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우리 곁에 와있는 '두렵지만 매력적인' 미래, 가상현실

입력 : 2019.03.0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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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렵지만 매력적인> 제러미 베일렌슨 지음, 백우진 옮김, 동아시아 펴냄

[스경의 한 줄 책] 이미 우리 곁에 와있는 '두렵지만 매력적인' 미래, 가상현실

“가상현실은 우리가 얻기 어려운 경험을 제공할 뿐 아니라

불가능하거나 환상적인 것들을 보도록 함으로써

실제 세계를 새로운 방식으로 보게 하고

상상 너머로 우리 마음을 넓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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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를 통한 경험도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경험은 실제 경험에 비해 영향력이 훨씬 덜하다. 물리적 세계와 현실보다 밀도가 낮은 추상화 버전과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고, 그 차이는 설령 영화나 비디오게임 같은 다중감각 미디어일지라도 좁혀지지 않는다. 우리는 그렇게 표현된 상황과 현실을 쉽게 가려낸다. 그러나 가상현실이 등장하면서 실제 경험과 간접 경험의 격차는 매우 줄어드는 중이다. 가상현실은 지금까지 발명된 어느 매체보다 심리적인 측면에서 훨씬 더 강력하다. 그래서 가상현실은 우리 삶을 극적으로 바꿔놓으려 하고 있다. 가상현실은 버튼 하나 클릭으로 경험을 즉각 불러온다. 어떤 종류든지 말이다. 가상현실은 우리가 얻기 어려운 경험을 제공할 뿐 아니라 불가능하거나 환상적인 것들을 보도록 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실제 세계를 새로운 방식으로 보게 하고 상상 너머로 우리 마음을 넓히게끔 할 것이다. 당신은 아주 작아져서 세포핵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반대로 엄청나게 커져서 우주를 떠다니며 손에 쥘 수도 있다. 다른 인종이나 성을 지닌 아바타 신체에 들어가거나 독수리나 상어의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 가상현실과 비디오 시청 사이에는 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가상현실은 실제 같다. 좋은 가상현실은 그렇게 느끼게 한다. 제대로 만들어지면 가상현실 체험은 강력하고 아름답고 폭력적이고 감동적이고 관능적이고 교육적이며 이 밖에 당신이 선택하는 어떤 느낌도 줄 수 있다. 체험자가 정말 현실처럼 빠져들게 함으로써 그것을 실제 세계에서 겪은 것처럼 심대하고 지속되는 변화를 우리에게 일으킬 것이다. -16~18쪽

강렬한 가상현실 체험은 많은 사람의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대중 소비층에 제공될 것이다. 가상현실은 영화에 3D를 추가하거나 TV를 컬러로 바꾸는 것과 같은 기존 매체의 확장이 아니다. 그것은 완전히 새로운 매체로, 그 자체의 독특한 특성과 심리적인 효과를 지니고 있으며 우리가 진짜 세계 및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전혀 다르게 바꿔놓을 것이다. -23쪽

시청각 재생 및 컴퓨터 분야 혁신 덕분에 1960년대에 디지털 가상현실 기술이 가능해졌다. 그 결과 이후 수십 년 동안 우주비행사, 군인, 외과 의사처럼 어려운 일자리의 전문가들을 훈련하는 가상 시뮬레이터들이 개발됐다. 이들 분야에서 가상현실이 채택된 이유는 비행 시뮬레이터가 조종사를 훈련하는 데 핵심적인 부분이 된 것과 동일하다. 가상현실에서는 실수가 용인되고, 사내 직무훈련에서 발행할 수 있는 위험이 클 때는 위험을 제거한 훈련 기술이 큰 호응을 얻게 된다. 그런 기술은 조종사, 외과 의사, 군인으로 하여금 각 업무의 생명을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한다. -41쪽

내게 가상현실의 가장 흥미로운 측면은 학습과 훈련의 민주화 가능성이다. 물론 쿵푸 프로그램을 영화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한 것처럼 몇 초 만에 업로드하기란 간단하지 않다. 전문 기술 습득에는 전념과 집중과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가상현실 교습은 언젠가는 결국 누구나 뜻만 있다면 학습 자원을 활용해 고수의 경지에 오를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최고 수준의 성과를 향한 경쟁이 모든 영영에서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영역은 좁아지고 연령은 더 낮아진다. 특별 교습을 받은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이들에 비해 대단히 유리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온라인 영상과 학습 과정이 배움의 기회를 연 것처럼, 가상현실도 그럴 것이다. 물론 점점 더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특별 교습을 받을 기회가 없는 사람들에게 HMD(Head Mounted Display, 가상현실 체험 헤드셋)와 콘텐츠가 덜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저렴해지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데이터폰과 많은 앱이 얼마나 빨리 누구에게나 보급됐는지를 생각할 때, 그 미래는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다. -60~61쪽

