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회 롯데 감독이 지난 연말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프로야구 감독 자리는 ‘독이 든 성배’다. 롯데 감독의 성배에는 ‘독 중의 독’이 들었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인기팀이다. 관심도 높지만 성적이 좋지 않을 때에는 팬들의 질타 수위도 상당하다. 롯데 감독들의 머리카락은 유독 빨리 하얗게 센다. 경기 후에는 남몰래 속을 끓이며 술, 담배로 스트레스를 푸느라 몸이 상한다.
2020시즌부터 롯데를 이끌 허문회 롯데 감독(48)은 ‘독중의 독’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벌써부터 길에서부터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팬들의 악수를 받는다는 허 감독은 “조금 더 불편해질 것 같다”고만 말했다. 신문도 잘 보지 않는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피규어 수집이라는 다소 건전한 취미를 택했다.
허문회 롯데 감독이 지난 연말 스포츠경향과 인터뷰를 하면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자신만의 철학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롯데 감독 면접을 볼 때에도 ‘감독이 되겠다’는 생각보다는 자신의 가고자하는 방향을 풀어냈고 결국 최종 낙점자가 됐다. 그는 “롯데가 꼴찌를 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라고 했다. 지난 연말 스포츠경향과 만난 허 감독은 ‘꼴찌 탈출’에 대한 철학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코치진과 3일간의 대화…“자신을 위해서만 살았으면”
허문회 감독은 지난해 11월 김해 상동구장에서 진행한 마무리캠프에 합류 후 첫 3일 동안은 코치진과 ‘프리 토킹’ 시간을 가지며 선수들 인식을 바꾸는 데에 주력했다. 허 감독은 “선수들이 자신을 위해서 살았으면 좋겠다. 남의 눈치를 보는 걸 바꿔줬으면 했다. 선수 몇명에게 물어봤는데 무조건 ‘네’만 하더라. 환경은 거친데, 착하게만 하루하루 지나온 것 같았다”고 했다.
코치의 지도 방식에 ‘미심쩍다’라고 생각해도 표현하지 못 하는 선수들이 태반이었다. 허 감독은 “선수들은 개인 사업자다. 필드에 들어오면 팀 워크가 필요한 단체 종목이지만 개인 사업자같이 움직여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인식 변화에 집중했다”고 했다.
2019시즌 롯데가 최하위로 떨어진 데 대해 허 감독은 “2018년에 구승민, 김건국 등 좋은 투수들이 성장하고 있어서 이렇게까지 떨어질 줄 몰랐다. 예상 밖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식이 바뀌면 무궁무진한 팀이 될 수 있다. 다른 팀들도 꼴찌를 하다가 올라간다던가 순위가 두 계단 상승한 팀들도 있지 않나. 선수들과 얼마나 소통하고 눈빛만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KBO리그 10개 구단 모두 평준화가 되어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포수 문제? 박세혁, 하재훈 안 나오리란 법 없다.
롯데의 가장 큰 과제는 포수다. 강민호(삼성)가 자유계약선수(FA) 계약으로 떠난 뒤 두 시즌 동안 빈 자리가 컸다. 나종덕, 안중열, 김준태 등으로 채워지지 못했다. 포수진 부진은 마운드로도 연결됐다. 2019시즌 롯데의 팀 평균자책은 4.83으로 가장 높았고 폭투는 103개나 됐다. 롯데는 비시즌 동안 지성준을 트레이드로 영입했지만 여전히 물음표다.
허 감독은 긍정적이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사례는 2019시즌 팀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던 두산 박세혁이다. 허 감독은 “박세혁을 보면서 느낀 점이 있다. 비단 포수 뿐만 아니라 SK에서는 하재훈이라는 새로운 인물도 나오지 않았나. 다른 팀들의 새 얼굴이 나오는걸 봤을 때 롯데 안에서도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 선수들도) 세혁이 못지 않게 할 수 있지 않겠나. 롯데가 이렇게 될지 몰랐던 것처럼”이라며 “대신 존중과 배려를 하면서 믿어야 한다”고 했다.
■프로세스와 공존하는 법
롯데가 스토브리그 동안 가장 화제를 모은 건 감독보다 프런트의 행보다. ‘프로세스’를 앞세운 성민규 롯데 단장이 한화와의 2대2 트레이드를 성사시키는 등 파격적인 행보가 이어졌다. 최근에는 배터리 코치로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행크 콩거(한국명 최현)를 영입했다. 일각에서는 감독의 권한이 축소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허 감독은 “옛날에는 감독이 모든걸 다 관여했다”며 “하지만 나는 성단장이 나보다 더 전문가라 생각한다. 나는 필드에서 16년 정도 일했다. 성 단장과 내가 서로 분업화 잘 돼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감독으로서 1군에 있는 선수들이 잘 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장점을 살려줘야한다”며 “나는 구단 운영에 있어서는 오히려 짐을 던 것 같다”고 말했다.
■승리 확률 높이기 위한 데이터야구, 나만의 비법도 있어
허 감독은 데이터 활용에 일가견이 있는 지도자다. 키움 시절에도 데이터 야구에 대한 능력을 인정받았다. 허 감독은 “데이터라는 건 오늘 써먹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두 명의 선수를 두고 판단할 때 한 선수를 선택하는 판단을 할 때 확률을 높이는 것”이라며 “나머지 하나는 비법이다. 결정할 때 감을 더하는 나만의 비밀이 있다”고 자신했다.
허 감독은 데이터를 ‘우왕좌왕하지 않게 해 주는’ 조력자로 생각하고 있다. 그는 “일상 생활에서도 빅데이터를 활용하지 않나. 사람이 선택을 할 때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경기 한 경기 승리의 확률을 높이다보면 좋은 성적이 날 것이라는 믿음을 드러냈다. 허 감독은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1승을 하고, 여기에 승리가 하나씩 더해질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하다보면 준플레이오프, 이어서 한국시리즈까지 갈 수 있다. 일단 최상의 컨디션의 선수를 쓰면서 한 경기에만 최선을 다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