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세대 모델 박영선이 국내 명품 브랜드 ‘키미쿡’과 함께 가방 디자이너 첫 발을 내딛었다.
원조 톱모델 박영선이 미국에서 결혼 생활을 끝내고 돌아온 지 6년째다. 이제 ‘시니어 모델 강사’ ‘가방 디자이너’로 한국에서 인생 2막도 열었다. 쉰이 넘어 새로운 환경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지난 날을 잊지 않고 손을 내밀어준 사람들 덕분에 안착할 수 있었다. 잡념이 많을 때는 무작정 산을 오른다. 박영선은 젊은 시절 몰랐던 ‘한국 산’의 매력에 푹 빠졌다. 산도, 사람도, 한국이 좋더라.

모델 박영선. 사진 SNS
■한국, 인생 2막 열다
강동원, 소지섭, 조인성, 한지혜, 주지훈, 이성경, 남주혁 등 모델 출신 배우들의 원조는 모델 박영선일 것이다. 그는 모델로 화려하게 데뷔해 신인상부터 대상까지 휩쓸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했다. 활동 무대를 넓혀 연기자로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오가며 활약하다 돌연 미국 유학을 떠나면서 연예계와는 멀어졌다.
15년 만에 돌아온 그에게 한국은 모든 것이 변해있었다. 그간 모델 활동 사실도 숨기고 동료들과 연락을 끊고 살았던지라 막막했지만 여전히 잊지 않고 손을 내밀어준 동료들이 있었다.
“한국에 돌아와 저를 잊지 않고 기억해주신 분들 덕분에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카메오 출연을 할 수 있었어요. 제가 늘 꿈꾸던 패션 쇼핑몰도 운영했죠. 그러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좀 힘들기도 했어요. 마음을 다 잡으려 전국 방방곡곡 산을 다녔죠.”
가장 좋았던 산은 남해 샤랑도에 있는 지리산이다.
“정상에 올라가면 경남 지리산이 보인다고 해서 지리산이에요. 오르면서 바다가 한눈에 보이고 뾰족뾰족한 암석들로 이뤄져서 산 타기가 재미있어요. 모든 상념이 날아가버리죠. 지난 주에는 천마산에 다녀왔는데 뱀까지 봤다니까요.”
산에 푹 빠져 지내자, 국내 명품 가방 브랜드 ‘키미쿡’의 김용국 디자이너가 그에게 가방 디자인을 권했다.
“김용국 디자이너께서 ‘패션피플이 왜 산에만 다니냐, 산에 갈 열정으로 나와 같이 가방을 해보자’고 하시더라구요. 코로나 때문에 모든 일이 망설여지고 우울감에 빠질 때쯤 제게 큰 힘이 됐어요.”
박영선은 자신의 브랜드 ‘썬나인’과 김용국 디자이너의 ‘키미쿡’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본격적인 가방 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됐다. 가죽부터 공정 과정까지 박영선은 열심히 특훈을 받으며 공부 중이다. 인터뷰가 끝난 후 방산시장에 갈 예정이란다.
“가방은 옷보다 어려워요. 가방은 디자인과 더불어 실용성을 놓치면 안 되거든요. 예쁘더라도 무거우면 쓰지 못하는 가방이 되죠. 바닥에 놓았을 때, 들었을 때 모양의 변화도 생각해야 하구요. 어릴 때 배웠으면 좋았을 걸 후회하지만 한 번 사는 인생, 지금이라도 배운 게 어디냐는 생각도 들어요.”
박영선은 현재는 가방 디자인의 어드바이저(자문가) 역할이지만 최종적으로 자신이 직접 가방을 만들어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젊은 날 모델을 할 때는 그저 일만 하고 업계 사람들만 만났죠. 미국에서는 아이 키우면서 학부형 노릇만 했어요. 다시 한국에 돌아와 내가 아는 세상이 참 작았다고 느껴요. 여기서 인생 2막 제대로 펼쳐봐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