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원으로 눈물을 닦은 이택근은 왜 키움에 징계요구를 했나

입력 : 2020.12.10 15:57
  • 글자크기 설정
올시즌 후 키움에서 방출된 이택근. 연합뉴스

올시즌 후 키움에서 방출된 이택근. 연합뉴스

현대 시절을 포함해 7년을 히어로즈 구단에서 뛴 이택근(40)은 2010시즌 LG로 갔다 2011시즌 후 FA 자격을 얻어 친정팀인 히어로즈에 돌아왔다. 당시 4년 총액 50억원의 FA 계약은 당시까지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라 ‘오버페이’ 논란도 일었다. 하지만 히어로즈 구단이 이택근을 보는 시선은 남달랐다. 당시 이장석 대표이사는 “이택근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다”는 말을 회자시켰다.

그로부터 9년.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키움으로 옷을 갈아입은 히어로즈는 현재 이택근과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택근은 지난달 말 키움 구단과 구단 관계자들에 대해 품위손상징계요청서를 냈다. 품위손상행위는 KBO 규약 제14장 151조에 규정돼 있는데 선수나 감독, 코치, 구단 임직원 또한 심판위원이 경기 외적으로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할 경우 총재에 의해 실격처분, 직무정지, 참가활동정지, 출장정지, 제재금 부과 또는 경고처분 등을 할 수 있다.

이택근은 징계요청서를 내기 전 키움 구단에 지난 8월6일과 20일 두 차례에 걸쳐 내용증명을 보냈고 키움은 이에 답변을 했다. 결국 이 사안은 이택근의 요청으로 KBO의 판단이 필요하게 됐으며, 지난달 11일 키움의 이택근 방출과 더불어 양 측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이택근은 그리 오랜 역사는 아니지만 히어로즈 구단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2010년과 2011년 LG 시절을 제외하고는 15시즌을 현대와 히어로즈 등 계보를 이은 한 구단에서 보냈다. 통산기록도 타율 0.302, 1621안타에 홈런 136개, 773타점 그리고 도루도 175개를 기록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전승 우승의 주역이기도 했다. 현재 키움의 주장인 박병호(34), 국내복귀가 좌절된 강정호(33) 등과 함께 2010년대 초반 넥센 시절 정상권 도전의 한 축을 담당했다. 일각에서는 은퇴를 하면 구단 역사상 첫 영구결번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하지만 2017년부터 서서히 ‘에이징 커브’를 겪으며 기량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2018년 팀 후배 문우람을 폭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였다. 이택근은 훈육을 명분으로 한 행동이라고 하긴 했지만 KBO에서 36경기 출전정지의 징계를 받았다. 법원에서도 유죄가 인정돼 벌금형을 받았다. 그 여파로 이택근은 2019시즌 1군 경기에 단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2020시즌을 앞두고 전년보다 90%가 삭감된 연봉 5000만원에 재계약하며 현역연장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지만 올시즌은 1군에서 20경기만 출장했다. 결국 이택근의 모습은 6월9일 이후 1군에서 볼 수 없었고, 그는 최근 은퇴식도 구단이 아닌 선수들끼리 치른 행사에서 진행하며 구단과의 거리를 증명했다. 구단의 첫 레전드에서 방출선수가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다시 키움과의 갈등이 점화됐다. 지난해 6월 불거진 허민 의장의 고양 2군구장 라이브 피칭 사태와 언론보도에 대해 키움이 당시 이택근의 팬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촬영을 문제삼았고 구장의 CCTV를 확인했다. 이택근은 이를 ‘팬 사찰’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게다가 관련 배후를 알아오라는 구단 중역의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키움은 지난 9일 장문의 보도자료를 내고 이 사실을 부인했지만 김치현 단장이 이택근에게 허 의장의 심기를 거론하며 배후를 알아보라는 말을 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다시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KBO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사실확인을 하는 중이며 규약의 어떤 부분에 위배되는지 확인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택근과 구단의 갈등은 따져보면 키움이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부조리가 그 뿌리에 있다. 이전 구단주이자 최대 주주인 이장석 전 대표가 횡령혐의로 실형이 선고되자 허민 의장이 2018년 12월 키움의 사외이사이자 이사회 의장을 취임했다. 허민 의장은 취임 후 이장석 전 대표의 색깔 지우기에 나섰고, 이장석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장정석 전 감독의 지난해 사임과 올시즌 손혁 감독의 사임에는 모두 허 의장의 입김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장석 전 대표가 아꼈던 선수였던 이택근 역시 문제가 생기자 구단 차원의 대응이 나왔다. 이택근은 허민 의장으로 인해 구단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키움 역시 더 문제가 될 경우 법적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또 한 번 일어난 내홍에는 허민 의장과 그를 반대하는 세력 간의 오랜 다툼, 구단의 부조리가 잠들어있었다. 그리고 곧 이뤄지는 이장석 전 대표의 출소와 더불어 이 내홍은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박수, 공유 영역

댓글 레이어 열기 버튼

기자 정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