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카드의 준말 ‘포카’, 급변하는 아이돌 문화의 새로운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사진 굿즈다.
보통 다수의 팬들을 보유한 아이돌 앨범 속에 첨부되는 카드 형태의 ‘포카’가 인기다. 아이돌 그룹의 구성원들이 많아지면서 보통 3장 정도가 랜덤으로 포함된다. 자신의 최애 멤버 ‘포카’가 나오면 당첨의 기분도 만끽할 수 있다. 다른 팬들과 교환을 통해 원하는 ‘포카’를 손에 얻기도 하고, 희귀 한정판 ‘포카’는 높은 시세로 판매되기도 한다.
■‘포카’ 희귀한 경우 시세 ‘50만원’
앨범 구매만으로 ‘포카’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돌이 출연하는 공개 방송 응원을 갔을 때 이벤트로 나눠주는 ‘공방 포카’, 팬미팅에 참여한 팬들에게 나눠주는 ‘팬미팅 포카’ 등도 있다. 앨범 포카가 아닌 이벤트성 포카는 해당 행사에 참여 해야만 받을 수 있는 ‘한정판’이라 귀한 매물이 되기도 한다.
아이돌 마니아인 회사원 A씨는 “공방 포카는 날짜마다 다른 포토카드라서 희귀성과 소장가치가 있다. 게다가 이들 ‘포카’는 희귀한 대기실 셀카 이미지가 대부분이라 이를 받기위해 공개 방송에 참여하는 팬들도 종종 있다. 희귀 포카는 외국인 팬들이 비싼 돈을 내고 많이 산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포카의 시세는 5000원에서 3만원 정도 책정돼 있지만 간혹 친필 사인이 들어간 희귀한 포카의 경우 한 장에 50만원에도 거래가 된다고 덧붙인다. 그룹 내에서도 팬덤이 유독 많은 멤버의 포카는 팬들 사이에서는 ‘효자 포카’라고 불린다. 몬스타엑스 팬이라는 대학생 B씨는 “몬스타엑스 팬들은 가장 인기 멤버인 C을 일명 ‘효자’라고 부른다. 내가 원하는 멤버의 포카와 교환이 용이하고 또 비싼 값에 잘 팔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포카’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다보니 몰래 동생의 ‘포카’를 팔려다 들켜 ‘판매 미수’에 그치거나 팔려고 했지만 ‘아직 사랑하나봐요, 못 팔겠어요’라고 판매자 변심으로 거래를 취소하는 웃지 못할 사연들도 팬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진 한 장에 불과한 굿즈의 가격이 치솟아 과열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팬들은 K팝의 글로벌 영향력으로 팬덤 또한 세계화되면서 콘서트나 팬사인회에 참여할 수 없는 외국인들이 구매에 나서며 시세가 터무니 없이 오르는 경우가 있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도 ‘포카’ 있다
‘포카’가 아이돌의 전유물이라지만 이에 도전장을 던진, 패기 있는 비(非)아이돌 그룹도 있다. 노라조다.
노라조는 자신들의 곡 ‘사이다’ 홍보를 위해 포토카드를 홍보 앨범에 넣었다. 노라조 소속사 측은 27일 스포츠경향과의 통화에서 “아이돌 흉내 좀 내봤다”고 겸연쩍은 웃음을 지었다. 해당 관계자는 “멤버들과 회의를 하면서 늘 재밌는 기획을 구상한다. 그렇다보니 ‘포카’ 아이디어가 나왔고 ‘샤워’ 때는 때수건 등 샤워 용품을 쇼케이스 홍보 굿즈로 나눠줬다”고 말했다.
노라조의 ‘포카’ 중 가장 회자된 사진 중 한 장이 두 멤버가 알몸을 연상케하는 모습으로 바닷가를 거니는 충격적인 모습이다. 이에 대해서는 “알몸이 아니라 살색 옷을 입고 그 위에 모자이크 처리를 해서 그런 효과를 냈다. 사실 외설 논란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노라조가 B급 장인 이미지인 만큼 팬들이 재밌다고 해줘서 다행이었다”며 “늘 노라조는 여러분들을 ‘어떻게 하면 웃겨드릴까’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