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달인’ 짙어지는 설정의 향기

입력 : 2020.04.27 07:15 수정 : 2020.04.27 07:16
2005년부터 시작한 SBS 장수 교양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 당초 기획의도와 달리 과장된 연출로 의심되는 장면들이 간혹 등장해 시청자들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2005년부터 시작한 SBS 장수 교양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 당초 기획의도와 달리 과장된 연출로 의심되는 장면들이 간혹 등장해 시청자들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생활의 달인’에 나오는 음식의 조리법은 늘 경이롭다.

SBS 교양프로램 ‘생활의 달인’ 속 음식의 달인들은 최고급 숙성 재료들로 정성들인 공정을 거쳐 저렴하고 맛있는 서민 음식들을 탄생시킨다. 가성비와 ‘가심비’를 초월한 마법 같은 음식을 보고 있노라면 달인에 대한 존경을 넘어 경이로운 감정 마저 든다. ‘기드 미슐랭’은 왜 이런 식당을 그냥 지나치는 건지 통탄스럽다.

하지만 값비싼 식재료로 값싼 음식을 만드는 것도 한두번이지, 그런 신비한 능력이 꼬리를 물다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생활의 달인’ 한 장면을 보자. 왕겨와 염장 죽순 등 온갖 재료로 닭갈비용 닭을 숙성한다. 정작 닭갈비에는 부드러운 다리살만 발라 쓰고 나머지 부위는 쿨하게 육수행이다. 해당 음식점을 검색해보니 200g 1인분에 1만1000원이다. 수지타산이 안맞을 정도다.

숙성의 끝을 보여준 호떡 편도 입이 떡 벌어진다. 호떡 재료인 찹쌀밥은 두릅을 얹어 찐다. 봄 한 철 잠깐 모습을 드러내는 비싼 산나물 두릅이 반죽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향을 위함 첨가제로 쓰인다. 그 이에도 창포묵, 병아리콩, 표고, 말린 우엉등이 1개당 1000원짜리 호떡을 위한 밑밥 재료다. 이는 호떡을 가장(?)해 황송스런 ‘금떡’의 탄생했다.

3000원짜리 떡볶이 달인은 문어 육수를 만들고 1000원짜리 꽈배기 달인은 가리비 육수를 쓰기도 한다. 탕수육에 쫄깃하고 감칠맛을 더하기 위해 시중에 쉽게 구하기도 쉽지 않은 한약재, 말린 철갑상어 부레를 사용하기도 한다. 어느 수육에는 돼지고기 삶는 물에 치아시드, 초과, 청장, 명란 청주 같은 들어도 뭔지 모르는 식재료을 이용한다.

시청자는 그저 감탄할 따름이다. 한 포털게시판 누리꾼들은 “임금님 수라상도 저런 정성을 들이지 않을 텐데” “5성급 호텔에 들어가는 호떡인가?” “재료를 하도 달여서 ‘달인’인가?” 등의 의견을 남겼다.

과거 자신이 달인으로 출연한 ‘생활의 달인’이 다소 설정과 조작이 있었다고 폭로한 한 유튜버. 사진 SBS, 유튜버 캡처

과거 자신이 달인으로 출연한 ‘생활의 달인’이 다소 설정과 조작이 있었다고 폭로한 한 유튜버. 사진 SBS, 유튜버 캡처

한 시청자는 ‘생활의 달인’ 촬영지로 선정된 자신의 지인 식당 에피소드를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먼저 프로그램에 촬영 요청을 받았고 제작진들은 듣도보도 못한 귀한 식재료들을 가져와 직접 설명하더라. 레시피는 작가들이 써준다”며 “그 분도 ‘생활의 달인’ 출연 명패가 매출에 도움이 되니 어쩔 수 없다며 촬영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실제 ‘생활의 달인’ 편에 나온 음식점들은 방송 후 각종 경제지나 인터넷 매체에 다수 보도되면서 실제 사람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며 맛집으로 유명세를 치르기도 한다.

‘인터넷 먹는 방송의 달인’으로 출연한 한 유튜버도 자신의 채널을 통해 ‘생활의 달인’이 조작 방송임을 주장했다. 방송 중 그는 각종 배달 음식점 전화번호를 술술 외우는 장면이 등장했는데 그는 “30만원 받고 2박3일 촬영했다”며 “누가 배달 음식점 전화번호를 외우나, 설정이고 조작이다”라고 폭로했다.

시청자들 사이에 언급되고 있는 ‘생활의 달인’ 속 과장된 연출 의혹은 그저 웃고 넘기기엔 석연치않다. 그간 조명된 인생을 바쳐 신의 경지에 이른 달인들의 진정성마저 퇴색되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 방송편인 ‘자취 달인’ ‘고시원 달인’ ‘생존 달인’ 같은 재기발랄한 기획마저 사라지고 있는 모습은 아쉬움을 더한다.

SBS ‘생활의 달인’ 일부 방송편에 연출이나 쇼가 포함됐고 상업적 계산이 개입됐다면 제작진은 이를 당장 멈춰야 한다. ‘생활의 달인’ 기획의도는 ‘수십년간 한 분야에 종사하며 달인의 경지에 이른 사람들을 소개하는 삶의 스토리와 리얼리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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