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대호 경기도의원이 최근 수원에 있는 경기도의회에서 ‘사람 중심, 민생 중심, 의회다운 의회’라는 경기도의회 슬로건을 가리키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세훈 기자
“학교 운동부 문제는 대학입시 제도에서 기인한다. 학생선수를 괴롭히는 걸 멈추고 대입제도부터 고쳐야 한다.”
축구 선수 출신 황대호 경기도의원(33·더불어민주당 수원 4)은 올해 내내 정부와 교육기관으로부터 ‘범죄단체’로 취급받은 학교 운동부 구하기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위원인 황 의원은 최근 각종 관내 감사에서 학교 운동부를 무시하고 없애려는 교육 공무원들을 비판하고 있다. 황 의원은 막무가내식으로 윽박지르지 않고 정확한 수치, 현장목소리, 체육 중심 철학 등을 바탕으로 상당히 논리적으로 상대를 설득하고 있다.
황 의원은 최근 수원에 있는 경기도의회에서 한 인터뷰에서 △경기도 학교 운동부 감소 원인과 잘못된 대책 △스포츠혁신위원회가 내놓은 학생선수 인권을 무시하는 권고안 △비리 운동부 지도자로 인해 학생선수들이 받는 피해 등에 대해 뚜렷하게 소신을 밝혔다. 황 의원은 동시에 실질적으로 실현 가능한 대안들도 제시했다. 황 의원은 “학교 운동부를 범죄집단으로 호도하면서 궁극적으로 없애려는 방침만 나오고 있다”며 “대입제도, 지자체 인프라 확충, 학교·클럽 상생방안, 지도자 이력 관리 등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방안들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학교 운동부가 급감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014년부터 약 300개가 없어졌다. 교장들이 일방적으로 없애버린 게 대부분이다. 5년 동안 징계받은 지도자는 50명 정도인데 왜 300개나 없어지나. 지도자가 잘못했는데 왜 학생들이 피해를 보나. 자연스러운 학생 감소로 인한 선수 수급 부족 때문이라는 교육청 설명은 말도 안 된다. 교육청이 선수 수급이 안 되게 환경을 만들었다. 운동부에 말도 안 되는 지침을 요구했고 위장전입을 이유로 압박했다. 제도와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고 운동부만 옥죈 결과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대표적인 게 52시간 근무다. 교육청은 여름 각 학교에 운동부 지도자 52시간 근무 준수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학교 직종이 20개가 넘는데 왜 운동부 지도자만 콕 집었나. 스포츠혁신위원회는 주말 대회를 하라는데 교육청은 52시간 근무를 지키라고 한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하란 말인가. 52시간 근무 방침 때문에 운영이 어려워진 경기도 학교 운동부가 900여개 중 15%다. 52시간 근무 지침을 어기면 2000만원 이하 벌금, 2년 이하 징역이라는 공문을 받은 학교장이 운동부를 운영하고 싶겠나.”
-학생선수는 기숙사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곳도 있다는데.
“고교 기숙사는 합법이다. 그런데 어떤 학교는 학생선수만 나가라고 한다. 모학교 운동부는 엄마가 지방에서 와 있는데 교장이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아빠까지 오라 한다. 다른 지역 학생들 안 받겠다, 운동부 운영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교육 기관들은 학교 운동부를 범죄집단으로 보는 것 같다.
“지도자가 잘못했다고 학교장을 무조건 벌하는 규정이 개선돼야 한다. 지도자 잘못이 명백하면 학교장은 면책해주고 지도자만 엄벌하면 된다. 일반 교사들의 경우에는 교사 잘못이 뚜렷하면 교사만 징계를 받는다. 그런데 운동부에서는 사고가 발생하면 탈탈 털기식 감사가 이뤄지고 학교장이 책임진다. 심지어 학교별로 돌아가면서 받는 교육청 지정 감사조차 운동부가 있는 학교는 무조건 받아야 한다. 어떤 교장이 운동부를 운영하고 싶겠나.”
-비리를 저지른 지도자는 일벌백계해야 한다.
“100% 동의한다. 지금은 지도자가 운동부를 먼저 그만두면 징계위원회가 안 열린다. 지도자가 학교를 떠나도 징계위원회는 열려야 한다. 징계 이력을 남겨야 하고 보존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이전 학교에서 큰 잘못을 한 지도자가 다른 곳, 다른 학교에서 일하기 힘들다.”
-지도자가 잘못했다고 운동부가 없어지는 경우도 많다.
