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균 국무총리와 노사정 대표들이 1일 오전 10시30분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 협약식’을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협약식이 취소됐다. 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이 환담 후 협약식 취소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내 강경파 저지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가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1일로 예정이 됐던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약식’에서 노사정 합의가 성사가 됐다면 양대 노총이 참여한 노사정 합의가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22년만에 마련이 될 수 있었다.
김명환 위원장은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협약식에 참석해 노사정 대표자회의 합의문에 서명할 계획이었지만,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내부 반발로 협약식에 불참해 노사정 대표자회의 합의는 불발됐다.
이날 준비된 합의문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해고 대란을 막기 위한 노사정 협력 방안을 담은 것으로, 민주노총의 의견도 일부 반영이 됐다. 민주노총은 노조 보호를 못 받는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 보호 대책을 합의문에 담는 데 역점을 뒀다.
민주노총은 내부에서 합의에 대한 강한 반발이 있었다. 비정규직 단위 중심으로 합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날 아침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로 출근하는 김 위원장은 비정규직 조합원들 항의를 받았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 협약식을 앞둔 1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인 제11차 중앙집행위원회의에 참석하라하자 노사정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이 막고 있다. 김창길 기자
이들은 “직권조인을 하지말라”고 압박했다. 합의 내용에 대한 비판은 2가지로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 노동자에 대한 해고금지나 생계유지 대책, 고용보험 확대적용 등을 ‘노력한다’ 수준으로만 정리된 것과 ‘사측이 근로시간 단축, 휴업·휴직 등을 요구하면 노동계가 적극 협력한다’는 것으로 노조 존재 이유를 몰각하고 정리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반대 이유였다. 경영난에 처한 기업이 고용 유지를 위해 노동시간 단축과 휴업 등을 할 경우 노동계가 협력한다는 합의안 내용이 정리 해고에 악용될 수도 있다고 지적도 있었다.
합의안에는 노동계 요구도 상당 부분 반영됐다. 경영계는 고용 유지의 반대급부로 노동계가 임금 인상을 양보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결국 합의안에 이는 포함되지 않았다.
IMF 위기 때인 1998년 노사정위원회 합의에 참여했다 내부 반발로 지도부가 사퇴하는 내홍을 겪은 민주노총에는 노사정 대화에 대한 불신도 내부에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9∼30일 중집에서 노사정 합의안에 대한 추인을 얻지 못하자 협약식 당일인 이날 아침 중집을 열어 의견 수렴을 하려고 했지만, 강경파 회의장 난입으로 회의도 열지도 못했다.
민주노총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노사정 대화를 먼저 제안했고 대화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합의 이행 점검을 민주노총이 불참하는 경사노위에서 맡는다는 점은 제약 요인이지만, 다양한 회의체도 합의 이행 점검에 활용하기로 한 만큼 민주노총이 참여할 여지도 있는 상황이었다.
합의에 도달했을 경우 민주노총이 국정 운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면서 노동계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합의 무산으로 민주노총은 상호 신뢰에서 취약한 단체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김명환 위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건물에서 나와 구급차에 탑승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한국노총은 이날 노사정 합의 무산에 대한 논평에서 민주노총이 취약계층 고통을 외면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는 노사정 합의가 가장 필요한 부분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포함한 취약계층이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부분 무노조 영세 사업장에 속한 이들은 노조 보호를 못 받기 때문에 국가적인 단위에서 만들어진 협약이 조금이나마 권익 보호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노사정 합의안에도 노동계의 요구에 따라 취약계층 보호 대책이 다수 포함됐었다.
유급휴업·휴직을 한 기업에 대해 정부가 휴업·휴직수당의 일부를 지급하는 고용유지지원금 혜택이 파견·용역과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도 충분히 돌아가도록 한다는 내용도 포함이 됐었다.
노조 보호를 받는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 대부분 문제를 교섭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의 노사정 합의는 현실적으로 큰 의미가 없는 경우도 있다.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은 중앙집행위원회 후 쓰러져 119 구급차에 탐승해 병원으로 갔다.
민주노총은 100만명 노동자가 조합원이 속한 사회단체이자 대한민국 노동계를 대표하는 단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