001516000156901.jpg)
“어른이 되면
지금은 알 수 없는 곳에서
네 인생이 전개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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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잘 안 통했다. 알게 된 지 넉 달밖에 되지 않았으며 그가 결혼한 여자, 지금 인생을 함께하는 여자가 말이 잘 안 통하는 것이었다. 산지브는 후회의 감정이 스치는 것을 느끼며 어머니가 캘커타에서 보내준 신붓감들의 스냅사진을 떠올려보았다. -‘축복받은 집’ 중에서
“지금은 그렇게 말하지만, 어른이 되면 지금은 알 수 없는 곳에서 네 인생이 전개될 거야.” 아주머니는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을 이었다. “아내가 생길 것이고, 아이들도 생길 거야. 그러면 그들은 네가 어디 다른 곳으로 데려가주기를 바라겠지. 그들 성격이 아무리 좋다 해도 언젠가는 네 엄마를 찾아뵙는 것을 두고 불평할 거야. 너도 그 일이 피곤하게 느껴질 테고, 빼먹는 경우가 점점 잦아질 테고, 그러면 네 엄마는 약용 캔디를 한 봉지 사려고 허약한 몸을 끌고 혼자서 버스에 올라야 할 거야. -‘센 아주머니의 집’ 중에서
나는 아들에게 이 아버지가 세 대륙에서 살아남은 것을 보면 네가 극복하지 못할 장애물은 없다고 말해준다. 그 우주 비행사들은 영원한 영웅이기는 하지만, 달에 겨우 몇 시간 머물렀을 뿐이다. 나는 이 신세계에서 거의 삼십 년을 지내왔다. 내가 이룬 것이 무척이나 평범하다는 것을 안다. 성공과 출세를 위해 고향에서 멀리 떠난 사람이 나 혼자뿐인 것도 아니고 내가 최초인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지나온 그 모든 행로와 내가 먹은 그 모든 음식과 내가 만난 그 모든 사람들과 내가 잠을 잔 그 모든 방을 떠올리며 새삼 얼떨떨한 기분에 빠져들 때가 있다. 그 모든 게 평범해 보이긴 하지만, 나의 상상 이상의 것으로 여겨질 때가 있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 대륙’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