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도 긴 3년이었다. 하지만 시련은 끊이지 않았다. 다시 노래할 수 있게 된 가수 이하이의 요즘은 기쁘고 행복하면서도 뜻밖에 찾아온 시련에 근심이 드리우기도 했다. 하지만 데뷔 때부터 품었던 ‘소울 스타일’ 보컬 스타일의 길, 회사는 회사고 이하이는 이하이다. 그의 예술세계는 계속 이어져야 하고, 성장도 끊어지지 않아야 한다. 이하이는 2016년 나온 정규 2집 <서울라이트(Seoulite)> 이후 3년 1개월 만에 EP <24도씨(24℃)>를 발매했다.
3년의 공백은 그 스스로에게도 무대에 대한 갈증이 커진 기간이었고, 팬들은 더 했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그의 음악적 지향점은 훨씬 세분화됐고, 창법과 기교 역시도 성장했다. 이하이가 내놓은 곡은 과거 선배가수 한영애가 불러 히트했던 노래와 같은 제목인 ‘누구 없소’다. 최근 논란으로 결국 회사를 떠나고 만 아이콘의 비아이(B.I)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결국 비아이가 논란으로 회사에서 나갔고 그의 목소리 역시 이하이의 음악방송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그에게는 무엇보다도 먼저 이렇게 3년의 장기공백이 있게 된 이유부터 물어야 했다.
- 3년2개월 만의 앨범이다. 이렇게 공백기가 길어진 이유는?
“타이틀곡이 없어서였다. 수록곡도 좋지만 타이틀곡도 계속 작업을 했다. 사실 준비기간이나 오디션 없이 빠르게 데뷔를 했기 때문에 그동안 모자라다고 느꼈던 부분을 메울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 그동안 나아진 부분이 있었나? 이번 앨범에 주력한 부분은?
“노래도 마찬가지지만 감정표현도 그렇고 여러 부분이 자연스럽게 발전이 된 것 같다. 저번 공백 때도 그런 생각을 했는데 이번 공백기에는 조급한 마음을 먹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려고 했다, 이번 앨범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담으려고 했다. 어릴 때는 회사에서 정해준 대로 한 것이 많지만 이번에는 그 과정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 참여했다. 그러면서 내린 결론은 더 좋은 노래가 있다면 앨범이 나왔겠지만 좋은 노래가 없었기에 못 나왔던 듯하다.”
- 한영애의 히트곡 ‘누구 없소’가 떠오른다.
“강렬한 트랙이었다. 처음 들었을 때는 ‘내가 했을 때 잘 어울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가사와 멜로디가 잘 어우러져 비교적 빠르게 타이틀곡으로 정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선배님의 노래로 너무 익숙한 멜로디가 있었고 선배님 목소리의 힘이 다른 가수들과는 다르셨다. 걱정이 많았지만 ‘누구 없소’ 작곡가 분께서 고맙다고 좋다고 해주셔서 좋았고, 선배님 역시 ‘잘 바꿔줘 기쁘다’고 말씀해 주셨다고 한다.”
- 그룹 아이콘의 비아이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는데?(인터뷰 당시는 비아이의 탈퇴가 있기 전이었다)
“동갑내기 친구라 작업을 하자는 이야기가 많았다. 기회가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비아이가 참여해 중간의 애드리브도 살아났다.”
- 2012년 SBS <K팝스타>로 데뷔하고 벌써 데뷔 8년차를 맞았다.
“오디션으로 어린 나이에 데뷔해 이미지가 너무 한 쪽으로 각인되면 어떡하나 생각했다. 어린 소녀로 보이는 부분이 많은데 오히려 그게 내 장점이라고도 생각한다. 성장하는 모습을 결국 다 봐주시니까 응원해주시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 이하이의 성장은 지난 <서울라이트> 앨범의 타이틀곡 중 하나였던 ‘한숨’에서도 많이 드러났던 것 같은데.
“그때는 너무 힘들었는데 그 노래를 듣고 치유를 받았다. 그래서 욕심을 낸 부분도 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오히려 요즘에는 더욱 여유롭게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예전에는 마냥 ‘어른아이’ 같은 느낌이 있었다. 밖에서 볼 때는 어른스럽지만 아이인 것이다. 이번에는 침착하게 기다리고 스스로 조급함을 갖지 않는다는 부분에서는 성숙해진 것 같다.”
- <K팝스타>에 나가지 않았다면 지금 이하이는 어떤 모습일까.
“성격이 내향적인 것 같다. 일을 하면서 성격이 많이 바뀌었는데 바뀐 모습에 만족한다. 내게는 필요한 부분이었다. 이런 과정이 없었다면 아마 대학생이지 않았을까 싶다. ‘혼술(혼자마시는 술)’을 좋아해서 술을 많이 먹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노래를 부르고 듣는 걸 즐기니까 결국 어떻게든 가수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자신에게 어울리는 장르는? 그리고 해보고 싶은 장르는?
“내 입으로는 좀 쑥스럽지만 화려한 보컬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알앤비(R&B)나 소울 장르가 편하다. 하지만 펑키한 노래를 많이 하고 싶고, 힙합도 좋아한다. 특히 예전 느낌의 ‘올드스쿨 힙합’을 좋아한다. 소울이나 알앤비, 힙합 모두 크게는 한 장르인데, 그런 장르를 해보고 싶다.”
- 악동뮤지션 이수현과 함께 한 유닛 ‘하이수현’을 기다리는 팬들도 많다.
“같이 하고 싶었는데 원래 찬혁의 군 입대 기간이 좋았다. 하지만 짧게(?) 느껴지고 있다. 악동뮤지션과 함께 해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수현이도 솔로를 준비하고 저도 준비했다. 언젠가 같이 준비해보고 싶다.”
-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너무 오랜만에 봬서, 항상 말만하게 돼서 미안하고 기다려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앞으로 다양한 활동을 할 테니 관심을 갖고 응원해주시면 좋겠다.”
- 스스로도 많은 부분 슬럼프를 겪고 주변의 도움으로 일어났다고 말했는데, 주변에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한 마디 전한다면?
“우리는 칭찬하는 말보다는 채찍질에 익숙한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마음에 공간이 줄고 결국 슬럼프로 이어진다. 스스로라도 수고했다는 말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완벽했으면 하는 마음보다는 사람마다 타이밍이 있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스스로에게 하는 칭찬에만 인색하지 않다면 슬럼프를 넘어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