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 아나운서 처음으로 육아휴직 후 복귀한 케이블채널 MBC스포츠플러스 김선신 아나운서. 사진 박민규 선임기자
흔히 우리나라 ‘스포츠 중계의 꽃’이라 불리는 여성 스포츠 아나운서. 이들을 통칭하는 수식어로 흔히 ‘꽃’이 자주 쓰이곤 하지만 이들의 실제 삶은 화려한 꽃과는 거리가 있다. 전문가 수준의 팬들이 즐비해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스포츠 지식을 갖춰야하고, 아나운서로서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전달력, 순발력, 해설능력도 겸비해야 한다. 또한 팬들의 눈에 띄기 위한 외모관리를 포함한 자기관리도 있어야 한다. 지방출장이 많고 야근이 많은 탓에 이들의 직업수명은 그리 길지 않다.
이러한 한국 스포츠채널의 풍토에서 MBC스포츠플러스 김선신 아나운서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그는 2011년부터 방송을 시작한 올해 9년차의 스포츠 아나운서이면서 결혼과 출산, 육아의 과정을 거치면서도 직업과 직장을 놓지 않는 선례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김선신 아나운서는 지난 2017년 3월 결혼해 지난해 7월30일 딸을 낳았고, 지난 2월 복귀해 7개월의 육아휴직을 쓴 ‘최초의 여성 스포츠 아나운서’라는 기록도 만들었다.
“요즘 제 생활을 정리하자면요. 피곤으로 시작해서 피곤으로 끝나는 것 같아요.(웃음) ‘육아맘’이 ‘슈퍼맘’이라는 이야기가 실감나고 있죠. 이전에는 일을 하면서도 그렇게 피곤하지 않았는데 이제 육아가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알게 됐어요. 그래도 일을 하는 ‘워킹맘’이 되려면 가정생활이든 육아든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고들 하는데 그 짐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자부심은 있어요.”
지난 7개월의 육아휴직 기간은 그에게 대학입학 이후 쉼 없이 달려온 삶을 돌아보는 기간이 됐다. 매일 방송을 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 늦게까지 TV도 보고, 잠도 자는 호사(?)도 누렸다. 하지만 이 기간은 길지 않았다. 아이는 금방금방 자랐고, 아이와 하루종일 집에서 씨름을 하다보니 일주일, 한 달, 7개월이 금세 지나갔다.

스포츠 아나운서 처음으로 육아휴직 후 복귀한 케이블채널 MBC스포츠플러스 김선신 아나운서. 사진 박민규 선임기자
“복직을 하면서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당시 인기있던 드라마 <스카이 캐슬>의 성대모사를 찍어 올렸는데요. 선배와 동료들이 ‘그 끼를 휴직기간 동안 어찌 참았냐’고 놀라워하시더라고요. 다시 돌아온 일터가 참 많은 감정을 교차하게 했어요. 요즘은 일을 하러 오면 아이 생각에 집에 가고 싶고, 집에 있으면 또 일을 하러 가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이렇게 기회를 얻고 일을 할 수 있는 건 행복한 거죠.”
흔히 육아휴직을 택하는 여성들이 갖는 ‘경력단절’의 우려, 김선신 아나운서에게도 없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직업의 수명이 짧은 여성 스포츠 아나운서로서 그러한 걱정은 더욱 컸다. 하지만 그에게는 우선순위가 가족이었고 가족을 선택하려면 경력이 단절되더라도 감당해야 했다. 다행이 스포츠 아나운서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는 MBC스포츠플러스의 방침이 그에겐 결과적으로 도움이 됐고, 임신 당시에도 심야방송은 제외해주는 등 배려를 받아 편하게 경력을 이어갈 수 있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난 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후배들을 가르칠 때도 부모의 입장에서 보게 되고, 선수들이 힘들어 할 때도 ‘누군가의 귀한 자식일 텐데’ 하는 생각에 같이 눈물이 나더라고요. 사람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진 것이 자연스럽게 선수 그리고 그 종목에 대한 폭넓은 이해에 영향을 주더라고요. 올해는 누군가가 실책을 해도 단순히 이를 전달하기 보다는 선수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빠르게 변하는 스포츠 현장의 흐름, 이를 따라잡는 일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특유의 악바리 근성에 긍정적인 성격으로 복직 이후 곧바로 일본 오키나와로 떠난 스프링캠프 취재도 적응해냈다. 그는 올해에는 스포츠 아나운서로의 일 외에도 ‘유튜버’로서 새롭게 거듭났다. 스프링캠프 취재 때부터 시작했던 유튜브 채널을 더욱 발전시켜 ‘선신TV’라는 채널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방송사 카메라에 찍히는 일 말고도, 스스로 자신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촬영해 편집하는 일까지 같이 하고 있다. 육아에, 일에, 유튜브까지. 눈코 뜰 새 없다.

