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투자 별따기? 사람을 봅니다…엄정한 컴퍼니비 대표

입력 : 2019.04.15 08:17 수정 : 2019.04.16 14:53

모든 스타트업의 꿈이 있다면 바로 탄탄한 VC(벤처캐피탈)로 부터 안정적인 투자를 받은 것이다.

하지만 엄청난 아이디어와 이를 현실로 이룰 만한 기술력을 갖고 있다해도 많게는 수 백억원을 위험성 높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만큼, VC로부터 투자를 받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 여기에 어떤 VC를, 어디서 어떻게 만날 수 있는 지는 또 다른 숙제다

이런 고민을 해결해 주는 존재, 스타트업과 VC, 그리고 정부지원 프로그램 사이를 보다 빠르게 연결해주며 때로는 스스로가 VC가 되기도 하는 엔젤기업들이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자동차의 가속장치와 같은 이름의 ‘액셀러레이터’라고 부른다. 스타트업들의 초기자금부터 멘토링까지 지원해주는 기업들로 대형 VC들에 비해 투자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다양한 인프라를 제공할 뿐 아니라 경영·마케팅에도 도움을 주는 기업이다.

대표적인 액셀러레이터가 바로 경기도 성남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컴퍼니비(Company B)’다. 과기정통부의 ‘SW고성장 클럽 200’을 비롯해 신용보증기금의 ‘Start-up NEST’ 등 정부·기관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의 운영사로서 수 많은 스타트업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컴퍼니비의 엄정한 대표를 만났다.

“액셀러레이터는 기업을 스타로 만드는 일종의 연예기획사 라고 생각해요.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스타트업을 발굴, ‘액셀러레이팅’을 통해 더 큰 투자를 받고 매출도 내서 큰 성공을 거두는 것이 중요하죠.”

한국 밴처의 요람, 판교테크노밸리 내 화랑공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엄정한 컴퍼니비 대표.

한국 밴처의 요람, 판교테크노밸리 내 화랑공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엄정한 컴퍼니비 대표.

현직 변리사이기도 한 엄정한 컴퍼니비 대표는 전공에 맞게 주로 기술기반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기술’이라는 최소한의 기반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 컴퍼니비는 그 기술이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초기 비즈니스 아젠다를 설정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사업방향 전환 등의 ‘피벗(Pivot)’을 통해 실제 매출이 일어날 수 있도록 돕는다. 반면 기술이 없는 경우, 대표자의 아이디어를 위해 기술자를 모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효율 면에서 손실이 크다고 한다.

“컴퍼니비 또한 일종의 투자조합입니다. 성공적인 결과를 위해서는 투자한 기업의 가치가 빠르게 올라야 하는데, 기업가치가 보유기술 수준에 비해 과할 경우 수익을 내기가 어렵죠, 그래서 이미 많이 성장한 회사보다는 3~4명으로 구성된 팀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컴퍼니비는 주로 5000만원에서 1억원까지의 시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더 큰 투자가 필요할 경우에는 정부·기관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대부분의 VC는 사람을 먼저 보죠. 그 다음이 팀이에요. 따라서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좋은 팀이 유리합니다. ‘우는 아이 떡 하나 준다’라는 말처럼 스타트업이 우리와 다양한 소통을 하며 장단점을 공유할 때, 더 많은 도움을 드릴 수 있기 때문이죠. 그것이 액셀러레이터로서의 존재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홈브루 파티’다.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 저녁, 경기창조혁신센터 7층에서는 컴퍼니피가 주관하는 ‘즐거운 발표회’가 열린다. 주로 7~8개의 스타트업 팀이 참가해 5분씩 발표를 이어가며, 발표가 모두 끝난 뒤에는 피자와 맥주를 먹고 마시며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스타트업을 위한 파티다.

