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부천시에 ‘필름’ 축제가 열린다.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집행위원장 신철)서 전세계 47개국 257편의 환상적인 영화들이 관객들을 만난다. ‘이상해도 괜찮은’ 영화들의 홍수 속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8일 오후 7시 부천시청 어울마당에서 개막식을 치르며 성대한 축포를 쐈다. 배우 김규리의 사회로 문을 연 이번 개막식은 장덕천 명예조직위원장과 정지영 조직위원장, 신철 집행위원장 등을 비롯해 국내 국제 영화제 이사장·위원장과 영화인 등이 참석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엄중하고 철저한 방역 아래 영화제의 출발을 함께했다.
이번 개막식은 ‘여고괴담’을 테마로 한 공연 형식으로 치러졌다. 고(故)이춘연 씨네2000 대표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마련한 이번 공연은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1999)로 데뷔한 김태용·민규동 감독이 연출을 맡아 뜻깊은 시간을 완성했다. 오프닝 공연은 영화 ‘스윙키즈’(2018)의 탭댄스 안무를 맡았던 요노컴퍼니가 맡았다. 이 외에 영화 ‘허스토리’(2018)의 이설, ‘윤희에게’(2019)의 김소혜, tvN 드라마 ‘빈센조’의 리우진이 등장해 무대를 가득 채웠고, 가수 선우정아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개막작 ‘만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2012)로 우리나라에 이름을 알린 구파도 감독의 작품이다. 이번 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것으로, 우연히 번개에 맞아 사망한 남자가 환생하기 위해 인간 세상의 사랑을 관장하는 월하노인이 되어 죽기 전 사랑했던 여인을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판타지 요소가 섞인 로맨틱 코미디다로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가진동, ‘나의 소녀시대’(2016)로 대만의 로코퀸이 된 송운화, ‘반교: 디텐션’(2019)으로 타이페이 영화제 여우 주연상을 수상한 왕정이 손잡고 빈틈 없는 128분을 채운다.
앞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구파도 감독은 “탄생과 죽음은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게 이 영화의 큰 주제”라며 “사후세계에 가서도 생전 못다한 일을 완성할 수 있다는 설정으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길 원했다. 이 영화를 본 관객들도 사후 세계도 밝을 수 있다고 상상하게 되길 바란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이날부터 본격적인 행사들도 진행된다. 극장에서는 15일까지,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서비스(OTT) 웨이브에서는 16일부터 18일까지 엄선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 중 월드프리미어로 97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로 7편, 아시아 프리미어로 85편, 코리안 프리미어로 46편이 공개된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건 나홍진 감독 제작·반종 피산다나쿤 감독 연출의 태국 영화 ‘랑종’이다. 태국 북동부 신비로운 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신내림에 관한 피의 기록이 ‘부천 초이스: 장편 섹션’에서 전세계 최초 공개된다. 오는 11일 진행되는 관객과의 대화(GV)가 26초 만에 매진됐고, 13일 CGV소풍의 상영 회차 역시 빠르게 매진되며 뜨거운 인기를 입증했다. ‘랑종’이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지 관심이 쏠린다.
추천작들도 예비 관객들을 기다린다. ‘닥터 후’ 등 다수의 TV 시리즈를 연출한 리 헤이븐 존스의 영화 연출 데뷔작 ‘그녀는 만찬에 초대받지 않았다’가 부천 초이스 섹션으로 상영되고, 월드 판타스틱 레드 섹션에선 코믹호러물 ‘잭슨을 위해서라면 뭐든지’와 고딕풍 호러물 ‘프랭크와 제드’가 준비된다. 또한 금지구역 섹션에선 결혼 생활이 무너질 위기에 처한 한 여성이 오랜만에 방문한 동생집에서 벌어진 사건의 충격을 극복하지 못하고 복수를 시도하는 ‘죄의 근원’이 스크린에 올라간다.
이밖에도 인천국제공항 제1교통센터에서는 XR 전시를 18일까지 진행하며, 부천아트벙커B39에서는 특별상영과 공연,전시 등 다양한 관객과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들이 마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