“언남고 축구부는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지도자가 잘못했는데 왜 축구부를 없애나. 왜 학생들이 피해를 봐야 하나. 몇몇 학생 선수들이 다른 학교로 갔다. 남은 선수들은 사설클럽을 만들어 학교 밖에서 운동할 것이다. 축구부는 법적 테두리 밖으로 밀려나고 학부모 비용만 늘어난다. 언남고 감독은 학생들을 연고대 등 명문대학교로 많이 보냈다. 감독 본인 잘못도 크지만 그가 제왕적 지위를 누린 근본적인 배경은 대입제도다. 명문대 축구부에 들어가려면 좋은 대회 성적이 필요하다. 이런 입시제도를 바꾸지 못하면 운동부 관행은 없어지지 않는다.”
- 경기도교육청은 학교 운동부 대안으로 G스포츠클럽 정책을 펴고 있다.
“공공 스포츠클럽을 운영해 학생선수, 일반인, 전문 선수를 모두 육성하고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교육청과 지자체가 클럽 지도자 월급을 반반씩 대는 구조다. 계약 기간은 1년이다. G스포츠는 학교 운동부에 대한 대안 모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간과한 것은 인프라가 부족한 지자체가 대다수라는 점이다. 학교마다 학업 일정도 다르다. 지도자 처우도 열악하고 계약 기간도 짧아 고용이 불안하다. 교육청과 지자체는 예산 수립 및 집행 시기도 다르다. 이런 부분을 말끔히 정리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이 나와야 한다.”
-G스포츠클럽 제도가 실행된 지 2년째다.
“없어진 300개 학교 운동부를 학생 수로 따지면 5000명은 될 것이다. 5000명 중 G스포츠클럽에 얼마나 남아 있나. 다수가 다른 학교로 갔거나 편법 합숙하며 사설 클럽에 있다. 어머니가 지방에서 올라와 자녀를 챙기는 곳도 있다. 이런 생활을 하는 건 학생과 학부모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아니다. 자기 집에서 자기가 원하는 운동을 등하교하면서 할 수 있는 인프라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학교 운동부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학교 운동부가 줄면서 클럽 위주로 간다는 걸 인정한다. 나는 연착률 방안을 마련해 모두 상생하는 그림을 그려보자는 것이다.”
-대안은.
“이대로 가면 학교 운동부는 5년 안에 30~40%가 없어진다. 교장이 해체한다면 막을 수 없다. 종목별 거점형 학교를 세운 뒤 학군별 전입 문제를 풀어주자. A학교에 다니면서 운동은 인근 B학교에 등록하게 하는 식이다. 이때 교육청과 지자체는 운동부에 대한 학교장 책임을 덜어줘야 한다. 또 경기도를 4개 권역으로 나눠 체육 중점 센터를 만들자. 지금 경기도에 한 곳뿐인 경기체육중학교와 고등학교를 4개씩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본인이 원하는 운동을, 시설이 좋은 학교로 등하교하면서 하는 것이다. 필요하면 기숙사도 만들어 교육적으로 운영하자. 지금 당장이라도 운동부를 잘 운영하면 학교, 교원에게 가점을 주자. 소년체전 메달을 땄다고만이 아니라 운동부를 교육적으로 잘 키운 학교를 포상하자는 것이다.”

황대호 경기도의원이 이달 초 경기도의회에서 시작된 제340회 정례회 교육행정위원회 2019년도 행정사무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경기도의회 홈페이지
-스포츠혁신위원회 권고 중 많은 것이 운동부 활동 제한으로 연결된다.
“혁신위 취지에는 동감한다. 그런데 접근법과 방법론에는 반대한다. 혁신위가 특정 선수 미투 사건 연장선에서 만들어진 것부터 잘못됐다. 99% 학생 체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왜 1% 학교 운동부를 이용하나. 그 1%에서 체육 정상화 방안을 찾는 건 말이 안 된다. 비선 실세 딸이 말을 타면서 특혜를 받았다면 그걸 못하게 하면 되지 애꿎은 학생선수들을 괴롭히나. 그리고 메달이 목표인 학생선수가 잘못됐다고 말하는 건 그 학생의 인권을 무시하는 것이다. 정부는 학교 운동부가 ‘잠재적인 비리와 폭력집단’ ‘공부안하는 무식한 학생선수’라는 식으로 호도되는 걸 막아야 한다.”
-혁신위가 현장 목소리를 무시했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최저학력제는 이미 있는 정책인데 마치 새 정책인 것처럼 꺼내 들었다. 학생선수는 대부분 최저학력제에 도달하고 있다. 최저학력제에 이르지 못해 보충수업을 받는 비율은 3% 미만이다. 혁신위가 최저학력제를 거론하려고 했으면 데이터를 갖고 잘된 부분과 잘못된 부분을 정확하게 지적하면서 발전 방안을 논의했어야 했다. 혁신위에는 보편적인 지도자, 보편적인 체육인이 없다. 운동보다는 공부를 많이 한 교수, 국가대표로 성공한 선수 출신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체대 교수 600명이 혁신위 권고안에 동의했다고 그걸 체육계 전체 동의라고 간주하는 건 오만이다. 학생선수, 학부모, 지도자 등 이해 당사자들의 사회적 발언권이 보장되면서 나온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 그걸 바탕으로 아래에서 만들어져 올라가는 정책이어야만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
-혁신위 권고안이 각 학교에 내려가고 있다.
