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훈의 스포츠IN

대학운동부 양적 증가...과연 좋기만 한 걸까

입력 : 2021.05.30 05:38 수정 : 2021.05.30 13:16
2020년 11월 대학농구리그 고려대-연세대 결승전 장면. KUSF 제공

2020년 11월 대학농구리그 고려대-연세대 결승전 장면. KUSF 제공

요즘 운동부 창단을 발표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KUSF)에 따르면 2018~2020년 대학운동부는 24개 대학에서 37개가 창단됐다. 최근 3년간 국립대 운동부는 3개가 만들어진 반면, 사립대 운동부는 34개가 생겼다.

대학 운동부가 많이 만들어진다는 건 일단 환영할 만한 일이다. 대학에 가서도 계속 운동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있는 대학스포츠가 다시 활성화할 토대도 된다. 연고전, 고연전같은 대학 라이벌전도 기대할 수 있다. 과거 대학농구 붐이 재현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좋은 결과만 나올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할 개연성도 있다. 진지한 고민과 세밀한 보완이 필요한 시기다.

운동부를 만든 대학에 가는 신입생들은 다수 체육특기생이다. 중고시절부터 전문 선수를 꿈꾼 젊은이다. 이들이 고교졸업 직후 택할 수 있는 길은 크게 두 가지다. 프로(실업)행 또는 대학행이다. 프로리그가 활성화한 종목, 실업팀이 많은 종목은 프로행, 실업행이 최고 선택지다. 이에 실패하면 다음 선택지는 해당 종목 운동부가 있는 명문대 입학이다. 이게 안되면 그외 대학으로 눈을 돌린다. 일단 대학에 가야 하는데, 실적은 변변치 않고 학업 성적은 낮다. 괜찮은 대학은커녕 대학입학조차 어려울 수도 있다. 이때 운동을 계속할 수 있는 대학이 생긴다면 갈 수밖에 없다.

2020년 11월 대학배구리그 성균관대-인하대 경기 장면. KUSF 제공

2020년 11월 대학배구리그 성균관대-인하대 경기 장면. KUSF 제공

대학으로서 운동부 창단은 실보다 득이 크다. 저출산으로 인해 학생수가 줄어드는 와중에 신입생을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과거에는 대부분 특기자에게 전액 장학금 혜택을 줬다. 그런데 지금은 장학금 혜택은 다양화했지만, 개별 지원액은 줄었다. 특기자도 등록금을 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등록금 면제로 입학해도 재학하면서 등록금을 내는 특기자도 있다. 대학운동부를 창단·운영할 경우 KUSF 등으로부터 지원금도 받을 수 있다. 대학은 10년 넘게 등록금이 동결돼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운동부 창단은 대학으로서는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냉정하게 말한다면, 운동부 창단 대학 증가는 학생과 대학 간 이해관계 들어맞는 결과물인 셈이다.

학생 측면에서 생각해보자. 갈 곳 없는 학생 선수는 대학에 들어간 것만 해도 안도할 수 있다. 대학 재학 또는 졸업 후 프로행, 실업행 꿈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고교 졸업 후 프로, 실업에 가지 못한 학생 선수가 대학을 거쳐 프로행, 실업행 꿈을 이루는 것은 어렵다. 다수 학생선수에게 대학 생활은 희망 고문이 될지도 모른다.

2020년 12월 대학축구리그에서 우승한 선문대학교 선수단. KUSF 제공

2020년 12월 대학축구리그에서 우승한 선문대학교 선수단. KUSF 제공

그렇다면 대학이 이들에게 해줘야 하는 게 무엇일까. 이들이 선수로 성공하지 못해도 졸업 후 해당 종목 분야에서 일해 지원해야 한다. 운동부를 운영하는 대학, 팀을 창단하는 대학은 교육 시스템을 잘 갖췄다고 말한다. 그런데 얼마나 좋은 커리큘럼인지, 커리큘럼이 얼마나 양질의 직업인을 만들 수 있는지는 입학 후, 졸업 후에나 알 수 있다.

대학은 교육만을 말한다. 교육을 잘하면 어디서든 괜찮은 직장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교육이, 대학 졸업장이 직장을 담보하는 시대는 지났다. 고학력, 고스펙, 해외파도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다. 교육만 외치는 대학 측 주장은, 어쩔 수 없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시대착오적으로 들리는 것 기자뿐일까.

대학이 진정으로 학생을 위하는 길은 산업계와 함께 커리큘럼을 운영하면서 산업계, 사회가 원하는 인재를 함께 길러내는 게 아닐까. 그게 최고 지성이 모인 대학이 대학만 믿고 들어와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해야 하는 임무다. 시장 없는 교육은 유효하지 않다. 학생을 받으면 끝이다? 교육했으니 대학은 할 거 다 했다? 구직은 학생이 알아서 해라?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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