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이 상고법원 도입을 추진하기 위해 2015~2016년 서영교·전병헌·이군현·노철래 등 당시 국회의원들 재판 민원을 접수하고 일선 재판에 개입을 한 혐의가 추가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15일 사법농단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임 전 차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추가기소했다고 밝혔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임종헌 전 차장은 2015년 5월 국회 파견 판사를 통해 서 의원으로부터 지인 아들 재판의 죄명을 변경하고 벌금형으로 선처해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강제추행미수인 죄명을 공연음란으로 바꿔달라는 내용이었다. 임 전 차장은 문용선 당시 서울북부지법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선처를 요구했고, 문 원장은 담당 판사를 불러 이 내용을 전달했다. 재판 결과 죄명은 바뀌지 않았지만 벌금형이 선고됐다. 검찰은 국회 파견 판사가 임 전 차장에게 청탁 내용을 담아 보낸 e메일을 확보하고, 서 의원의 지인, 문 원장, 담당 판사 등을 불러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실무자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해 10월28일 검찰 구속 후 첫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사진.
임 전 차장은 2015년 4월 전 전 의원으로부터 손아래 동서이자 선임보좌관이던 임모씨를 석방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행정처 사법지원실 심의관에게 예상 양형 관련 검토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뒤 검토 내용을 전 전 의원에게 설명한 혐의도 받고 있다.
당시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임○○ 상고심 선고 후 전망’ 문건엔 2014년 9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임씨를 보석으로 석방하고 추가 구금되지 않게 하려면 징역 8월로 형량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실제 재판부는 그해 5월에 임씨를 보석으로 석방하고 징역 8월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장인 김시철 부장판사는 선고 직후 임 전 차장에게 e메일을 보내는 등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었지만 검찰 출석을 거부해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임종헌 전 차장은 2016년 8~9월 정치자금법 사건에 연루된 이군현·노철래 전 의원에 대해서도 양형 검토 문건 작성을 지시했고, 노 전 의원 사건 재판을 맡은 성남지원장에게 청탁 취지를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임 전 차장은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던 서기호 전 의원의 경우엔 재판에서 지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 전 의원은 당시 법관 재임용 탈락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었다. 임 전 차장은 조한창 당시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를 통해 담당 재판장인 박연욱 부장판사에게 소송을 신속하게 원고 패소로 종결해달라고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임종헌 전 차장은 2016년 10~11월 당진·평택항 매립지 귀속 분쟁 관련 재판에 개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분쟁 관련 사건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 동시에 계류중인데, 대법원이 헌재에 우위를 보여주기 위해 조기에 선고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에게 지시하고 고영한 당시 법원행정처장(대법관)에게 보고한 후, 사건의 주심 대법관에게 전달한 내용이다.
검찰은 앞 서 지난해 11월14일 임 전 차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직무유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