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경X초점

‘술도녀’ ‘청와대’ ‘어느 날’…토종 OTT의 역공

입력 : 2021.12.08 00:00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 포스터. 사진 티빙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 포스터. 사진 티빙

2021년 드라마의 대세는 지상파·케이블채널에서 OTT 플랫폼으로 확실하게 기울었다. MBC의 ‘검은 태양’이나 tvN의 ‘지리산’ 등 자본과 캐스팅을 앞세운 작품이 지지부진한 성적에 빠진 사이 확실한 아이디어와 표현방식의 자유로움을 장착한 OTT 작품들은 빠르게 그 입지를 넓히고 있다.

특히 훨씬 더 큰 자본으로 시장을 장악하려는 외국산 OTT 에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국내 OTT 플랫폼이 역습을 펼치고 있다. 실제 국내 OTT 플랫폼들은 최근 론칭한 작품들이 의미있는 성과를 내면서 훨씬 더 자신감이 붙었다. 더욱 많은 플랫폼이 합류하는 내년의 맞대결이 흥미를 돋우는 이유다.

국내 OTT 플랫폼의 양대산맥으로 커가고 있는 웨이브와 티빙은 각각 최근 의미있는 성과를 냈다. 각각 오리지널 시리즈로 론칭한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이하 청와대)’와 ‘술꾼도시여자들(이하 술도녀)’이 큰 호평을 얻었다.

작품의 공개는 티빙 ‘술도녀’가 먼저였다. 예능작가 출신의 위소영 작가가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각색한 이 작품은 론칭 당시에는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10월 22일 조금조금씩 입소문을 얻기 시작하더니 방송 5주 동안 서비스의 신규 유료 가입자의 23%를 유도하는 성적을 냈다. 역대 오리지널 드라마 중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포스터. 사진 웨이브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포스터. 사진 웨이브

처음 작품이 화제를 모은 것은 극중 강지구(정은지)와 한지연(한선화)가 다투는 장면에서 나온 두 사람의 걸쭉한 욕설 때문이었다. 짧은 영상의 형태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된 영상은 지금껏 지상파나 케이블에서 소화하지 못한 대사 수위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이를 통해 유입된 가입자들은 극 후반으로 갈수록 애환을 나누는 세 친구의 사연에 깊이 공감했다.

‘청와대’ 역시 공개 첫 주 플랫폼 최고 시청수를 기록하더니 다음 주에는 시청이 2배로 증가하며 신규 유료 가입자를 끌어들였다. 역시 ‘술도녀’와 비슷한 코믹 터치를 앞세우고 있지만 성격은 정반대다. 캐스팅은 화려하지 않지만 미장센과 상황 설정에 있어 완벽을 기하는 OTT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정치풍자 블랙 코미디를 표방하는 이 작품은 사격선수 출신으로 정치 셈법에 따라 떠밀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된 이정은(김성령)이 남편인 정치평론가 김성남(백현진)의 납치사건을 계기로 갑자기 대중적인 세력을 키우면서 대선잠룡이 되가는 과정을 다룬다. 김성령 외에는 인지도가 있었던 배우를 찾기 쉽지 않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정계, 세종청사를 누비는 인물들의 면면에 사실성이 더해진다.

드라마는 캐스팅보다는 국회, 청와대, 정부 세종청사를 넘나드는 배경과 고증에 더욱 심혈을 기울였으며 탄탄한 연기력의 배우들 호연 역시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제작비와 화려한 CG에 기대는 해외 OTT 플랫폼의 한국 드라마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고 있는 것이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어느 날’ 포스터. 사진 쿠팡플레이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어느 날’ 포스터. 사진 쿠팡플레이

여기에 최근 배우 김수현과 차승원의 합류로 화제가 된 쿠팡플레이의 ‘어느 날’도 가세했다. 200억원대 제작비의 대작으로 알려진 ‘어느 날’은 ‘SNL 코리아’와 더불어 타 플랫폼과 쿠팡플레이의 차별성에 가속을 붙여줬다. 극 초반부터 과감한 수위의 장면이 다수 등장하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어느 날’의 론칭으로 쿠팡플레이의 활성 이용자 수는 268만명이 느는 성과를 올렸다.

OTT 전쟁은 내년 국내 론칭이 유력한 HBO맥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 외산 OTT와 국내에서도 유력 통신사가 비롯된 플랫폼들이 진입으로 노리고 있어 더욱 그 열기가 높아질 전망이다. 확장 중이긴 하지만 아직은 파이가 정해진 시장을 놓고 해외 OTT와 벌이는 토종 OTT의 경쟁은 내년 방송가의 가장 뜨거운 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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