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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선수협, FA ‘4년 80억’ 상한제 수용키로

입력 : 2019.07.18 11:00 수정 : 2019.07.18 13:50
이대호가 지난 3월 선수협 회장으로 선출된 뒤 기자회견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대호가 지난 3월 선수협 회장으로 선출된 뒤 기자회견 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FA(자유계약선수) 제도 개혁에 큰 희망이 생겼다. 선수들이 FA 계약 상한제를 수용하기로 했다.

프로야구선수협회는 지난 15일 10개 팀 선수단 대표로 꾸려진 이사회를 열고 FA 제도 개선안에 대해 협의했다. 지난해 9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10개 구단이 제안했던 4년 80억원 상한제를 중심으로 한 몇가지 사안에 대해 팀별로 의견을 수렴했고 이날 모인 자리에서 논의한 결과 선수협은 일단 FA 상한제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FA 자격 취득기간 1년 축소와 보상규정 완화(보상선수 폐지), 최저연봉 인상 등 다른 안건들을 구단들이 수용해줘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지만 ‘80억원’을 떠나 상한제 자체를 반대했던 지난해 입장에서 크게 물러났다.

FA제도가 바뀌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대박을 칠 수 있는 몇 명의 선수들의 문제가 아니라 중소형 선수들의 발을 묶는 보상 제도에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KBO가 FA 등급제와 함께 제시한 개선안의 골자가 FA 계약 총액 최대치를 4년 계약시 80억원으로 제한한다는 것이었다. 선수협은 당시 완강한 거부 의사를 드러냈다. 당시 김선웅 선수협 사무총장은 “선수협은 FA 계약 규모에 상한을 둔다는 것 자체에 반대한다. 일부 선수만 반대하는 것이 아닌 저연차 선수들도 반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장 시즌 뒤 FA 자격 취득을 앞둔 일부 대어급 선수들의 반발이 컸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있다. 당시 즉각 KBO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기까지 해 결과적으로는 FA 제도 개선의 협상 통로를 막아버렸던 선수협은 지난 5월 제소도 취하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FA 제도 개선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선수협은 연봉이 높은 몇 선수만을 위한 단체가 아니다. 그러나 지난해 선수협이 KBO의 제안을 단박에 거부한 결과, ‘최대어’로 불렸던 양의지는 4년간 총액 125억원에 NC로 이적해 ‘대박’을 쳤지만 대부분의 30대 고참인 중소형 FA들은 계약기간부터 싸워야 했고 결국은 2~3년에 20억원대 이하로 소속팀에 잔류했다. 보상 규정에 발이 묶여 대부분이 원소속구단 외에는 협상할 여지도 없었기 때문이다. 롯데와 2억원 차이를 좁히지 못한 투수 노경은은 현재 ‘FA 미아’가 돼있다. 역대급 한파를 직접 목격한 선수들이 결국 공동의 위기의식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FA상한제를 받아들이는 데 적극 동의한 한 중고참급 주축 선수는 “나이 많은 선배들이 잘 뛰다가도 FA를 선언하면서 야구를 그만 두게 되는 일이 자꾸 발생하기 때문에 상한제를 두더라도 보상규정은 반드시 수정해야 한다. 하지만 구단들도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구단의 한 고참급 선수 역시 “FA 계약이 100억까지 간 것은 구단들과 선수들이 같이 만든 결과다. 다만 지난해 (선수협이) 제안을 받았을 때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생각은 든다”고 밝혔다.

이사회에 참석했던 각 선수단 대표는 지난 16~17일 각 선수단에 이사회 회의 결과를 알렸다. 선수협이 KBO에도 이 사실을 알리고 KBO가 차후 단장회의를 통해 선수협의 입장을 전달하면 구체적인 협상이 이뤄질 전망이다. 선수협은 FA 상한제를 받아들이는 대신 보상권에서 보상선수를 없애자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지난해 KBO와 10개 구단이 연봉 기준으로 A~C등급으로 나눠 보상규정을 완화하려 제안한 등급제와는 조금 다르다.

지난 3월, 이대호(롯데)를 회장으로 선출해 2년 여 동안 공석이던 회장직을 채운 선수협은 이후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제는 구단들이 받아들일지가 변수다. 지난해 선수협과 협의가 불발된 뒤 역대급 FA 냉기와 그에 따른 여론을 지켜본 구단들로서는 오히려 급할 것이 없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선수협이 한 발 물러선 이제는 구단들의 의지가 FA 제도 개혁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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