“홈브루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서류심사 등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메일을 통해 저희에게 요청만 하시면 되죠. 서류심사를 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선입견을 갖지 않기 위해서에요. 누가봐도 정말 말이 안 되는 아이템을 가진 팀에게도 발표의 기회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매달 컴퍼니비가 주관하는 ‘홈브루 파티’ 현장. 주제에 제한없이 누구든 발표할 수 있으며,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 맥주와 피자를 나누는 콜라보레이션이 이루어진다. 오른쪽 아래가 엄정한 대표.

매달 컴퍼니비가 주관하는 ‘홈브루 파티’ 현장. 주제에 제한없이 누구든 발표할 수 있으며,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 맥주와 피자를 나누는 콜라보레이션이 이루어진다. 오른쪽 아래가 엄정한 대표.

투자를 결정한 스타트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업체를 묻는 질문에 엄 대표는 익살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최근 ‘가슴이 커지는’ 석고팩 개발에 성공한 스타트업이 있어요. ‘안티그래비티’라는 업체인데 이미 유럽에서 임상을 거쳤고 해외바이어들로부터 잇따라 러브콜을 받고 있어요. 국내에서도 한 대학병원과 함께 임상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투자기준에 맞게 관련 기술에 대한 원천 특허를 가진 업체죠. 또 한 업체가 있다면 ‘크라우드웍스’라는 스타트업이에요.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기업들이 서비스에 필요한 사진이나 영상, 소리 등을 확보하려면 정말 만만치 않은 재원이 필요하죠. 이런 소스를 일반인들과 연결해 제공받는 서비스에요. 기업은 보다 저렴하게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고 정보 제공자들은 이에 대한 보상을 받는 획기적인 서비스, 서비스를 위한 서비스인 것입니다.”

투자가 필요한 스타트업들에게는 이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VC의 투자성향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찌보면 기본적인 것인데 이를 방심하는 경우가 많아요. 투자유치과정에서 이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컴퍼니비의 예를 들면 저희는 기술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O2O서비스나 핀테크 분야는 저희와 결이 다른 것이죠. 이 경우 액셀러레이터나 VC에게 수 백억원 가치의 사업계획서를 내밀어 봐도 답이 나오지 않아요. 이럴 때 흔히 무시당했다고 생각하기 일수지만 사실 시작부터 잘못된 제안이었던 거죠. 또 하나는 비즈니스모델이라는 가설을 입증하는 과정입니다. 사업의 성공가능성을 투자자들에게 묻는 것은 소용이 없습니다. 직접 그 가설, 그 가설의 가능성을 입증해야 스토리가 형성되죠. 사업계획이라는 가설을 입증하는 과정의 증거자료(성장지표)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구성하느냐가 액셀러레이터나 VC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컴퍼니니비의 또 다른 미팅, ‘오피스아워’. 편안한 토크쇼 방식으로 진행되는 오피스아워는 엄정한 대표의 사회로 비즈니스모델, 기술적 우월성, 재무전략 등을 이야기 나눈 뒤, 앤젤투자사들과 함께 투자결정을 하는 투자심의 기구다.

컴퍼니니비의 또 다른 미팅, ‘오피스아워’. 편안한 토크쇼 방식으로 진행되는 오피스아워는 엄정한 대표의 사회로 비즈니스모델, 기술적 우월성, 재무전략 등을 이야기 나눈 뒤, 앤젤투자사들과 함께 투자결정을 하는 투자심의 기구다.

■Company B는?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중소벤처기업부 공인 액셀러레이터다. 지난 2013년 BLT 특허법률사무소를 개업한 엄정한 대표가 1000여 개의 스타트업을 만나 이들의 고충을 스스로 느끼면서 시작된 투자사다. ‘Company Builder’의 약자로 ‘Business를 이해하는 강한 Startup의 육성’ 이라는 슬로건을 갖고 있다. 공동창업자 3명(엄정한 대표, 배성환 이사, 이호현 이사)와 주주 16명 그리고 조합원 45명 규모의 개인투자조합 형태로 구성돼있으며 현재 하드웨어 (IoT, 헬스케어, 카, 로봇) 및 콘텐츠 (문화기술, AR/VR, AI, Fashion, Sports)분야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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