“교육청은 ‘운동부 해체를 의도하지 않았다’ ‘운동부 지도자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결국은 운동부 해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혁신위는 ‘올바른 방향인데 왜 반대하냐’며 반대쪽을 적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현장에서 반대 목소리가 많이 나온다는 것은 현장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학생들을 갖고 왜 실험하려 하는가.”
-정부가 학교 운동부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운동부 문제는 근본적으로 교육문제에 기인한다. 학교 운동부도 대입 입시 제도에 맞춰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운동부 문제를 해결하려면 교육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정부가 대학교와 함께 대승적으로 입시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지자체가 학교와 지역 운동 시설 확충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관리·감독권을 행사해야 한다. 학생들과 지역민이 학교 또는 인근에서 웬만한 운동을 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지금 학교마다 다른 학업 일정을 일관성 있게 짜고 체육활동도 필수과정에 넣어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이 오후 3시쯤 수업을 마친 뒤 2시간 정도 운동한 뒤 다시 뭐가 원하는 걸 더 할 수 있다. 교육부는 국어, 영어, 수학을 최저학력 평가 과목으로 정했다. 그런데 그게 모든 학생에게 똑같이 적용돼서는 안 된다. 학생선수들은 문화·체육계 인재들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해야 한다.”
-요즘 학생선수의 꿈은 정말 다양하다.
“나는 대한체육회 진로지도 강사로 일하면서 학생선수를 많이 만났다. 이들 모두 선수가 되고 싶은 건 결코 아니다. 정말 다양한 꿈을 가진 친구들이 많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학생들은 운동과 학업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운동하면서 다른 꿈을 꾸지 못하는 환경, 그걸 개선해야 한다.”
-명문대입학, 직업 선수 등 두 가지를 모두 원하는 학부모도 문제다.
“부모가 바라보는 세상에 아이들을 조각해서 끼워 넣지 말아야 한다. 두 가지를 다 잡을 수 없다. 50 더하기 50이 100이 되는 것이다. 100 더하기 100으로 200을 만들려 하면 안 된다. 학생선수들은 고등학교에 가면 자신이 직업 선수가 될 수 있는지, 없는지 스스로 안다. 그런데 부모가 명문대 입학과 직업선수 두 가지에 모두 욕심을 내니까 학생들이 저항하지 못하고 끌려가는 것이다. 결국 부모도 지도자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지 않나.”
-황 의원은 대학교까지 전문 축구 선수로 활약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 3년까지다. 이후 대학 축구부 지도자로 일했고 대한체육회와 프로축구단에서 행정도 봤다. 나는 최저학력제, 합숙소 폐지방침이 나오기 시작한 2002년 전후 축구 선수를 한 세대다. 당시에도 학생선수를 문화체육계 인재로 키우는 교육과정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직접 사교육비를 내고 과외공부를 했다. 당시에도 돈을 달라는 지도자들이 있었다.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 많은 걸 참아야 했다. 그런데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게 별로 없다. 여전히 많은 어려움을 학생선수, 학부모가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학교 밖으로 쫓겨나면서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
■ 황대호 의원은?
황대호 의원(1986년생)은 수원 율전초와 율전중, 수원공고를 나왔다. 축구 특기자로 세경대학에 입학한 뒤 명지대 경기지도학과로 편입하면서 선수를 그만뒀다. 성균관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숭실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프로축구단 수원FC에서 일했고 서울대학교 축구부 코치도 했다. 호서대 스포츠과학대학원에서 코칭론을 강의했다. 대한축구협회 강사, 대한체육회 진로교육담당자로 일한 경험도 있다. 2010년 염태영 수원시장 선거 때 청년정책 보좌관으로 정치에 참여했다. 2018년 경기도의원(더불어민주당 수원4)이 됐고 지금은 의회운영위원회위원 겸 교육행정위원회위원이다. 황 의원은 의정활동은 물론 체육 관련 토론회 등에 토론자로 참석하면서 체육계 마지막 구원투수로 활동하고 있다. 황 의원은 “학생 선수들이 고통받는 걸 해결해주려면 법과 제도를 고쳐한다고 생각해 기초의원이 아니라 광역의원이 되는 길을 택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