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박정민,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박정민의 얼굴이 환해졌다. 연기에 대해 진지한 말투는 그대로지만, 때때로 장난도 치며 한결 가벼워진 마음을 내비쳤다. 모두 영화 ‘기적’(감독 이장훈) 덕분이라고 했다.
“이 작품 만나고 제가 크게 변했어요. 늘 혼자 해내야하고 남의 도움 받는 방법을 잘 몰랐는데, 이장훈 감독의 영향으로 제 깊은 세계에서 한발자국 빠져나올 수 있었어요. 도움을 기꺼이 받아도 된다는 걸 배웠고, 예전보다 많이 유쾌해졌어요. ‘진짜 고맙다’는 말을 이렇게 많이 말해본 적 있었나 싶을 만큼 제작진에게 감사 인사도 많이 했고요.”
박정민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기적’으로 작은 기적들을 만나가는 기쁜 마음과 팬이었다가 동료로 합을 맞춘 그룹 소녀시대 윤아와 협업기, 이수경에 대한 애정까지 다양한 뒷이야기들을 들려줬다.

영화 ‘기적’ 속 박정민(왼쪽)과 윤아.
■“소녀시대 팬, 누구 좋아했는지는 비밀이에요”
‘기적’으로 만나게 된 윤아에 대해선 과거 소녀시대 팬이었다며 운을 뗐다.
“윤아를 처음 만났을 땐 어색하진 않았어요. 워낙 털털하고 인간적인 친구라 쉽게 다가갈 수 있었고 농담도 주고받을 수 있었죠. 워낙 업계에 소문이 좋게 난 배우라 ‘좋은 사람’이란 걸 이미 알고 있었는데요. 직접 만나보니 더 좋더라고요. 그리고 제 또래 남자 중 소녀시대 팬 아닌 사람 있을까요? 전 ‘힘 내’라는 노래를 무한 반복해서 들을 정도였고요. 하지만 누구 팬이었는지는 말 안 할래요. 하하하.”
35살인 그는 놀랍게도 17살 고등학생 ‘준경’으로 분해 순수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인터뷰] 박정민 “날 바꾼 ‘기적’, 한결 편안해졌어요”](https://images.khan.co.kr/article/2021/09/09/l_2021090902000459200097063.jpg)
“솔직히 부담있었죠. 전 그냥 하면 되겠지만 관객들이 날 고등학생 ‘준경’으로 인정할 수 있을까, 나와 ‘준경’을 매치하는 데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고민이 되더라고요. 그럼에도 별다른 수는 없었어요. 절 택한 감독과 제자진을 믿고 가는 수밖에요. 아예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니까 의심없이 연기해야겠다 싶었죠.”
극 중 누나로 나오는 이수경은 실제론 9살 어린 동생이다.
“동생이 누나로 나온다고 해서 이상하진 않았어요. 실제론 성격도 멋져서 누나 같은 느낌도 있거든요. 걸림돌은 없었죠. 워낙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서 그가 하는 연기를 받는 데에 급급했지, 전 특별히 할 일이 없었어요. 감정 연기에선 오히려 제가 도움을 많이 받았고요.”
연출만 한 게 아니라 압박과 부담을 덜어준 감독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35살 밖에 안 된 젊은 배우가 영화의 부담을 다 짊어지고 가려고 하는 걸 보면서 감독이 굉장히 속상했나봐요. 혼자서 정답을 찾으려고 하지 말라고 도움을 줬는데, 당시엔 제게 너무 알맞은 조언이었어요. 제 마음을 바꾸는 말들이 많았죠. 영화를 나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는 걸 깜빡하고 있었는데, 감독이 그걸 바꿔줬어요.”
![[인터뷰] 박정민 “날 바꾼 ‘기적’, 한결 편안해졌어요”](https://images.khan.co.kr/article/2021/09/09/l_2021090902000459200097064.jpg)
■“무뚝뚝한 아들, 조금씩 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극 중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은 ‘준경’에게 박정민은 얼마나 투영되어 있을까.
“저도 굉장히 무뚝뚝한 아들이에요. 제 아버지도 무뚝뚝하고요. 둘 다 너무 무뚝뚝해서 대화다운 대화를 거의 나누지 못했죠. 많이 싸웠고요. 살가운 아들이 되려고 노력은 하는데, 그 방향이 좀 잘못됐나봐요. 반면 내가 갑자기 변하면 아버지가 걱정하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고요. 하하. 천천히 변하고는 있어요. 예전보다 잦게 안부 전화하면서요.”
꿈을 위해 잘 다니던 명문대학을 그만두고 한예종을 다시 들어간 건 너무 유명한 일이다. ‘기적’을 확인한 적 있냐고 묻자 고개를 끄덕거렸다.
“배우가 되고 싶어서 한예종에 합격한 것도, 데뷔작 ‘파수꾼’을 만나게 된 것도 제겐 다 작은 기적들이에요. 그런 기적들은 지금도 일어나는 것 같고요. 그 과정에 서 있기에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지금도 그 작은 기적들을 간절히 원하고 있고요.”
‘배우 박정민입니다’라고 서슴없이 소개할 수 있는 그날을 꿈꾼다고도 했다.
“‘어떻게 하면 남들 앞에서 연기할 수 있을까’란 신기루 같은 고민을 하던 시기도 있었어요. 치기 어렸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난 덕분에 ‘어느 정도 배우로서 내 자신을 믿어볼 만하구나’ 생각하게 됐고, 그렇게 차근차근 오다보니 지금 배우가 되어있는 것 같아요. 아직 ‘배우 박정민’이라고 말을 잘 못하긴 하지만, 언젠가는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었으면 해요. 그렇게 되고 싶어서 노력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원동력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