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선우가 29일 오전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남자 100m 자유형 결승전을 앞두고 레인을 바라보고 있다.연합뉴스
수영 남자 자유형 100m는 ‘거구’들의 경연장이다. 2m 가까운 키에 윙스팬(벌린 손 양 끝 거리)도 2m를 훌쩍 넘는다. 미국 케일럽 드레슬이 키 1m88, 윙스팬 1m93으로 황선우와 비슷한 수준일 뿐 황선우보다 한 살 어린 ‘신성’ 데이비드 포포비치(루마니아)는 윙스팬이 2m5나 된다. 황선우는 키 1m83에 윙스팬 1m93이다. 단거리 선수 치고는 작다.
거구들의 단거리 수영은 ‘파워 수영’이다. ‘숄더 드리븐 스타일’이라고 불리는데 어깨의 힘으로 물살을 가르며 나가는 방식이다. 어깨를 비틀어 물속에 집어넣으면서 팔을 노처럼 사용한다. 노가 수직으로 서면 물을 당기는 힘이 강해진다. 윙스팬이 길면, 노가 긴 셈이어서 더 많은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29일 남자 자유형 100m 결승 레인에 황선우와 나란히 선 선수들은 체형부터 달랐다. 황선우는 날렵한 몸매에 가깝지만, 다른 선수들은 육상 단거리 선수처럼 어깨가 떡 벌어졌다. 대부분 어깨 근육의 힘을 바탕으로 한 ‘파워 수영’을 펼치기 때문이다. 황선우는 레이스를 마친 뒤 “확실히 단거리 선수들은 몸 엄청 크고 좋다”고 말했다. 커다란 덩치로 스타트 때 물 속에 몸을 깊이 처박은 뒤 부력을 이용해 빠르게 솟아오른 뒤 힘으로 밀고 나간다.
황선우의 로핑 영법은 200m나 400m 또는 아예 장거리 선수들이 주로 사용하는 영법이다. 한쪽 팔의 스윙이 크기 때문에 엇박자 스트로크가 이뤄진다. 스피드를 조금 손해보더라도 체력을 아끼는 장점이 있다. 스트로크 크기의 차이를 이용해 한쪽 어깨와 머리를 물 속으로 깊이 집어넣는데, 이 동작에서 ‘잠영’ 효과를 얻는다. 짧게 짧게 잠영 구간을 만들어가면서 숄더 드리븐 스타일의 스피드를 따라가는 방식이다.
황선우는 ‘로핑 영법’을 스스로 체득했다. 물 속에서 더 빨리 가는 법을 본능적으로 느껴가며 만든 영법이다. 100m때 첫 50m보다 후반 50m가 더 빠른 것은 초반 파워와 무게에서 밀리더라도 황선우의 탁월한 감각 수영이 스피드를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황선우는 결승에서도 첫 50m에서 6위였지만 5위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자유형 100m는 ‘파워 수영’이 대세였다. 이제 황선우가 새로운 ‘감각 수영’으로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황선우는 ‘벌크업’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 “지금을 유지하되 조금씩 웨이트 하면서 근력을 올리면 더 나은 기록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그들을 따라가지 않고, 자기만의 스타일로 승부하겠다는 뜻이다. 2020 도쿄 올림픽 결승에서 세계적 선수들과 직접 부딪혀 본 뒤 ‘황선우 스타일’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세계 수영 단거리 종목에 ‘황선우’라는 뉴타입 스위머가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