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유치’하랴, ‘사과 홍보’ 하랴…열일하는 허필홍 홍천군수

입력 : 2019.11.03 08:38 수정 : 2019.11.03 12:39
허필홍 군수가 홍천군 내의 한 사과밭에서 합격사과를 자랑해 보이고 있다. 사진 홍천군청 제공

허필홍 군수가 홍천군 내의 한 사과밭에서 합격사과를 자랑해 보이고 있다. 사진 홍천군청 제공

“홍천을 대한민국 대표 건강놀이터로 만들겠다.”

홍천은 전국에서 면적이 가장 넓은 기초자치단체다. 서울의 3배인 1819.60㎢에 이른다. 그중 85%가 산림지역으로, 팔봉산·공작산·가리산·계방산 등 한국 100대 명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다. 여기에 예부터 영동과 영서를 이어온 홍천강이 수려한 물줄기를 뽐내며 관내를 젖줄처럼 흐른다. 그냥 눈길을 돌리면 그곳이 명승지이고, 곳곳이 쌀·인삼·잣 등을 쏟아내는 곡물창고다. 이처럼 산 좋고 물 좋은 홍천에서 가장 바쁜 농부는 단연코 허필홍 군수다.

홍천초·중·고를 거쳐 강릉대학교(현 강릉원주대학교) 회계학과를 졸업한 그는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제4·5대 홍천군 의원을 지낸 후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민선 5기 제41대 홍천군수를 지냈다. 민선 6기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지난해 치러진 민선7기 선거에서 재신임을 얻었다.

다시 주민들의 부름을 받은 허 군수가 가장 애쓰는 것은 홍천을 ‘대한민국 대표 건강놀이터’로 만드는 일이다. 빼어난 자연환경을 활용해 홍천을 힐링도시로 만들겠다는 요량이다.

“전국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지닌 홍천은 다른 시·군을 거치지 않고 군 안에서 143㎞ 굽이굽이 흐르는 홍천강을 비롯해 이름난 명산과 전국 최대 규모의 잣나무숲 등 빼어난 자연자원을 갖고 있다. 이곳에서 고랭지 채소는 물론 고추와 인삼·잣 등 전국 제일을 자랑하는 먹거리들이 많이 생산된다. 여기에 공작산의 수타사를 비롯해 신비한 절경을 뽐내는 용소계곡 등 명승 관광지도 수두룩하다. 이러한 자연조건과 농특산물 등을 활용하면 홍천군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나아가 전 세계인에게 건강과 즐거움을 안겨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허 군수는 특히 수도권과 1시간여밖에 걸리지 않는 지리적 이점을 살린다면 홍천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건강놀이터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실제로 홍천은 동서울터미널에서 버스로도 1시간1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서울의 위성도시와 다름없다.

합격사과 홍보에 여념이 없는 허필홍 군수. 사진 홍천군청 제공

합격사과 홍보에 여념이 없는 허필홍 군수. 사진 홍천군청 제공

홍천을 건강놀이터로 만드는 여러 기초작업 가운데 허 군수가 부쩍 신경 쓰는 일이 ‘철도 유치’다. 이는 단순히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소멸 위기’에 처한 홍천을 살리는 기반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현재 전국에는 ‘거주인구 3만명 미만’ 등 정주여건 악화로 소멸 위험에 놓은 기초자치단체지가 24곳 있다. 홍천도 그중 하나다. 홍천의 경우 인구는 약 7만명이지만, 1㎢당 인구밀도가 40명을 밑돌며 군 전체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에 국토의 균형발전과 소멸 위험이 높은 기초자치단체의 상생을 도모하기 위해 지난달 16일 ‘특례군 법제화 추진협의회’가 출범했고, 허 군수가 부회장을 맡았다. 허 군수는 “소멸 위기에 몰린 소도시를 살려내기 위한 특례군의 법제화는 시대적 소명이다. 국토 균형발전과 실질적인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철도 연결도 홍천을 소멸 위기에서 건져낼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용문까지 개설된 철길을 홍천까지 연장하는 것은 그동안 30년간 추진돼 온 홍천의 숙원사업이다. 지난 2008년에는 정부에서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예산까지 편성해 당시 주민들에게 큰 희망을 안겼지만, 결국 무산됐다. 이에 허 군수는 내년에 세워질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1~2030)에 ‘용문~홍천 간 전철’과 ‘원주~홍천~춘천 간 철도’를 합한 T자형 철도망을 포함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난여름의 태풍을 견뎌내고 탐스럽게 익어 예쁘게 포장된 ‘합격사과’. 사진 홍천군청 제공

지난여름의 태풍을 견뎌내고 탐스럽게 익어 예쁘게 포장된 ‘합격사과’. 사진 홍천군청 제공

허 군수는 “홍천군은 수도권과 인접한 지역이지만, 철도가 경유하지 않고 계획조차 없는 도내 유일한 ‘철도 서비스 소외지역’이다”라며 “철도사업은 지방분권시대의 대형 국책사업으로 효율성보다는 사회적 가치와 공공성·동반성장 등의 측면에서 검토돼야 하는 일로, 바람직한 지방분권의 실현과 지역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홍천군의 철도 유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했다.

허 군수는 특히 홍천군은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지만 군사시설보호구역과 상수원보호구역 등 개발규제에 묶이는 등 그동안 국가안보와 자원보호 차원에서 피해를 감수해 온 만큼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허 군수는 옥수수·고추·인삼·잣 등 지역 농특산물 마케팅에도 분주하다. 그중에서도 요즘에는 사과에 꽂혔다. 허 군수는 “예전에는 남쪽이 사과의 주산지였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이제 홍천군이 사과재배에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추게 됐다. 해발 300~400m의 재배지와 적당한 일교차가 사과를 맛있게 여물게 한다”며 “특히 올해는 태풍이 연이어 불어닥쳤지만 사과가 떨어지지 않아 ‘합격사과’라는 명품 사과를 만들어 시판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거센 비바람을 이겨내고 맛있게 익은 합격사과로 영양을 보충하고, 좋은 기운도 받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허 군수는 ‘합격사과’를 한국의 대표 브랜드로 만드는 것은 물론 대만과 중국 등에 수출할 계획도 세워 놓았다. 전국에서 가장 넓은 기초자치단체인 홍천에서 가장 바쁜 농부가 허필홍 군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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