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의 입

입력 : 2021.04.29 08:39
  • 글자크기 설정
배우 윤여정이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고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EPA

배우 윤여정이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고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EPA

“인생은 60살이 되어도 몰라요. 이게 내가 처음 살아보는 거잖아. 나도 67살이 처음이야. 알았으면 이렇게 안 살지.”(윤여정, tvN ‘꽃보다 누나’에서)

나이가 많은 것을 무기로 삼는 이 시대에 어쩌면 저렇게 가식 없고 솔직할 수 있을까. ‘오스카 트로피’만큼 빛나는 배우 윤여정의 어록이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윤여정은 지난 25일(현지시각) 제93회 아카데미시상식서 ‘미나리’(감독 정이삭)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결과였다. 누군가는 윤여정의 진가를 할리우드가 너무 늦게 알아봤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여정은 겸손했다. 그러면서도 위트를 잃지 않았다. 시상자로 나선 ‘미나리’ 제작자 브래드 피트에게 “이제야 만난다. 촬영할 때 어디에 있었나”라며 시작부터 웃음을 안기는가 하면, “아들들이 일하라고 종용한다. 엄마로서 열심히 일했기에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며 모두가 공감할 만한 소감으로 할리우드를 휘어잡았다. 이처럼 한마디 한마디가 화제로 떠오르며, ‘윤여정의 입’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배우 윤여정이 제93회 아카데미시상식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프랜시스 맥도먼드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로이터

배우 윤여정이 제93회 아카데미시상식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프랜시스 맥도먼드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로이터

■“한국의 메릴 스트립? 난 윤여정입니다”

‘미나리’ 아카데미 레이스를 앞두고 한 해외 매체 기자가 “한국의 메릴 스트립으로 불린다”고 하자 윤여정은 직접 “그분과 비교된다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난 한국 사람이고 한국 배우다. 내 이름은 윤여정이다. 난 그저 나 자신이고 싶다”고 답했다. 참 그다운 말이다. 배우로서 누군가 비교되기 보다는 ‘윤여정’ 그 자체로 평가받고 싶다는 자존심이 빛난다.

그의 자존감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호명된 뒤 무대에 오른 그는 “아시다시피, 난 한국에서 왔다. 내 이름은 윤여정입니다. (외국의) 수많은 이들이 날 ‘여여’ 혹은 ‘정’이라고 부르는데요. 내 이름은 ‘여정’이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용서하겠다”며 유럽에서 한국인 이름을 제대로 부르지 않는 것을 재치있게 꼬집기도 했다.

또한 시상식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한 해외 매체가 “브래드피트에게 어떤 향기가 났나”란 무례한 질문이 날아들자 여유롭게 웃으며 “난 개가 아니다. 냄새를 맡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질문에 대해선 해외에서도 크게 비판하며 윤여정의 멋진 대처에 찬사가 쏟아졌다.

■“할리우드를 동경하진 않는다”

윤여정은 29일 미국 NBC 방송 ‘아시안 아메리카’와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출연 제안이 오면 한국인들은 내가 ‘할리우드를 동경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난 할리우드를 동경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계속 미국에 오는 이유는 미국에서 일을 하면서 미국에 있는 아들을 한 번 더 볼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게 내 진심이다”고 밝혔다.

할리우드를 바라보는 그의 가치관은 아카데미 시상식 직후 기자간담회에서도 이어졌다. 윤여정은 “지금이 최고의 순간이냐”는 질문에 “최고의 순간은 없다. 난 그런 말이 싫다. 1등, 최고란 말을 강조하는데, 아카데미가 전부는 아니지 않나”라며 “우리 동양 사람들에게 ‘아카데미 벽’이 트럼프 벽보다도 더 높은 벽이 됐다. 너무 안 됐다. 최고가 되려고 그러진 말자. ‘최중’만 돼도 되잖아? 그렇게 살면 안 되나”라고 답했다. 국적과 나이를 떠나 ‘무엇을 진정 지향해야하는지’에 대한 그의 소신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할리우드 다양성 확대? 심지어 무지개도 7가지 색깔인데”

인종, 성별, 취향으로 계급을 나누려는 이들에게도 일침을 놨다. 그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마련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 영화의 약진과 할리우드 내 다양성 확대에 대해 묻자 “사람을 인종으로 분류하거나 나누는 건 좋지 않다. 심지어 무지개도 7가지 색깔이 있는데, 여러 색깔이 있는 건 중요하고 무지개처럼 모든 색을 합쳐 예쁘게 만들어야 하지 않나”라며 “남성과 여성, 백인과 흑인, 황인으로 나누거나 게이와 아닌 사람을 구분하고 싶진 않다. 우리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평등한 사람들이다. 서로를 이해하는 게 좋다. 서로를 끌어안아야한다”고 말해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박수, 공유 영역

댓글 레이어 열기 버튼

기자 정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