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영웅본색’의 왕용범 연출(왼쪽)과 출연 배우 유준상. 사진 제공 빅픽쳐 프로덕션
배우 유준상과 왕용범 연출이 뮤지컬 ‘영웅본색’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드러냈다.
지난달 17일 막을 올린 뮤지컬 ‘영웅본색’은 1908년대를 뜨겁게 달궜던 동명의 홍콩 영화를 원작으로 각색해 만든 뮤지컬로, 홍콩의 뒷골목을 배경 삼아 우정과 가족애 등의 주제를 다뤘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유준상과 왕 연출의 동반 인터뷰에서 유준상은 먼저 “10년 전 왕 연출이 ‘영웅본색’을 꼭 뮤지컬로 하겠다며 함께 만들어가자고 했다. 그 꿈을 이뤘고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고 영광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라이선스 뮤지컬이 아닌 창작뮤지컬이 잘 돼야 한다는 절실함이 커요. 그래서 TV 출연도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창작뮤지컬은 정말 열심히 홍보를 하지 않으면 관객들이 존재조차 모르기도 하니까요. 다행히 우리 작품은 영화 같다는 호평이 많아요. 배우들도 감탄이 나오는 열연을 하고 있고, 화려한 무대를 꾸며주는 LED 패널은 브로드웨이나 라스베이거스 공연에서도 볼 수 없을 정도의 수준이고요. 지금 놓치면 조만간 라스베이거스에 가서 보셔야할 걸요?”(유준상)
뮤지컬 ‘영웅본색’ 출연 배우 유준상. 사진 제공 빅픽쳐 프러덕션
뮤지컬 ‘영웅본색’은 동명영화의 명성과 화려한 캐스팅으로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무대 위 1000여장의 LED 패널로 구현한 홍콩의 거리다. 홍콩의 뒷골목에서 세계 제일을 자랑하는 화려한 홍콩의 야경 등 순식간에 변하는 배경으로 실제 영화와 같이 자연스럽게 극이 이어지면서 몰입도를 높인다.
“홍콩은 빛의 도시니까 LED나 발광 소재를 많이 사용하자 했어요. 보통 뮤지컬에서 장면들이 20개에서 많으면 40개 정도인데, 우리는 107개에요. 거의 영화 같은 템포로 이어지는데, LED 영상을 통해 그런 장면들의 소화를 용이하게 하고 싶었죠. 화질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배경이 배우와 바로 붙기 때문에 실사 같은 느낌이 아니면 이질감이 생기니까요. 패널을 다층으로 배치해서 최대한 입체적으로 보이게 했죠. 덕분에 영화 못지 않은 빠른 템포나 장면적인 풍성함, 그런 부분들을 관객들이 좋아해주는 것 같아요. ‘아이맥스관에서 보는 뮤지컬’이라는 찬사도 들었죠.”(왕용범)
“처음 연습할 때 어떻게 진행되는 건지 어리둥절 했는데, 무대 리허설 때 배우들 모두 감탄했죠. 내가 걸어가면 패널을 통해 저절로 신이 바뀌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흐름이라 한 신이라도 놓치면 전체적으로 다 깨지니까 초 단위로 끊임없이 연습했어요. 무대 위에서 영화를 찍는 것 같은,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어요. 또 하나의 벽을 넘는 작품이 될 것 같아요.”(유준상)
‘영웅본색’의 도전은 국내 무대만을 노린 게 아니다. 아시아 및 전 세계 전역의 원작 영화 마니아층을 겨냥해 세계 무대로 뻗어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창작뮤지컬인데도 큰 투자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화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에요. 홍콩 영화라는 게 전 세계에 마니아가 있잖아요. 이들을 겨냥하자 생각했죠. 실제로 일본과 라스베이거스 쪽에서 보러 오겠다고 하더군요. 친구를 위해 희생하고 의리에 목숨을 거는 것을 ‘더치페이 세대’인 젊은 세대가 이해할 수 있을까 고민도 됐지만, 오히려 신선해하는 것 같더라고요. LP의 감성을 CD 이상의 음질로 듣는달까요. 기존 세대는 향수에서 오는 만족감을, 새로운 세대는 뉴트로적인 재미를 느끼실 거에요.”(왕용범)
