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라인 부족 속 투수 지명 집중
보편적 유망주 구성과는 다른 방향
‘윈 나우’와 ‘리빌딩’ 사이의 모호성
순위표서 구단 철학 증명할 날은
승리 뒤 기뻐하는 롯데 선수단. 롯데 자이언츠 제공
지난주 한화 내야수 오선진과 삼성 외야수 이성곤이 유니폼을 맞바꿔입는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처음부터 계획대로 척척 진행돼 결과에 이른 트레이드는 아니었다. 한화와 삼성 모두 출발점에서는 생각지 않았던 거래를, 생각지 않았던 구단과 성사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툭 던져본 제안에 트레이드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금도 알게 모르게 카드를 맞춰보는 구단은 많다. 그중 특정 포지션의 선수 층이 두꺼운 구단이라면 다른 구단의 구애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지난 몇 년간은 야수진이 두꺼웠던 두산이 그랬고, 올해는 개막 이후 선수 층이 두꺼워진 LG가 그런 편으로 알려졌다. 물론 ‘눈높이’ 차이로 성사는 늘 어렵다.
최근에는 롯데의 젊은 투수들도 관심 대상 중 하나로 전해진다. 롯데 투수진이 주목받고 있다고 하면, 고개부터 갸우뚱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롯데는 28일 현재 팀 평균자책 5.48로 9위에 올라 있다.
물밑 시장에서 인기 있는 롯데 투수들은 지금 퓨처스리그에 있다.
시간을 돌려 지난해 9월21일 2021 신인 드래프트 현장. 롯데의 ‘편식’이 다른 구단 사이에서 화제가 됐던 날이다. 롯데는 이날 신인 2차 지명에서 호명한 10명 중 내야수 나승엽을 뺀 9명을 모두 투수로 뽑았다.
대부분 구단은 선수 운용의 장기적 관점에서 2차 지명 대상 10명 중 절반가량은 야수와 포수 자원으로 채운다. 일례로 삼성과 KT, NC 등은 지난해 같은 자리에서 10명 중 5명을 내·외야수로 선택했고, 두산과 LG도 10명 중 4명을 야수와 포수 자원으로 구성했다.
롯데의 기조는 퓨처스리그 선수 구성에 변화를 가져왔다. 이는 다른 구단 관계자들의 시야에도 걸려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롯데 2군에는 140㎞ 중반대를 던지는 어린 투수들이 꽤 보인다. 어떻게 보면 (트레이드를 통해) 부족한 포지션 보강에 쓸 수 있는 자산일 수도 있는데, 롯데는 미래 비중을 둬서인지 지금까지는 그런 트레이드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마운드를 향한 집중 투자가 훗날의 롯데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당장은 알기 어렵다. 그러나 신인 지명의 한정된 기회를 한쪽에 몰아 쓰는 것은 다른 한쪽의 아쉬움을 가져오기 마련이다.
롯데는 미래를 준비하는 보통의 팀과는 선수 구성에서 차이가 있다. 10년 앞을 내다보는 팀들은 인체에선 척추와 같은 센터라인 투자에 상당히 신경을 쓴다. 완전 리빌딩을 선언한 한화 역시 다른 곳은 휑해도 유격수(하주석)-2루수(정은원) 자리만큼은 확실히 채워놓고 있다. LG 역시 과거 모진 풍파 속에서도 오지환을 유격수로 심어놓아 키웠고, KT 또한 유격수 심우준 만들기에 적잖은 투자를 했다. 마르지 않는 내야 뎁스를 유지해온 두산은 말할 것도 없다.
롯데는 센터라인을 몇년째 외부 수혈로 유지하고 있다. 최근 유격수 배성근과 2루수 김민수 등 새 얼굴의 출전 기회를 늘렸지만 주전 유격수는 외국인선수 마차도, 주전 2루수는 FA로 영입한 안치홍을 앞세우고 있다. 포수 역시 트레이드로 데려온 지시완의 비중이 높아졌다.
롯데는 유격수와 2루수 자리에 외국인선수를 많이 써왔다. 2018년 번즈에 이어 2019년에는 아수아헤를 2루수로 내세운 이력이 있다. 그에 앞서 문규현, 신본기, 정훈 등이 유격수와 2루수로 나섰으나 당시 리그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보인 것은 아니었다.
향후 1군에서 기용 가능한 2군 자원으로는 LG 이주형의 친형인 이주찬 정도가 꼽힌다. 다른 팀에 비하면 유격수와 2루수 자원은 엷은 편이다.
KBO리그도 승자의 역사와 함께 했다. 프로야구 초창기의 해태, 2000년대의 삼성과 SK 그리고 2010년 이후의 두산의 팀 구성이 그 시대에는 정답처럼 받아들여지곤 했다. 롯데 역시 두 차례 우승 역사가 있지만, 영광의 시간은 매우 짧았다.
지금의 롯데는 리빌딩에 초점을 두고 보자면 유망주의 포지션별 편중이 크고, ‘윈 나우’의 측면에서는 외부 영입에 합당한 결과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롯데의 선수 구성을 보는 모호한 시각을 불식시키는 길은, 역시 성적뿐이다. 롯데는 언제쯤 순위표에서 그간의 행보를 설명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