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보치아 대표팀이 4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 경기장에서 금메달과 태극기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패럴림픽 9회 연속 금메달의 위업을 달성한 한국 보치아 대표팀에 2020 도쿄 패럴림픽은 적잖은 마음고생을 안겨줬던 대회다. 대표팀은 대회 9연패 달성과 함께 어깨를 짓누르던 중압감과 근심을 한 번에 날려버렸다.
정호원(35·강원도장애인체육회), 최예진(30·충남직장운동경기부), 김한수(29·경기도)로 구성된 한국 보치아 페어(2인조) 대표팀은 4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페어(BC3) 결승에서 개최국 일본의 가와모토 게이스케, 다카하시 가즈키, 다나카 게이코와 연장 접전 끝에 승리했다.
4엔드까지 4-4(3-0 1-0 0-1 0-3)로 맞선 한국은 연장전에서 1점을 더해 금메달을 목에 걸고 9연패 목표를 끝내 달성했다. 한국 보치아는 1988년 서울 대회부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까지 8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승리가 확정된 순간 경기장에 한국 선수단의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이문영 대표팀 코치는 정호원을, 최예진의 어머니이자 경기 파트너인 문우영씨는 딸을 꼭 껴안았다. 예비선수로 대기하던 김한수, 그의 경기 파트너이자 어머니인 윤추자씨도 활짝 웃었다.
이번 대회 보치아 대표팀은 도쿄에 도착한 순간부터 예상하지 못한 변수를 만났다. 노영진(28·광주광역시)이 건강 악화로 급히 귀국해야 했다. 개인전과 단체전에선 선수들이 연이어 탈락했다. 페어에 출전하는 선수들로선 금메달을 꼭 따야한다는 책임감을 무겁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임광택 대표팀 감독은 “노영진이 조기 귀국하면서 선수단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다”며 “경기도 안 풀리고 운이 안 따랐다. ‘왜 이렇게 안 좋은 일이 벌어질까’ 오만가지 걱정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런 상황에서도 선수들은 담대하게 경기를 치렀다. 4엔드에서 일본에 동점을 허용해 위기가 왔지만 연장에서 최예진이 침착하게 투구하며 승기를 가져왔다. 최예진이 보낸 5구가 표적구 앞에 있던 한국 공을 쳐서 표적구 쪽으로 바짝 붙게 만들었다. 일본은 남은 공 4개로 최예진이 붙인 공을 쳐내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연장전을 지켜보던 임 감독은 “죽는 심정이었다”고 했지만 선수들은 되레 의연했다. 정호원은 “이전 엔드를 다 잊어버리고 연장전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떨리지 않았다”고 했다. 최예진 역시 “떨리지 않았다. 정호원 선수를 믿고 했다”며 “선수촌에서도 연습을 많이 했기 때문에 그렇게 힘든 경기는 아니었다”고 했다.
9연패 목표를 이룬 보치아 대표팀은 편안한 마음으로 귀국길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임 감독은 “9회 연속 메달이라는 중압감이 컸다”며 “이 세 선수가 페어에 나선 게 세 번째인데, 그간 금메달이 없었다. 첫 금메달을 따고 대성통곡하면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다 풀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