가상현실은 사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즉, 자연스럽고 사회지향적인 삶의 방식이 소멸해가는 과정에서 가상현실은 관에 박히는 못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가상현실 속에서 몰입하는 환상적인 삶을 살 수 있다면 누가 실제 세계에서 지내길 원할까? 나는 이 생각은 실제 삶을 심각하게 과소평가한다고 보고, 재런 러니어의 견해에 동의한다. 러니어는 가상현실과 관련해 가장 놀라운 순간은 체험자가 HMD를 벗었을 때라고 즐겨 말하곤 한다. 그때 체험자는 가상현실이 전하지 못하는 미묘한 감각의 총체가 자신에게 쏟아지는 경험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빛의 섬세한 단계적 차이, 냄새, 살갗을 타고 움직이는 공기의 느낌, 손에 있는 헤드셋의 무게와 토크 등이 느껴진다. … 물론, 많은 사람이 가상현실 포르노를 이용할 것이다. 그러나 그건 실제와 가까운 수준에 결코 이르지 못할 것이다. -73~74쪽

공감은 고정된 특성이 아니다. 공감할 수 있는 역량은 문화와 문화의 가치를 전파하는 미디어 기술로 바꿀 수 있다. 더 좋게도, 더 나쁘게도 만들 수 있다. 훈련 중 특정한 유형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감정에 둔감해지도록 할 수 있다. 다른 유형은 공감을 끌어올릴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공감력을 키우는 최상의 방법은 ‘조망 수용’이라는 심리적 과정이다. 즉,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세상을 상상하는 과정이다. … 물론 어떤 미디어도 다른 사람의 주관적인 경험을 온전히 갈무리하지 못한다. 그러나 가상현실은 실제로 보이는 일인칭 관점 경험을 풍부하게 불러옴으로써 새롭고 공감을 끌어올리는 특성이 있어 보인다. 우리는 난민에 대한 언론 보도와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지만, 이들 기존 미디어는 수용자가 상상력을 많이 발휘할 것을 요구한다. 내레이션은 캠프 생활에 대해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지만 실제 캠프에서 사는 것이 어떤지는 잘 전하지 못한다. 우리의 정신적인 자료실에는 난민이 되는 게 어떤지 상상할 적합한 광경, 소리, 이야기가 없다. 가상현실은 캠프의 환경, 거주 구역의 비좁음, 캠프의 크기를 전할 수 있다. -111~113쪽

통증으로부터 주의를 분산시키는 가상현실의 이점에 대한 증거가 늘어나면서, 우리는 점점 더 가상현실이 전 세계에서 모든 종류의 육체적 통증을 관리하기 위해 활용되고 주사기와 치과용 드릴 앞에서 움찔하는 사람들의 불편과 걱정을 덜어주는 것을 보게 된다. 가상현실은 또 지루하고 불편한 재활 훈련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훈련을 더 잘 받게 돕는다. -198쪽

사람들은 내게 종종 ‘무엇이 가상현실의 킬러 앱이 될 것인가’를 묻는다. 이 값비싸고 솔직히 거추장스러운 기술 장치가 대중적으로 채택되도록 할 콘텐츠는 무엇일까? 적어도 혼자 해야 하거나, 함께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이 너무 제약되는 그런 것들은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 마치 완전히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정상적으로 가상공간에서 다른 사람들과 말하고 교류할 수 있을 때, 가상현실은 필수 기술이 될 것이다. … 사람의 사회적인 상호작용의 미묘함, 즉 얼굴 움직임이나 보디랭귀지, 눈빛으로 표현되는 것들을 가상현실이 어떻게 포착하고 전할 수 있을까? 가상현실이 넘어야 할 도전은 인간 경험의 풍부하고 복잡함이다. 아바타를 진짜처럼 만들려면 우리는 인간들이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실생활에서 우리의 일상적인 만남을 진짜로 여기게 한다. -225~2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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