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 의혹 중심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의 첫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이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10일 열린 임 전 차장 사건 1회 공판준비기일은 오후 2시에 시작해 1시간 넘게 검찰과 변호인단 공방이 이어졌다.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가기 전 사건 쟁점을 정리하는 공판준비기일이 장시간 진행된 것은 이례적이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낸 242쪽 분량의 임종헌 전 차장 공소장이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라고 주장하며 범죄혐의에 대한 유·무죄 판단을 할 필요도 없이 공소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검찰이 공소를 제기할 때 공소장에 범죄혐의와 관련없는 내용을 기재해 재판부 예단을 형성해서는 안 된다는 형사소송법 원칙이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 10월 8일 검찰 구속 후 첫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제공사진
변호인단은 임 전 차장이 법원행정처 심의관에게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소송 관련해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이 직권남용죄라고 검찰이 공소장에 쓰면서 “위안부 피해자 총 240명 중 212명이 사망해 현재 28명만이 생존 중임”이라는 정보를 넣은 게 대표적인 일본주의 위배라고 주장했다.
또 카토 타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사건에 임종헌 전 차장이 개입한 혐의를 기재하며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정치권 및 여론의 비판과 공분이 고조돼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을 함께 넣은 것도 지적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 범행의 동기와 목적, 배경에 해당해 범죄혐의와 무관한 정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수년에 걸쳐 은밀히 이뤄졌기 때문에 공소사실을 특정하려면 배경을 공소장에 기재하는 게 불가피하다”며 “심판 대상을 명확히해야 국민들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검찰은 또 “임 전 차장의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재판의 독립이 침해된 사건인데 진실 규명보다 공소장 일본주의를 주장하면서 심리 자체를 포기하라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수사기록 열람’을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 임종헌 전 차장 공범 수사를 이유로 임 전 차장에 대한 수사기록 열람을 허용해주지 않아 방어권 행사를 방해받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