뮤지컬 ‘영웅본색’의 왕용범 연출. 사진 제공 빅픽쳐 프러덕션
유준상과 왕 연출이 깊은 인연을 오래도록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두 사람의 국내 창작뮤지컬에 대한 뜨거운 열정 덕이다. ‘삼총사’ ‘잭 더 리퍼’ ‘프랑켄슈타인’ ‘벤허’, 그리고 ‘영웅본색’까지 벌써 다섯 작품을 통해 연출과 배우로 만나며 서로를 이끌어 주고 있다. 왕 연출은 동생과 친구를 위해 희생하는 인물 ‘자호’를 두고 “평상시 유준상의 모습과 많이 닮아 캐스팅했다. 힘든 창작뮤지컬 공연에 발벗고 나서주는 유준상은 내 인생의 ‘자호’”라고 극찬을 전했다.
“유준상에게는 신작을 할 때 가장 먼저 연락해요. 무대에서 결국 중요한 건 배우의 에너지인데, 고지식할지는 몰라도 유준상은 무대에서 ‘뼈를 가는’ 정성을 들이거든요. 제일 먼저 대본을 외워서 후배들이 싫어하는 배우기도 해요.(웃음) 그래서인지 유준상이 참여하는 공연들은 다른 배우들도 그 어느 공연보다 큰 에너지를 내고 화합도 좋아요. 그런 모습이 항상 신뢰가 되고, 점점 상업화 돼가는 무대에 본이 되고 기둥이 되는 배우지 않나 생각해요. 유준상의 팔순잔치 선물로 예술의전당에서 유준상의 일인극 ‘노인과 바다’를 개막하는 게 목표에요.(웃음)”(왕용범)
이들의 국내 창작뮤지컬에 대한 기대는 미래를 바라본다. 과거 미약했던 국내 뮤지컬 시장이 현재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처럼 훗날에는 미국의 브로드웨이나 영국의 웨스트엔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리라는 믿음을 표했다.
“1990년대 초만 일본에서 공연을 보며 우리는 언제쯤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했어요. 어느 순간 ‘프랑켄슈타인’을 하면서 이제는 우리가 넘어설 수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제가 매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보고 오는데 이번에 ‘영웅본색’을 하면서는 우리 이야기가 해외에 가더라도 전혀 손색이 없고 또 사랑 받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우리 다음 세대 친구들은 외국에서 BTS(방탄소년단) 이상으로 뮤지컬 배우로서 이름을 날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유준상)
“‘프랑켄슈타인’을 할 때 다들 그걸 어떻게 뮤지컬로 만드냐고 우려했어요. 근데 국내 흥행은 물론 일본에 최초로 수출한 뮤지컬이 됐죠. ‘영웅본색’도 걱정을 받았지만, 세계시장의 시선을 받고 있고요. 국내 영화가 ‘어벤져스’ 같은 마블 시리즈와 싸워야 하듯이 뮤지컬도 경쟁작이 ‘오페라의 유령’이고 하니 국내 창작이 쉽지 않아요. 그럼에도 그런 콘텐츠들과 비교해서 부족하지 않으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요. 창작 초연은 위험부담도 있고 변화도 많고 해 스타배우들이 잘 안 하려고 하는데, 유준상은 ‘우리는 우리의 뮤지컬을 해야한다’면서 배우로서 희생하고 투자해주니 너무 고맙죠. 계속되는 노력에 또 많은 관객분들이 힘을 보태주시면 언젠가 유준상 배우를 해외 무대에서 ‘오리지널팀 배우’로 만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왕용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