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병헌, 사진제공|쇼박스
배우 이병헌이 또 해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서 중앙정보부장 김규평 역을 맡아 관객을 홀렸다. 개봉 이후 9일째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고 있다.
“흥행에 관한 큰 욕심은 없어요. 다만 제가 출연하는 영화 때문에 손해보는 사람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천만 영화’가 꼭 되어야 한다기 보다는, 서운해하는 사람만 없었으면 하고 바랄 뿐이죠.”
‘흥행메이커’임과 동시에 누구보다도 빨리 할리우드 진출에 성공한 케이스이기도 하다. 먼저 할리우드 문턱을 넘은 터라 최근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개부문에나 후보로 이름을 올린 ‘기생충’(감독 봉준호)이 남다르게 느껴진다고도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로스앤젤레스에 가서 업계 사람들을 만났는데 ‘기생충’에 관한 반응이 정말 뜨겁더라고요. 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직접 듣고 온도를 체감하고 왔거든요. ‘기생충’이 이번에 아카데미를 뚫어줘야 이후에도 우리 작품들이 더 진출할 수 있어요. 그래야 한국영화가 활화산처럼 힘을 받을 거고요. 배우로선 부럽기도 해요. 할리우드와 작업은 해봤어도 아카데미 시상식 진출은 또 다른 거잖아요. 기념비적인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아카데미 회원이라 투표권이 있는데, 한번도 행사해본 적은 없었거든요? 이번에 해보려고요. 하하.”
‘스포츠경향’과 최근 만난 이병헌은 ‘남산의 부장들’을 정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솔직한 의견부터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과 호흡 등을 담백하게 털어놨다.
■“‘남산의 부장들’ 제 작품이지만, 웰메이드예요”
‘남산의 부장들’에 대한 자부심은 컸다.
“데뷔하고 지금까지 ‘기술시사’에 간 적은 한번도 없어요. 완성본을 보고 싶어서죠. 그런데 이번엔 처음으로 기술시사에 참석했어요. 꼭 와줬으면 하더라고요. 다른 건 몰라도 ‘영화 잘 만들었네’란 생각은 확실히 들더라고요. 이미 웰메이드 작품이었어요.”
현대사 중요한 사건을 다룬 작품이라 정치적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 그가 출연을 결정하기 전 이런 부분을 예상 못하진 않았을 터다.
“이 작품이 누군가를 영웅화하거나 정치적 견해를 강조하려 했다면 출연하지 않았을 거예요. 물론 정치물이란 장르와 소재에 대한 고민은 있었지만, ‘남산의 부장들’ 이야기 자체가 힘 있고 캐릭터의 심리가 세밀하게 그려져 있어 매력적으로 다가오더라고요. 어차피 배우는 인물의 감정을 연기하는 건데, 김규평의 미묘한 심리 변화를 연기해야 한다는 것에 흥미가 느껴졌죠.”
해석에 있어서도 조심스러웠다.
“촬영 전부터 우민호 감독과 대화를 많이 했어요. 역사적 미스터리를 영화 안에서 조금이라도 규정지으면 안 된다고요. 영화가 끝나도 더 많은 이야기가 파생될 수 있도록 미스터리로 남겨야 한다고 했죠.”
■“정치 욕심? 사실 잘 몰라요”
이번 작품에선 쟁쟁한 배우들과 자웅을 겨뤘다.
“가장 놀라게 한 배우는 곽도원이에요. 같은 감정을 변주하는 것에 선수더라고요. 매 테이크 다른 감정을 던지는데, 정말 마술사 같았어요. ‘내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구나’ 생각할 정도로 긴장했죠. 상대에 온전히 귀 기울여야 했고요.”
이희준, 이성민의 연기에도 애정을 표현했다.
“이희준이 연기한 캐릭터는 굉장히 심플한 캐릭터지만, 흠칫흠칫 놀랐던 적도 있었어요. 있는 대로 소리 지르고 사람 앞에서 면박 주는 장면이요. 실제라면 엄청 화가 날 수도 있겠다 싶어, 감정 이입하는데 굉장히 도움이 됐죠. 이성민은 분장부터가 신기했어요. 분장하고 찍은 집무실 사진을 보는데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호흡 맞출 때에도 감탄할 수밖에 없었고, 연기하는 것에 더 도움이 됐어요.”
개인적으로 정치 입문을 생각해본 적 있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그는 손사래를 치며 정치를 모른다고 했다.
“정치 욕심? 전혀 없어요. 그런 쪽에 지식이 있지도 않아요. 제 영화 중 ‘광해’나 ‘내부자들’도 정치적 시선으로 해석하곤 하는데, 찍을 땐 그렇게 바라볼 줄 몰랐고요. 그냥 전 이야기가 좋고 인물의 감정선이 흥미로우면 작품을 선택하는 것 뿐이거든요.”
관심 있는 건 오로지 하나다. ‘연기’다.
“배우를 오래 할 수 있다는 건 누군가 찾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그 위치에 계속 있으려면 어마어마한 노력이 필요하기도 하고요. 전 그렇게 오랫동안 작품이 기대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 바람이 제 연기 활동의 원동력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