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미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이경미 감독은 여배우의 얼굴을 다채롭게 쓸 줄 안다. 영화 ‘미쓰 홍당무’(2008)에선 공효진에게서 독특한 고집을 끌어냈고, ‘비밀은 없다’(2015)에선 손예진에게 서늘함을 꺼냈다. 또한 ‘페르소나’(2018)에선 아이유 속에 잠긴 4가지 각기 다른 매력을 필름에 덧입혔다.
이번엔 정유미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에서 그의 광끼 가득한 표정으로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제가 배우들의 숨겨진 얼굴을 의도적으로 꺼내려고 한 건 아니에요. 촬영장 모니터로 좋은 얼굴이 나오면 그걸 쓰는 거죠. 아마도 제 작품 속 여자 캐릭터들이 사회나 제도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라서 ‘광끼’라는 맥락으로 읽히는 것 같아요. 이번에도 제가 좋아하는 정유미의 일상 얼굴을 스크린에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때 그런 표정 지었잖아. 그 표정 해줘’라는 식으로 디렉션을 줬어요.”
‘보건교사 안은영’의 이경미 감독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작품을 공개하기까지 과정부터 눈에 띄는 신인들을 기용한 이유, 학교란 소재에 대한 관심 등 작품에 얽힌 다양한 질문에 답했다.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 속 한장면.
<다음은 이경미 감독과 일문일답>
Q. 성아라 역의 박혜은부터 허완수 역의 심달기 등 좋은 신인들의 얼굴이 유독 많다. 어떻게 뽑았나.
A. 학원물이란 특성상 새로운 얼굴들을 보여주기엔 가장 좋은 장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타나기 전까지 끝없이 오디션을 봤다. 가장 중요했던 건 내가 제시한 대사를 그 캐릭터가 가장 잘 상상되게 소화해내는 친구를 결정하는 거였다. 난 늘 내가 상상할 게 더 많아지는 배우를 만날 때 참 즐거워진다. 이번에도 ‘이 사람이 연기하면 더 많은 재미를 줄 수 있겠구나’ 싶은 배우들을 골랐다. 더불어 심달기와 송희준은 이미 그 전에 미장센 단편영화제서 인상깊게 봐서 연락처를 미리 받아놨다. 그래서 이번 오디션 리스트에 넣었고, 결과적으로 함께할 수 있었다.
![[인터뷰] ‘보건교사 안은영’ 이경미 감독 “정유미의 ‘광끼’, 좋아하는 얼굴”](https://images.khan.co.kr/article/2020/10/08/l_2020100802000303600053033.jpg)
Q. ‘미쓰 홍당무’부터 이번 작품까지 ‘학교’란 소재가 빠지지 않는데 이유가 있을까.
A. 네게 학교는 모든 문제의 시작인 공간이다. 우리나라 여러가지 병폐가 교육 탓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 내 기억에서도 학교는 하면 안 되는 것들이 많아도 어떻게든 그거 하려고 안달하는 공간이다. 현실을 반영하는 축소판인 셈이다. 그래서 학교가 늘 관심사다.
Q. 인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아쉽다는 반응도 있는데?
A. 이 시리즈 구조는 마치 게임처럼 주인공이 에피소드마다 주어진 미션을 클리어하는 거다. 그 구조상 기존 드라마처럼 모든 걸 다 설명하기보다는 ‘목련고’ 안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져도 만화처럼 지나가길 바랐다. 그럼에도 조금 더 친절한 정보가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란 지점도 나 역시 있다. ‘안은영’과 HSP(안전한 행복) 사이 관계라던가. 젤리 특성에 관한 설명들을 찍어놓긴 했는데, 설명을 위한 설명이라 삭제할 수밖에 없었다.
![[인터뷰] ‘보건교사 안은영’ 이경미 감독 “정유미의 ‘광끼’, 좋아하는 얼굴”](https://images.khan.co.kr/article/2020/10/08/l_2020100802000303600053034.jpg)
Q. 실제 ‘안은영’처럼 젤리가 눈에 보인다면 똑같이 학생들을 위해 칼을 들고 나설 수 있을까.
A. 글쎄. 나라면 그렇게 할 것 같다. 물론 엄청 욕하고 짜증이야 내겠지만, ‘어쩌겠어, 해야지’란 심정으로 젤리와 싸울 것 같다. 평소에도 가끔 무모하게 굴 때가 있는데, 그런 성격이라면 나 역시 ‘안은영’처럼 하지 않을까.(웃음)
Q. 혹시 감독에게도 ‘홍인표’(남주혁)처럼 힐러 같은 존재가 있다면?
A. 당연히 남편이다.(웃음) ‘홍인표’를 쓰면서 남편 생각을 많이 했다. 또한 남편이 아니었다면 해외 사람들이 흥미로워하고 열광하는 게 뭔지 잘 몰랐을 거다. 음악과 조합이라던가, 소재 등 남편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코드다. (이경미 감독은 영화제 심사위원, 영화평론가 등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 13살 연하 아일랜드 출신 피어스 콘란과 지난 2018년 웨딩마치를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