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유강남의 이유 있는 ‘화이트 컬렉션’

입력 : 2021.06.01 07:57 수정 : 2021.06.01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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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전 이후 장비 바꾸고 새출발

한층 성숙된 모습으로 공수 활약

LG 유강남이 지난 30일 잠실 키움전에서 지난 주중 바꾼 새 장비를 착용하고 경기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왼쪽 사진은 검은 계통의 이전 장비로 경기하는 모습. 연합뉴스 LG 트윈스 제공

LG 유강남이 지난 30일 잠실 키움전에서 지난 주중 바꾼 새 장비를 착용하고 경기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왼쪽 사진은 검은 계통의 이전 장비로 경기하는 모습. 연합뉴스 LG 트윈스 제공

“어…, 유강남, 장비 다 바꿨네요. 온통 하얀색이에요.”

지난 25일 사직 LG-롯데전. 야구 보는 게 직업인 기자도 미처 보지 못한 변화 하나를 주변의 한 LG 열성팬이 먼저 발견했다.

TV 중계방송을 보던 LG팬의 얘기에 앞선 경기 장면과 대조한 결과, 유강남의 포수 장비 대부분은 달라져 있었다

지난 21일 문학 SSG전에서 ‘죽은 주자’를 쫓아가다 결승점을 내줬던 일명 ‘술래잡기 경기’를 시작으로 ‘악몽의 주말 시리즈’를 마친 뒤 새롭게 주중 시리즈를 시작하는 첫날이었다. 유강남은 지난 주중 사직 롯데전 이후로 몸통을 보호하는 프로텍터는 물론 미트까지 모두 흰색으로 바꾸고 안방을 지키고 있다.

역시 짐작을 벗어난 변신은 아닌듯 했다. 김정민 LG 배터리코치는 지난 31일 통화에서 기자의 물음에 “부산 가서 보고 처음엔 조금 놀랐다”면서도 “머리카락 자르고 나면 기분 전환도 되는데 그런 느낌 아니었나 싶다”며 유강남의 그날 이후 변화 배경에 대해 얘기했다.

대개 포수는 한 시즌 두 족의 실전용 포수 장비를 쓴다. 전반기에 한 족을 쓰고 후반기 시작할 즈음 새 것을 쓰는 게 보통이다. 유강남은 개막 이후 검은색 바탕의 프로텍터를 썼지만 40경기 정도만을 치른 SSG전 이후로 새 장비를 꺼내 쓴 것이었다.

LG 유강남이 지난 30일 잠실 키움전에서 경기하고 있다. LG 트윈스 제공

LG 유강남이 지난 30일 잠실 키움전에서 경기하고 있다. LG 트윈스 제공

김 코치는 악몽의 주말 3연전보다 그 다음 한주간 보인 유강남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이야기의 출발점은 황당한 패전 뒤 다음날인 22일 아침 대화부터다. 김 코치가 미팅에 앞서 가벼운 문자를 보내자 유강남으로부터 바로 답이 왔다. ‘코치님, 잘 주무셨어요?’

김 코치에게도 그날밤의 잔상이 없을 리 없었다. 그러나 김 코치는 유강남에게는 평소 이상의 표현으로 편안히 잘 잔 것을 애써 강조했다. 김 코치는 ‘그럼, 너무 잘 잤다. 조금 이따 보자’고 평소와 다름없는 문자를 보냈다. 이에 ‘진짜입니까. 전 거의 못잤습니다’는 답이 유강남에게서 돌아왔다.

글자 이면의 감정선이 출렁였던 문자 대화 이후의 배터리코치와 포수들의 현장 만남. 1993년부터 2009년까지 마스크를 쓴 김 코치는 선수로서의 경험과 지도자로 쌓은 내공을 모두 담아 유강남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강남아, 좋지 않을 일 있으면 난 되도록 빨리 잊고 잠들려 해. 전날밤의 고민이 다음날 아침에는 또 달리 보이기 마련이거든. 야구 잘 하는 선수들, 가만히 한번 봐봐. 대부분이 좋지 않은 결과에 대한 반응을 길게 가져가지 않아.”

김 코치는 LG 주포인 김현수 사례도 들었다. 김현수는 한두 타석 범타로 물러나도 더그아웃으로 돌아와 똑같은 표정으로 동료들과 파이팅을 한다. 그런 마음가짐이 몇 타석 부진이 이어져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다시 팀이 필요로 하는 한방을 치는 배경이 된다는 게 김 코치의 얘기였다.

김코치는 오히려 이번 일로 유강남의 성장을 읽었다고 했다. 어린 시절의 유강남은 타석에서의 결과, 수비에서의 결과에 속마음을 바로 드러내는 편이었다. 그러나 SSG전 이후로는 오히려 평온함 속에 자기 야구를 하고 있다. 이튿날 SSG전에서는 홈런을 치는가 하면, 장비를 바꾸고 나온 사직 롯데전에서 결승타를 치는 등 차분하면서도 영양가 있는 활약을 했다. LG는 지난 주 4승1패로 다시 반등했다.

어떤 선수도 데뷔 이후 성장만 거듭하지는 못한다. 도시 속 차량 흐름처럼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게 보통이다. 그날밤의 경기는 교차로에서 다중 추돌 사고가 난 것처럼 유강남에게는 충격적이었지만, 그 경기가 한번 더 속도를 내는 계기가 될지 모른다.

유강남은 옛날 식이라면 삭발하듯 새 마음으로 새 단장을 하고 경기에 나와 팀 분위기를 스스로 바꿨다. 새 하얀 장비 속에 새로운 이야기를 채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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