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 김희애는 악녀 메데이아였다

입력 : 2020.04.23 13:34 수정 : 2020.04.26 11:25
‘부부의 세계’ 지선우는 그리스신화 ‘메데이아’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캐릭터다. 메데이아는 배신한 남편의 복수를 위해 아들들을 살해하기에 이른다. 사진 JTBC

‘부부의 세계’ 지선우는 그리스신화 ‘메데이아’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캐릭터다. 메데이아는 배신한 남편의 복수를 위해 아들들을 살해하기에 이른다. 사진 JTBC

JTBC 금토극 ‘부부의 세계’가 입체적인 캐릭터들의 향연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기존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캐릭터들의 변주는 시청자에게 신선함을 가져다준다. 불안정한 정서로 남편에 대한 복수에 매진하는 여주인공 지선우나 모성을 거부하는 아들 준영처럼 말이다.

특히 지선우의 캐릭터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가 다소 극단적인 행동으로 반감을 사기도 하는 양면성을 가진 캐릭터. 원작 ‘닥터 포스터’의 작가 마이크 바틀렛(Mike Bartlett)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메데이아(Medeia)에서 영감을 받아 ‘닥터 포스터’를 집필했다고 전한다. 사람의 행동과 그 행동을 뒷받침하는 이유에 대해 늘 생각해왔다는 그는 메데이아의 신화에서 ‘사랑’이라는 약한 고리에서 기인하는 ‘관계’, 그리고 ‘부부’라는 숭고한 인연의 속성을 찾으려했다고 밝혔다.

‘신화 원형적 관점에서 보는 드라마 캐릭터’를 연구 중인 안동대 융합콘텐츠학과 김공숙 교수는 신화적 관점에서 지선우의 캐릭터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그리스 신화 속 콜키스 공주, 메데이아는 사납고 적극적이고 분노를 폭발하는 복수하는 여성의 원형이다. 그리스 비극 작가 에우리피데스의 짧은 희곡으로도 유명하다. 메데이아는 황금양털을 얻으러온 이아손의 사랑을 얻기 위해 아버지와 조국을 배신하고 남동생까지 죽게 함으로써 사랑하는 영웅 남성의 위업 달성을 도와주고자 하지만, 결국 믿었던 남편에게 버림받는다”고 설명한다.

‘부부의 세계’ 지선우는 그리스신화 ‘메데이아’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캐릭터다. 메데이아는 배신한 남편의 복수를 위해 아들들을 살해하기에 이른다. 그림은 외젠 틀라크루아의 1938년작 ‘격노한 메데이아’.

‘부부의 세계’ 지선우는 그리스신화 ‘메데이아’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캐릭터다. 메데이아는 배신한 남편의 복수를 위해 아들들을 살해하기에 이른다. 그림은 외젠 틀라크루아의 1938년작 ‘격노한 메데이아’.

■이태오의 재혼과 성공

김 교수에 따르면 메데이아는 자신을 배반한 남편 이아손을 파멸시키기 위해 복수의 화신으로 변한다. 이아손이 왕위에 오르기 위해 코린토스 공주와 정혼하는데 결혼식 날 공주 옷에 독을 묻혀서 불타 죽게 한다. 왕 또한 딸을 구하려다가 불타 죽는다.

이는 왕위에 오르기 위해 공주와 정혼하는 이아손과, 재혼을 통해 지역 유지인 장인의 자금력을 이용해 2년 만에 ‘천만관객’ 영화 제작자로 금의환향한 이태오의 입신양명이 오버랩되는 지점이다.

■지선우, 복수의 도구 아들

신화로 연상되는 드라마의 두 번째 장면은 메데이아가 이아손 사이에 낳은 두 아들을 복수의 도구로 이용해 해한다는 점이다. 메데이아의 목적은 이아손에게 고통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접적으로 이아손을 해치지는 않는다.

아들 준영을 숨긴 후 이태오를 자극하기 위해 내뱉는 지선우의 대사 “널 고통스럽게만 할 수 있다면 난 뭐든 할 수 있어. 평생 자식 잃은 지옥 속에서 사는 소감은 어때?”는 아들을 죽인 엄마 메데이아의 대사였다.

김공숙 교수는 “메데이아는 후대의 많은 작가들이 이를 차용해 작품화했던 캐릭터다. 인간 욕망에 대한 이야기. 현재 드라마화 되기에도 아주 좋은 신화적 모티프이기 때문”이라며 “결국 원형적 캐릭터와 사건은 시공을 초월해 반복되어 나타나며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단 인기의 관건은 오래된 보편적 이야기와 캐릭터의 원형을 현 시점 분위기와 문제의식으로 잘 변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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