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의창 교수
We are what we eat. ‘우리는 자신이 먹는 것으로 만들어진다’ 또는 ‘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나다’로 옮겨질 수 있겠다. 내가 먹는 것이 나를 만든다. 이 명제는 신체적 차원은 물론 정신적 차원까지도 포함해 적용된다.
‘우리는 자신이 읽는 것으로 만들어진다’는 말도 있다. 무슨 책을 읽느냐가 어떤 나를 만들어낼 것인가를 결정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는 자신이 하는 것으로 만들어진다’는 문장을 더하고 싶다. 나의 본질, 나의 정체성은 내가 어떤 활동과 행동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이 명백히 드러나는 곳이 있다. 스포츠 장면이다. 나는 내가 하는 운동으로 나를 만들어나간다. 내 마음이 먼저 만들어지고 내 운동이 그에 따라 실행되는 것이 아니다. 매일의 대부분을 운동으로 보내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운동 이외의 모든 직업인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다).
그러니 스포츠계 폭력 처방에 대해 “선수가 되기 전에 인간이 먼저 돼야 한다”는 주장이나, “선수 이전에 인간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운동선수에게는 인간이 “먼저” 되는 길이 없다. 이들에게는 운동선수가 되는 길이 바로 인간이 되는 길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갈파한바, 우리는 용감한 행동을 함으로써 용감한 사람이 된다.
운동선수가 요즘 같은 시기 특히 세상에서 요구하는 ‘인간’(도덕적 모범이 되는 이, 또는 양심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하는 가장 올바른 길은 올바로 운동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는 것이다. 축구를 배우되 진정한 축구를 참된 방식으로 습득해야 한다. 그러면 그 선수는 온 종일 축구를 체득하고 생각하고 느끼면서 다른 인권교육이나 인성교육을 따로 받지 않아도 선수이면서 동시에 인간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운동은 인성을 기른다”는 널리 알려진 금언이 증거이지 않은가. 그런데 이 명제는 뉴턴의 운동법칙과는 다르다.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그대로 작용하여 효과를 내지 않는다. 운동은 인성을 기른다. 다만, 그것을 올바로 가르치고 제대로 습득했을 경우에 한해서다. 현재 지배적인 체육계의 사회적, 제도적 구조가 문제의 한 원인임은 분명하지만, 운동으로 인성을 기르는 데 결정적인 요인은 (좋은 또는 나쁜) 사람들이다.
그래서 선수의 운동에는 코치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같이 운동하는 팀원들도 중요하다. 운동을 먼저 배운 코치와 선배와 동료들이 운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선수들은 운동하는 법을 책에서 배우지 않는다. 거의 전적으로 감독과 코치와 선배들로부터 전수받는다.
‘운동을 올바로 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알파요 오메가다. 뛰어난 선수이면서 동시에 훌륭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진짜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적 의미로서의 ‘제대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정신적 의미로서의 ‘제대로’를 함께 말하는 것이다. 축구기능과 함께 ‘축구정신’을 익혀야 한다. 스포츠스킬 숙달과 함께 스포츠맨십(sportspersonship)을 습득해야 한다.
스포츠윤리학자 Craig Clifford, Randolph Feezell에 따르면 스포츠맨십의 핵심은 ‘존중’(respect)이다. 스포츠 경기의 다섯 가지 핵심 요소에 대한 존중의 마음을 표하는 것이다. 상대편을 존중하고, 우리편을 존중하고, 심판을 존중하고, 스포츠를 존중하며, 코치를 존중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연습과 시합에 최선을 다하는 것, 팀의 규칙을 잘 따르는 것, 판정을 수용하는 것, 게임의 전통과 관습을 존중하는 것, 게임의 역사와 정신을 올바로 아는 것 등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스포츠의 전통과 정신을 제대로 배워서 몸과 마음에 갖추었다면 자신을 살아가도록 하는 공기와 물 같은 그 스포츠를 오염시키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반드시 내게 몇 배로 되돌아와서 나의 생존을 거칠게 위협한다. 상대팀, 우리팀, 심판, 스포츠 자체, 그리고 코치라고 하는 운동 환경과 거주자를 사랑하도록 하는 스포츠맨십은 인권유린과 폭력행사를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다. 최악의 자기파괴 행위이기 때문이다.
폭력의 팬데믹에 휩싸인 한국 체육계에 대응하기 위해서 지난 수년간 인권교육과 윤리교육의 백신과 치료제가 대량 투여되었다. 하지만 그 약효는 의문스럽다. 법률 정보와 처벌 사례를 소개받고 안내받는 정도의 도덕교육은 우리 모두가 학교에서 경험했듯이 한계가 명백하다. 지속적인 언론보도가 예방과 처방에 더 효과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사람의 내면은 지식전달식의 도덕교육으로는 요지부동이다. 사람의 인의예지로운 성품은 실제로 인의예지로운 행동을 함으로써 길러지기 때문이다.
스포츠를 훈련하고 시합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인성이 길러지도록 하자. 스포츠맨십은 바로 이를 위한 것이다. 연습하고 경기하는 모든 시간에 축구의 기술과 축구의 정신을 동시에 발휘하도록 하자. 지금 한국 체육계에 가장 시급한 것은 올바른 스포츠교육, 제대로 된 스포츠맨십 교육이다. 인권교육과 윤리교육은 근본적 처방, 본질적 조처라고 하기 어렵다. 잃어버린 열쇠를 찾아야 할 곳은 옆의 밝은 가로등 아래가 아니라 그것을 잃어버린 바로 그 장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