스포츠 아나운서 처음으로 육아휴직 후 복귀한 케이블채널 MBC스포츠플러스 김선신 아나운서. 사진 박민규 선임기자
“힘들어도 편집작업에서 오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지금까지는 아나운서로서 말하는 일에 신경을 썼다면 지금은 PD의 연출과 영상 편집이 어떤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체감하고 있죠. 초반에는 유튜브에서 스포츠 아나운서의 일상을 주로 전했는데요. 여기에서 임신과 출산, 육아 등의 정보를 전하는 채널로도 확장해볼까 해요. 사실 저도 그 모든 것을 준비할 때 아무도 말해주지 않아 혼자 찾는 일이 많았거든요. 이 일들을 준비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고 싶어요.”
스포츠 아나운서로서 9년차. 이제는 현장을 뛰는 일 못지않게 그 이후의 방향을 고민하는 시기도 다가왔다. 심지어 그는 많은 후배 여성 스포츠 아나운서들의 주목도 받고 있다. 과연 자신의 일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는 일인지, 그들은 ‘김선신 선배’의 사례를 보면서 자신을 투영하고 있을 것이다. 그걸 아는 이상 시간을 허투루 보낼 수 없다. 최근에는 MBC에브리원 <대한외국인>을 비롯한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했고,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에 대한 생각도 많이 생겼다.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그저 열심히 최선을 다하다 보면 길의 열릴 것 같고, 그 길을 가며 겁을 먹거나 하지 않게 지금부터 준비하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 회사 뿐 아니라 타사의 후배들도 인터뷰를 통해서 저를 제일 존경하고 닮고 싶은 모델로 꼽아줬을 때, 제 일상이 힘들지만 ‘나를 바라보는 후배들이 있구나’ 생각하게 돼요. 제 길이 저한테만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후배들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죠.”
올해 MBC스포츠플러스는 프로야구 KBO리그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를 모두 중계하는 기존의 시스템에 ‘야생마’ 이상훈 해설위원과 LG, 두산, KIA 등을 거친 심재학 해설위원이 새롭게 합류했다. 현장을 누비는 어린 1~2년차 아나운서 최은지, 김희주 아나운서에 김선신 아나운서의 공백을 메운 박지영 아나운서의 건재도 큰 자랑거리다. 하지만 여전히 ‘톡톡튀는’ 김선신 아나운서는 “올해 MBC스포츠플러스의 가장 큰 강점은 김선신의 복귀”라고 웃으며 말한다.

스포츠 아나운서 처음으로 육아휴직 후 복귀한 케이블채널 MBC스포츠플러스 김선신 아나운서. 사진 박민규 선임기자
“이제는 입사 당시부터 좋아해주신 분들은 눈에 익었고 응원도 많이 보내주셔서 ‘같이 늙어간다’는 느낌을 받아요. 이런 분들은 심지어 결혼식 축의금도 주시고, 저희 결혼기념일도 챙겨주시죠. 저와 MBC스포츠플러스, <베이스볼 투나잇>을 사랑하고 공유한다는 느낌을 받아요. 제 방송과 유튜브 채널 ‘선신TV’ 많이 사랑해주세요. 오래오래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