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유한준이 지난 30일 인천 SSG전에서 3회 좌월홈런을 친 뒤 호잉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비슷한 질문을 두어번 받았다. 지난 여름 그리고 또 초가을 어느 날….
프로야구 KT가 정규시즌 선두를 내달릴 때다. 현장의 지도자 A는 “라인업 보면 이만큼 하기는 힘들어 보이는데 어디서 힘이 나오는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B는 “솔직히 전광판에 뜨는 라인업만 보면 1위 팀 같지는 않다”고 했다.
그런 대화가 이어질 때마다 꼭 거론된 이름은 강백호였다. 시즌 중반까지 4할타율 ‘괴물 모드’로 달린 강백호가 자신의 역할을 하면서도 타순 위·아래로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얘기였다.
다른 팀 현장 지도자들의 시각이 틀린 건 아니었다. 지난 9월 이후 강백호가 내림세를 타자 KT 타선도 주저앉았다. 지난 8월까지 타율 0.380에 OPS 1.060을 찍던 강백호는 9월 이후 타율 0.285에 OPS 0.805로 평범한 타자가 됐고, KT 팀 타선의 각종 지표도 함께 따라 내려왔다.
KT 타선은 앞서 정규시즌을 리드하던 팀들과는 많이 달랐다. 무엇보다 ‘대체자원’이 마땅치 않았다.
KT가 10월 들어 극심한 타격 침체로 선두싸움에 고비를 맞은 뒤 이강철 KT 감독은 몇 차례 비슷한 질문을 받았다. “변화를 줄 만한 카드가 없냐”는 물음이었다. 그때마다 이 감독의 대답은 거의 비슷했다. “우리는 야수로는 2군에서 올라올 자원이 더 없다. 지금 이곳에 있는 선수로 싸워야한다”는 반응이었다. 겨우 한 선수 정도만이 거론되곤 했는데, 전반기 반짝 하고 부상으로 결장 뒤 페이스를 잃은 내야수 김병희였다.
지난 31일 1위 결정전에서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은 KT 야구의 근간은 역시 강력한 투수력에 있다. 그 중 역대 정규시즌 우승팀 중 누구와도 견주어도 밀릴 게 없는 강력한 선발진에 있다. 1위 결정전 또한 윌리엄 쿠에바스의 혼신의 역투로 잡아냈다.
그러나 타선은 역대 정규시즌 우승 팀 가운데 최약체로 평가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층이 엷었다.
이를테면 전략적 변화에 초점을 맞춰놓고 선수 기용법을 달리 하는 게 불가능했다. 투수와 지명타자를 제외한 수비 전 포지션 가운데 6개 자리 주인이 100경기 이상을 가볍게 넘겨 선발 출전한 가운데 2루수 박경수(97경기)와 우익수 제라드 호잉(68경기)만이 정규시즌 선발 100경기를 채우지 못했다. 박경수와 호잉의 경기수는 부상과 외인선수 교체에 따른 결과로 벤치의 전략적 측면과는 무관했다. 중견수 배정대의 경우 144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하기도 했다.
올시즌 KT 라인업에 대한 물음은, 적잖은 현장 관계자들이 함께 갖고 간 생각일 수 있다.
어쩌면 KT의 정규시즌 우승이 그래서 더욱 가치 있어 보인다. 마지막 주 마지막 몇 경기에서 결정타를 연발 터뜨린 40살 맏형 유한준, 1위 결정전 9회말 수비에서 허벅지 부상 중에도 몸을 던져 안타성 타구를 걷어낸 37살 둘째 형 박경수…. 이들은 자신들을 끝까지 중용한 이강철 감독과의 ‘이심전심’의 끈이 있었고, 그 끈을 경험 적은 후배들과도 연결했다.
같은 질문에 지금 대답을 하자면, ‘강백호 효과’ 대신 다른 얘기가 나올 것 같다. ‘KT 타선에는 전광판에 오르는 이름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