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홍창기가 안타 생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성이 착하다. 신체 건강하다. 오지랖이 넓다. 이타적이다. 친화적이다. 알고 보면 똑똑하다. 그러나 똑똑한 척은 안한다.
이상은 요즘 TV 인기 드라마 중 하나인 ‘갯마을 차차차(tvn)’의 홍반장 캐릭터다. 평범한 마을의 히어로 같은 그의 역할에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모양이다. 시청률 고공 행진이란 뉴스가 주마다 나오고 있다.
프로야구에도 ‘홍반장’이 있다.
류지현 LG 감독은 소속팀 핵심 야수인 그의 이미지를 짧게 정의해달라는 부탁에 “아주 착하다”고 답했다. ‘착하면 야구 잘 못한다’는 통설이 있다. 그러나 그는 야구도 잘 한다. 게다가 틈만 나면 앞서 익힌 것을 후배들에게 알려주려는 ‘이타적 생활’도 습관화돼 있다.
지난해 한 커뮤니티에 소개된 그의 SNS 대화 내용 하나.
외야수로 첫발 스타트에 어려움을 겪는 한 학생선수가 그에게 질문을 남겼다. 그의 답에는 정성이 듬뿍 담겨있다.
“음, 내야수는 투수가 공을 던질 때부터 움직이잖아. 무빙이라고 하지, 다리 왔다갔다 하면서 움직이는 거. 형도 스타트할 때 그처럼 움직이다가 포수 앉아있는 방향도 확인하면서, (가령) 바깥쪽이라면 그쪽 방향을 생각하고 준비를 하는 것 같아….”(중략)
지난해 한 커뮤니티에 소개된 홍창기의 SNS 대화 내용.
사실 대화 당사자인 LG 홍창기(28)에게 지난주 확인한 관련 내용은 기대와 살짝 달랐다. 홍창기의 설명에 따르면 질문을 한 선수는 야구를 하는, 그의 사촌동생이었다. 홍창기는 “그저 내야에서 외야로 포지션 변경을 하는 동생에게 아는 만큼 설명해준 것”이라며 웃었다.
그러나 이런 장면은 LG 코칭스태프, 선수들, 프런트에게 이미 낯설지 않다.
2016년 입단 뒤 1군 풀타임으로는 이제 고작 2년째. 아직 주기보다는 받을 게 많을 연차지만, 그는 이미 주기에 더 바쁜 선수가 있다. 문보경과 이재원, 이영빈 등 어느새 줄은 선 후배들에게 틈만 나면 조언을 한다는 게 선수 당사자와 구단 사람들의 얘기다.
그에 따르면 후배들은 “힘 빼고 쳐라.” “오버스윙 하지 마라.” “편하게 하던 대로 해라.” 같은 조언에 아주 익숙해져 있다.
착하기만 해서는 또 ‘홍반장’이 아니다. 홍창기는 플레이 하나 하나에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듬뿍 얻고 있다.
NC 우완 신민혁의 페이스가 한창 좋던 지난 5월19일. LG는 해당 경기를 6-5 역전승으로 끝냈지만, 체인지업 낙폭이 큰 선발 신민혁에게 타자들 전체가 고전했다. ‘선구안 달인’인 홍창기마저 체인지업을 골라내지 못했다. 그때 LG 코칭스태프의 진단은 “홍창기가 놓치면 정말 고르기 어려운 볼”이라는 것이었다.
홍창기는 볼 고르는 눈을 타고 났다. 투수가 공을 놓는 찰나의 순간에 볼과 스트라이크를 구분해내는 것이 배워서 되는 일은 아니다. 노석기 데이터 분석팀장은 “어려서 야구할 때부터 그랬다고 들었다. 훈련으로는 안되는, 특출난 능력으로 보고 있다”고 평했다.
홍창기는 구단 프런트 어느 부서를 가도 ‘호감형’으로 통한다. 한 시즌 팀 살림을 꾸려가는 운영팀은 물론 미디어와 소통해야 하는 홍보팀 관계자들도, 팬들과 소통해야하는 마케팅팀 관계자들도 홍창기 얘기에는 너나 없이 반색한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 홍창기에 대한 호감도 가장 높은 그룹이라면 LG 팬들 아닐까. 홍창기는 4일 현재 야구 통계 사이트인 ‘스탯티즈’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에서 5.96으로 리그 전체 1위에 올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