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4년이나 기다렸다. 배우 류승룡이 오랜 스크린 흥행 침묵을 깨고 드디어 당당하게 ‘흥행보증수표’ 타이틀을 되찾았다. 코믹 영화 <극한직업>(감독 이병헌)으로 말이다.
류승룡이 주연을 맡은 <극한직업>은 개봉 5일째인 27일 누적관객수 313만7896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을 기록하며 독보적인 흥행 파워를 자랑했다.
배우 류승룡,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개봉 3일 만에 100만 돌파, 4일 만에 200만 돌파에 성공한 이 작품은 손익분기점 230만 명을 가뿐히 넘어선 것은 물론, <신과 함께-죄와 벌>이 보유한 역대 1월 최다 일일 관객수, 역대 코미디영화인 <7번방의 선물> <수상한 그녀>의 흥행 추이 기록 등을 갈아치웠다. 또한 천만영화인 <베테랑>(276만), <도둑들>(284만)의 개봉 첫 주 누적관객수도 어렵지 않게 제쳤다. 흥행 꽃길에 안착한 셈이다.
누구보다도 안심할 이는 류승룡이다. 그는 2014년 <명량> 이후 히트작이 전무한 상황이었다. MBC 드라마 <개인의 취향>서 최도빈 역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그는 <내 아내의 모든 것> <광해, 왕이 된 남자> <7번방의 선물>(2012) 등에서 활약하며 명실공히 ‘흥행배우’로 거듭났지만 그 기운은 오래가질 못했다.
영화 ‘염력’과 ‘7년의 밤’ 촬영 사진.
시작은 2015년 개봉한 <손님>부터였다. 그는 판타지 호러물에 호기롭게 도전했으나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누적관객수 82만에 그치며 참패를 맛봤다. 이어 ‘국민 여동생’ 수지와 손잡고 <도리화가>를 내놨으나 31만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모으는 데에 그쳐 ‘흥행보증수표’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지난해 스크린 성적표는 더욱 참담했다. 3년 만에 스크린 복귀를 알린 <염력>은 <부산행> 연상호 감독과 의기투합이라 높은 기대를 받았지만, 관객 기대치와 전혀 다른 영화적 색깔, 식상한 류승룡 식 캐릭터로 개봉 이후 처참하게 외면받았다. 손익분기점 400만명이었지만 그에 1/4도 못 미치는 수준인 99만명을 겨우 모아 체면을 구겼다.
<7년의 밤>도 다르지 않았다. 동명의 베스트셀러 원작, 류승룡·장동건의 조합이란 강점에도 힘 없는 서사와 산으로 가는 전개 때문에 흥행에 실패했다. 290만명이 봐야 손해나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겨우 52만명만 관람해 ‘류승룡 흥행 흑역사’에 한 페이지를 더 추가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믿고 거르는 배우’라는 비아냥까지 튀어나왔다.
류승룡에게도 연이은 흥행 참패는 큰 부담이었다. 긴 고민 끝에 그가 찾은 해답은 ‘초심’이었다. 최근 인터뷰에서도 “흥행은 내 마음대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적어도 촬영하는 과정만큼은 행복하게 찍고 싶다. <염력>이나 <7년의 밤> 역시 내겐 소중하고 의미 있는 기억이고, <극한직업>도 그렇기에 어떤 결과에도 후회는 없다”고 답할 만큼 인기나 흥행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으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영화 ‘극한직업’ 촬영 사진.
마음을 비우자 비로소 길이 열렸다. <극한직업> 개봉 이후 관객들은 류승룡의 연기에 대해 “류승룡 연기신 맞네. 덕분에 좋은 영화 봤다” “류승룡, 이제야 터지는구나” “올해는 믿고 보는 류승룡, 가즈아!” “좀비 형사 역은 류승룡이 제격임” 등 호평이 쏟아졌다. 관람객 평점도 9.34점을 기록하며 류승룡의 암흑 시대가 끝났음을 예고했다.
차진 코믹 연기로 한차례 반등에 성공했지만,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동영상 스트리밍서비스 기업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시리즈 <킹덤>서 탐욕스러운 권력 실세 조학주 역을 맡아 ‘연기파 배우’로서 진가를 제대로 입증했다. 그는 그동안 설움을 씻어버리기라도 하겠다는 듯 <극한직업>과 180도 다른 결의 캐릭터로 극적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지난 25일 전세계 190개국 시청자에게 동시공개된 <킹덤>도 시청자 반응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는 상태라 그의 스크린과 TV ‘쌍끌이 흥행’을 점치게 한다.
긴 겨울을 끝내고 드디어 찬란한 봄을 맞이한 류승룡. 돌려받은 ‘흥행보증수표’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은 ‘흥행’ 행보를 이어갈지 앞으로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