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근 “소통 모르던 나, 결혼 후 180도 달라졌죠”

입력 : 2020.10.06 08:45
배우 양동근, 사진제공|TCO(주)더콘텐츠온

배우 양동근, 사진제공|TCO(주)더콘텐츠온

“어릴 때부터 연기를 해온 탓인지, 나쁜 습관이 소위 ‘인’이 베었나봐요. 제가 생각하는 프레임 이외의 것은 틀렸다고 생각했죠. 누구와도 소통하는 법을 몰랐어요. 평생 독불장군처럼 혼자 에너지로 버텼는데, 그게 결혼하면서 180도 달라졌어요. 가족이 생기면서 공동체, 인간 관계 속에서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 조금씩 배워가게 된 거죠. 만약 결혼하지 않았으면 아마도 쓰레기 더미 어딘가에서 제가 발견될 수도 있었을 거에요.”

배우 양동근은 데뷔 33년만에 비로소 자유와 유연함을 맛봤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터닝포인트는 ‘결혼’이었다. 2013년 비연예인인 박가람 씨와 결혼,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되면서 인간 양동근으로서, 나아가 배우 겸 래퍼 양동근으로서도 제대로 변화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어릴 때 ‘난 커서 저렇게 되진 말아야지’라고 생각한 배우가 있었는데, 어느 새 제가 그렇게 행동하고 있더라고요. 감독이 디렉션을 줘도 이해를 못하면 연기를 못 했죠. 배우의 필요한 ‘덕목’을 유연함이라고 생각했는데, 개념 자체가 잘못됐나봐요. 그래서 이번엔 감독이 지시하는 것 그대로 따라보자고 결심했고, 그 결과로 많은 호평이 쏟아져서 얼떨떨해하고 있어요.”

양동근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난 자리에서 신작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감독 신정원)으로 연일 연기 칭찬을 받는 심정과 연기에 대한 생각, 가족에 대한 애틋함까지 모두 시원하게 털어놨다.

[인터뷰] 양동근 “소통 모르던 나, 결혼 후 180도 달라졌죠”

■“연기 좋다는 평가, 이 상황이 신기해요”

그는 오롯이 신정원 감독에 대한 믿음으로 이 영화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는 말을 요즘 더 체감하고 있어요. 배우로선 그런 감독이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는 도구가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바뀌었고요. 신정원 감독의 세계는 이해하지 못해도 가볼 수 있는 미지의 곳이었어요. 탐험하는 마음으로 임했죠. 배우로서 가치관이 바뀌고 처음 임한 현장이었는데, ‘즐긴다’는 느낌을 오랜만에 받았어요.”

나름 새로운 시도도 했다. 워낙 느린 말투라 많은 대사를 빠르게 해내려 노력했단다.

“제 스타일대로 대사를 쳤다면 아마 죽죽 늘어졌을 거예요. 리듬이 생기지 않아서 재미도 없었을 거고요. 그런 상황이 벌어져서 편집되고 싶지도 않았고요. 말을 빨리 하는 게 어렵긴 했지만 한편 신선하기도 하더라고요.”

언론시사회 때 그의 연기에 대한 좋은 평가들이 쏟아졌다. ‘양동근의 재발견’이란 기사들이 연일 이어졌다.

“아직은 왜 좋아해주는지 파악이 안 돼요. 제 계산 하에 연기한 게 아니라 감독의 디렉션에 철저하게 따랐으니까요. 제 연기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으니, 그냥 이 상황이 신기할 따름이죠. 하하.”

[인터뷰] 양동근 “소통 모르던 나, 결혼 후 180도 달라졌죠”

■“아빠가 된 후 변화? 이젠 못할 게 없어요”

가정을 꾸린 건 그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양동근’은 아빠가 되기 이전과 이후로 나누는 게 맞아요. 이전 ‘양동근’은 내가 느끼는 것만 예술이라고 생각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사람이었죠. 제가 생각하는 ‘예술’엔 현실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거죠. 하지만 결혼하고 치열한 육아에 부딪혀보니 뒷통수를 제대로 한대 ‘빡’ 맞은 느낌이었어요. ‘아, 내가 어릴 적엔 예술이라고 나댔구나’ 싶던 걸요. 그냥 현실, 그 자체가 예술이었어요. 뭔가 뒤틀리거나 특이한 걸 추구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삶이 예술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아이들을 키우면서 그는 매일 매일 배운다고 했다.

“싱글이었을 땐 전혀 할 수 없는 상상을 하고, 불가능했던 일이 가능해지는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어요. 배우로서 가치관을 바꾼 것에도 큰 영향을 미쳤죠. 아이들과 아내를 위해서라면 이젠 뭐든 다 할 수 있어요. 예능 출연도 가렸는데, 지금은 못할 게 없죠. 하늘과 땅 차이의 변화고, 아이들에게 얻은 가장 큰 배움이에요. ‘가족’이 엄청난 걸 제게 준 것 같아요.”

가치관의 변화는 삶 자체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작은 행복’에 눈 떴다는 그다.

“지금 새 영화를 들고 나와서 많은 이와 이야기 나누는 이 순간도 너무 소중해졌어요. 오랜만에 찾아온 순간이라 즐겁고 좋습니다. 이전엔 ‘내가 왜 이렇게 힘들고 아프지?’란 생각에 사로잡혔는데요. 그게 바로 ‘날 가둔 프레임’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병 든 내가 보이고 동료들이 보였는데, 이젠 그 틀 안에서 벗어난 것 같아 굉장히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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