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호가 지난 10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0 아시아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베이징 궈안을 상대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8년 전처럼 우승하고 돌아오라던데요.”
호랑이 군단의 리더인 이근호(35·울산)는 최근 옛 동료들로부터 릴레이 메시지를 받고 있다. 8년 전 이맘 때 울산 현대의 유니폼을 입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정상에 올랐을 때의 추억을 공유하고 있던 멤버들로부터의 연락이다.
이근호는 2012년 우승 멤버로는 유일하게 울산에 남아 있다. 그리고 이제는 새 동료들과 함께 지난 영광을 재현할 준비를 마쳤다. 울산은 오는 19일 카타르 도하에서 페르세폴리스(이란)와 2020 ACL 결승전을 벌인다.
이근호는 16일 기자와 서면 인터뷰에서 “(그때 함께 했던) 김승용(홍콩 리만FC)은 카타르로 출발할 때부터 우승하고 돌아오라고 응원을 했다”면서 “이젠 진짜 한 경기만 이기면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다. 한국에서 응원하는 팬들을 위해 마지막까지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울산은 지난 몇년간 ‘무관’의 아픔을 겪었다. 지난해 K리그1 최종전에서 눈앞의 우승컵을 놓치더니 올해는 K리그1과 FA컵에서 모두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러나 아시아 무대로 나간 뒤로는 반전의 연속이다. 코로나19로 중단됐다가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재개된 ACL에서 참가팀 중 유일하게 무패(8승1무)로 결승에 올랐다. 특히 카타르에서 3일 간격으로 치른 8경기에서 빠짐없이 2골 이상을 터뜨리는 공격력으로 ACL 역사를 새로 썼다.
이근호는 “처음 카타르에 입성할 때만 해도 K리그1과 FA컵의 아쉬운 성적에 분위기가 어두웠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김도훈 감독님이 선수들이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시고, 선수들도 유종의 미를 거두자는 각오로 내달린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활짝 웃었다.
2012년 당시의 이근호 | 경향 DB
결승전만 남긴 울산의 오름세는 ‘철퇴 축구’라는 애칭과 함께 ACL 첫 무패 우승(10승2무)를 달성했던 2012년의 울산을 떠올리게 만든다. 당시 이근호는 12경기를 모두 뛰면서 4골·7도움을 기록하고 우승과 함께 아시아축구연맹(AFC)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당시를 떠올린 이근호는 “2012년의 울산은 조직력과 수비를 바탕으로 선 굵은 축구를 했다면, 올해는 수비부터 만들어가는 흐름의 축구로 결과를 낸다”고 비교했다. 그는 “울산은 2012년과 2020년 모두 강팀으로 고유의 색이 뚜렷하다”고 덧붙였다.
그 사이 이근호의 역할도 달라졌다. 그는 현재 벤치의 에이스이자 후배들의 부족한 경험을 채워주는 조언자가 돼있다. ‘중동 킬러’로 불리던 이근호가 2014년부터 2년간 카타르 엘 자이시에서 활약해 결승전 상대인 페르세폴리스를 포함해 중동팀들에도 익숙하다. 이근호는 “8년 전의 난 조금 더 어렸고 활기가 넘쳤다”며 “지금은 그 때와 달리 후배들을 돕는 역할이지만 팬들에게 우승을 선물하겠다는 마음은 똑같다. 마지막 경기에서도 승리해 웃고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