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은 롯데 감독시절 사직구장을 가리켜 “세계 최대의 노래방”이라고 했다. 3만명 가까운 팬들이 들어차 한 목소리로 외치는 응원가는 메이저리그에서 쉽게 보기 힘든 장면이다. 사직 노래방을 더욱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은 ‘봉다리 응원’이다. 쓰레기를 되담아가는 비닐 봉지에 바람을 넣어서 머리에 쓴다. 오렌지색이었던 ‘봉다리’는 롯데 팀 컬러와 같은 붉은색으로 바뀌었다. 사직구장에 일제히 붉은 봉다리가 올라가는 장면은 장관이다.
대전 구장에는 더욱 짜릿한 ‘시그니처’ 응원이 펼쳐진다. 8회가 되면 한화 팬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선다. 홍창화 응원단장이 심호흡 끝에 구령을 외치면 한화 팬들이 일제히 목청놓아 “최, 강, 한, 화”를 외친다. 음악도 없고, 앰프도 꺼진 상태에서 목소리만으로 울려퍼지는 ‘최강한화’ 육성응원은 한화 선수들에게 힘이 될 뿐만 아니라 함께 모인 팬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다. 경기에 지고 있어도, 지고 있지 않은 것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오랜 암흑기, 한화 팬들을 ‘보살팬’으로 불리게 만든 것은 ‘나는 행복합니다’ 응원가와 함께 지고 있어도 응원의 힘을 놓치지 않은 ‘육성응원’ 덕분이다.
KBO리그의 가장 큰 특색으로는 뉴욕 타임스에도 소개된 ‘빠던(빠따 던지기, 배트 플립)’이 유명하지만, 각 구단이 펼치는 경기 후반 ‘시그니처 응원’도 빠질 수 없다. 롯데의 봉다리 응원, 한화의 육성응원만 있는 게 아니다.
두산의 시그니처 응원은 야간 경기 때 더욱 빛난다. 7회말 또는 8회말 공격을 앞두고 잠실구장 1루쪽 관중석에서 휴대전화 조명이 켜지기 시작한다. ‘봄여름가을겨울’이 부른 ‘브라보 마이 라이프’ 합창이 펼쳐진다. 경기의 승리 여부와 관계없이 같은 팀을 응원하는 ‘동지’들과 함께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합창하는 경험은 야구를 넘어 특별한 감정을 갖게 만들기 충분하다.
LG팬들이 경기 막판 펼치는 시그니처 응원 ‘승리의 함성’도 특별하다. 응원가 ‘승리의 노래’는 LG팬들의 오랜 열망이 응원과 노래 분위기에 더해져 특별한 분위기를 만든다.
지난해 우승팀 SK는 새 시즌을 앞두고 경기 후반 시그니처 응원에 변화를 줬다. 7회에는 한화와 비슷한 육성응원을 추가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때 시작해 큰 호응을 얻었다. 독특한 몸동작이 추가됐다는게 한화 응원과 다른 점이다. 8회에는 시그니처 응원곡인 ‘연안부두’를 합창하는 응원이 펼쳐진다.
새로 만든 창원NC파크에서 시즌을 여는 NC도 응원에 변화를 줬다. 7회에는 새로 만든 LED 조명의 효과를 이용해 ‘랠리 타임’ 응원을 펼친다. 야구장이 클럽처럼 번쩍인다. 8회에는 ‘다이노스 타임’ 응원을 펼친다. 이번에 새로 만든 응원가와 함께 응원 타올을 흔드는 응원이다. 타올을 빙빙 돌리는 응원은 메이저리그 구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응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